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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초 Jan 13. 2019

욕먹을 정도로 이기적이고 싶은 날

20180725 

아이가 5살 때인 10년 전, 출산 전에 하던 일을 다시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5시 이후엔 재택근무’라는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믿고 일을 시작했지만, 회사도 집도 아닌, 쉼도 일도 아닌 엉망진창의 생활이 이어졌다.

우리 엄마, 도우미 아줌마, 다른 손자 손녀를 돌봐 준 적 없던 시어머니까지 세 분이 팀이 되어서 아이를 돌봐 주셨다. 도우미 아줌마를 빼면 두 분 다 멀리서 고속버스를 타고 오셔야 했는데, 그렇게 한 번씩 오셔서 1주일, 열흘씩 있다 가시는 것도 미안했다. 휴일 한밤중에 남의 집에서 자는 아이를 데리고 나오는 것도 힘들었지만, 세 사람으로 돌려막기를 하면서 언제까지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회의감이 들었다.

남편은 말했다.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차라리 돈 버는 것’이라고! ‘억대 연봉받는 거 아니면 집에 있는 게 낫다’고…  

그땐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일도 육아도 제대로 할 수 없는 불안정한 생활에 지쳐가던 때라, 그 말이 차라리 고맙게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뒤집어 생각해보면 내가 일을 계속 함으로써 받게 될 육아 스트레스로부터 남편은 자유롭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집에 있으면 아이에게 신경을 덜 써도 될 테니까.

좋아하던 일이었지만 ‘아이가 자라는 매 순간순간을 함께 할 수 없다’는 것도 내겐 일을 그만두게 만든 중요한 이유였다. 

아이에게 수시로 시달리곤 하는 요즘, 가끔 그때 생각을 해 본다. 그때 일을 계속했더라면, 그래서 지금도 일을 하고 있었더라면 아이는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나는? 

남은 인생의 절반은 욕먹을 정도로 이기적으로 살아보고 싶다.

아이에게 아이가 생겨도 절대 봐주지 않겠다. 그때쯤엔 나라에서 돌봐줄 것이다.

결혼의 부산물로 생긴 여러 역할들을 지금보다 더 등한시하겠다. 며느리, 작은엄마, 큰엄마, 질부 등등

아이의 부인 혹은 여자 친구를 가족관계로 묶어두지 않겠다. 서로를 위해서~

지금, 생각나는 건 여기까지^^ 


작년 1월, 어쩌다 설을 혼자 보내면서 나를 위해 처음 해 본 갈비찜~나를 위해 하니까 힘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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