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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초 Jan 13. 2019

'통화의 법칙'을 발견한 날

20180726 

이른 아침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이의 수학 문제를 봐주던 중이라 바로 받지 않았다.

물론 내 엄마, 친구, 다른 누구의 전화도 아이와의 공부 중엔 거의 받지 않는다. 공부가 정리되는 틈을 타서 30분 후에 전화를 드렸다. 


“왜 내 전화를 안 받냐?”


공부 중이 아니었다면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침 8시에 '공부 봐주고 있었다'라고 있었다는 게 못 받을 이유로 생각하지 않으실 것 같았다. 그냥'아침 준비하느라 못 들었다'라고 말씀드렸다.


“벨소리가 안 들린다고?"

원래 기분이 안 좋으셨는데, 내가 바로 받지 않아서 더 나빠지신 것 같다.


“진동으로 해 놔서 들여다보지 않으면 잘 몰라요.”

“옥수수 가지고 가라. 못 오지? 다들(아주버님들도) 못 온다더라.”

화나신 이유를 알 것 같다. 하지만,

“네~ 못 갈 것 같아요.”

(한 집에 사는 저희도 서로 얼굴 보고 살기 힘들어요. 저도 아드님을 이틀에 한 번씩 본답니다. 옥수수 가지러 갈 시간에 저희끼리도 시간을 가져야지요. 물론 아드님은 주말마다 밀린 잠을 자긴 하지만요.^^)

 

우리 엄마도 가끔,

“왜 전화를 안 받냐?”

‘부재중’을 확인하고 내가 먼저 전화를 드려도 어머니나 우리 엄마나 같은 멘트를 날리신다. 못 받은 게 아니라, '안 받은 게 분명하다'라고 짐작하시는 것 같다.

일부러 안 받는 거라고 생각할 만큼 자식들에 대한 서운함이 쌓여있으신 걸까?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도 벨소리를 진동으로 해두지 않은 어르신들을 자주 본다. '왜 진동으로 해두지 않을까' 못마땅한 적도 많았는데, 진동으로 해두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어머니를 생각하니 거꾸로 이해가 된다. 당신을 찾는 사람들이 젊으셨을 때보다는 줄었을 터, 그런 모든 통화를 놓치고 싶지 않으신 것이다.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굳이 받으셔서 '이따가 다시 한다'라고 하는 우리 엄마를 보면 나중에 다시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도 있으신 것 같다. 그게 자식들의 전화이든 당신을 찾는 누군가이든… 


1. 진동으로 해 둬서 전화를 못 받는 일은 없어야 하며

2. 받을 수 없는 상황이어도 일단 받은 후 '다시 드리겠다'라고 직접 말해야 한다.

이것이 어머니들의 통화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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