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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초 Jan 13. 2019

또 하나의 나'가 필요한 날

20180917  

“이번 추석에 안 가면 안 돼?” 


아기 때부터 꼬박꼬박 다니다가 지난 추석에 처음 혼자 지내보겠다고 선언한 이래 두 번째 독립선언이다.  

“중간고사 끝나면 바로 추석인데 나도 좀 쉬어야지. 그때 아니면 못 쉬어.” 


맞는 말이다. 나도 여행도 가고 내 맘대로 쉴 수 있는 명절을 꿈꿨으니까. 출석 체크하듯 꼬박꼬박 다니는 것이 힘들었지만, 명절에 혼자 계실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기쁜 마음으로 다녔다. 


요즘은 나만큼이나 엄마도 자식들이 찾아오는 것을 살짝 힘들어하시는 게 느껴진다. 이렇게 찾아가고 맞아줄 수 있는 시간도 길지 않을 텐데…  


아이는 한마디 더 보탠다. 

“엄마의 엄마이지 내 엄마는 아니잖아?” 

얼핏 들으면 이런 싹수없는 놈 같으니 소리 듣기 딱 좋은 말이다. 하지만 딱히 틀린 말도 아니다. 

일장 연설을 해서 설득을 할 수도 있었지만 굳이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명절 휴가를 보장받고 싶은 마음이 이 정도이구나.’ 

생각해 주면 그뿐, 가고 안 가고는 그다음 문제이다.  


나의 20년 된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명절 때 고궁이나 놀이공원에 가서 하늘에 뜬 방송사 헬기를 향해 손을 흔드는, 뉴스 자료화면 속 시민 1이 되어보는 것’이었는데, 2년 전 설에 고궁에 혼자 간 것으로 버킷리스트의 절반을 이뤘다. 


우리 엄마의 딸인 나는 아이가 명절에 가길 바라고,

내 아이의 엄마인 나는 아이가 쉬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둘을 조율할 또 하나의 '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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