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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초 Jan 13. 2019

아버지의 순간을 본 날

20180924

"신발을 누가 이렇게 해놨어?"

밖에서 들어오던 언니가 말한다. 나는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정리정돈의 끝판왕, 우리 아버지시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지만 식구들이 많이 모이면 어느 틈에 가셔서 조용히 신발들을 가지런히 해 놓고 오신다. 늘 보던 익숙한 장면이지만, 사진에 담아두고 싶어 졌다. 들여다보고 있으니 식구들의 신발이 하나하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왼쪽 아래 첫 번째는 내 바로 위의 언니, 그다음은 둘째 형부, 하얀 운동화는 나, 핑크색 운동화는 우리 엄마, 세 줄 그어진 운동화는 아버지, 그 옆 등산화도 아버지, 등산화 바로 뒤의 까만 신발은 대학 3학년인 조카, 파란색 남미 분위기가 나는 신발은 둘째 언니, 그 옆은 목 긴 양말에 가죽 샌들을 무난히 소화하는 넷째 형부, 까맣고 묵직한 신발은 남편, 그 옆의 갈색 슬리퍼는 다시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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