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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초 Jan 13. 2019

엄마들의 냄새를 맡은 날

20180927  

아~~~ 파스 냄새ㅠㅠ


처음에 들어왔을 땐 없었는데, 갑자기 숨쉬기가 불편할 정도로 냄새가 강하게 풍긴다. 밀폐된 공간에서 이 냄새를 맡으면서 운동할 것을 생각하니 슬그머니 짜증이 나기 시작하는데,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상황인지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한다. 


“파스 붙이신 분은 자백하셔야 하는 분위긴데요?^^”

강사가 농담처럼 가볍게 묻는다. 


내 바로 뒤에 있는 아주머니 한 분이 조용히 손을 들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명절 일 다 마치고 집에서 쉬려는데 어젯밤에 갑자기 딸이 아기를 낳아서 병원에서 밤을 새우다시피 했으며, 아침엔 딸을 대신해서 큰 손녀를 단지 내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운동하러 오다가 서두르는 바람에 발목을 삐었다고 했다. 어린이집은 GX룸 바로 옆이고 약국은 큰길 건너에 있다. 다친 다리로 운동을 하기 위해 큰길 건너 약국까지 갔다가 다시 여기까지 온 그분의 동선이 눈앞에 그려졌다.  


그새 파스 냄새에 무뎌진 건지, 아주머니가 안쓰러워서인지 처음처럼 숨쉬기가 불편하지만은 않았다. 

아이가 대학에 가면, 혹은 군대에 가면 내 시간이 많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며느리 혹은 딸의 출산과 육아는 다시 나이 든 엄마에게 되돌아온다. 

아~~ 고단한 엄마들의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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