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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초 Jan 13. 2019

아이들 생각은 다른 날

20180904

집 근처에 있는 고등학교의 입시설명회에 갔다. 지난봄에 아이가 다니는 중학교에서 하는 설명회를 한 번 다녀왔는데도 여전히 못 알아듣는 내용이 너무 많다. 중2 엄마인 내겐 대학입시만큼이나 복잡해 보인다. 


학교 소개는 대입을 위해 학교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주로 초점이 맞추어졌다. 나를 포함한 많은 부모들이 가장 알고 싶어 하는 부분일 것이다. 특히, 상위 20% 정도에 속하는 아이들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최근 3년간 in seoul 혹은 in seoul에 준하는 대학의 합격률이 몇 % 인지를 해당 대학의 마크까지 화면에 띄워서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입학률이 아니라 합격률이고, 그 %가 반드시 재학생만의 %를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숫자로만 놓고 보면 ‘정말?’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높은 수치이다. ‘반에서 7,8등만 하면 in seoul이 가능하게끔 공부를 시킨다.’ 고도 말했다.  


부모들의 질문은 더 구체적이었다. 자신의 아이가 좋아하는 선택과목이 정원 미달로 개설되지 않을 경우 방과 후 수업을 열어 줄 수 있느냐, 그 사실을 학생부에 기록할 수 있느냐, ○○반에 뽑힐 경우 그 사실을 학생부에 기록할 수 있느냐 등등 … 

저렇게 구체적으로 질문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된 엄마들의 학구열에 슬며시 기가 죽는다. ‘내 아이가 상위 20%는 아닌 것 같은데’라고 생각한다면, 어느 고등학교에 가더라도 큰 차이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엄마들의 열띤 질문 속에서 한 중학생이 조용히 손을 들었다. 

“저기… 규정이 어떻게 돼요?”

학생의 질문 의도를 금세 눈치챈 선생님은,

“화장이나 복장 규정 말하는 거죠?”라고 질문의 의도를 확인한 뒤, 아마도 학생이 듣고 싶지 않았을 법한 내용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치마는 아까 사진에서 본 것처럼 깁니다. 색조는 안 됩니다. 남학생 바지도 쫄바지처럼 줄이면 안 됩니다…’ 


부모들은 박장대소했지만, 이 학생의 질문에 갑자기 가슴이 뻥 뚫리는 것처럼 시원해졌다. 고등학교 입시설명회는 대학 합격률의 %만이 아니라, 입시와 상관없는 학교생활에 대한 궁금증도 얼마든지 물어볼 수 있어야 하는 건데 부모들은 열심히 입시와 관련된 질문만 하고 있었다. 


지금 중3 아이들이 고등학교 입시설명회에서 정말 듣고 싶어 하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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