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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초 Jan 13. 2019

아들을 아들이라 부르지 못한 날 2

20181029 

나는 아이의 11월 영어학원 수강료를 결재하러,

아이는 영어학원에 수업을 들으러,

할 일은 달랐지만 행선지가 겹쳤다. 


어쩔 수 없이 엘리베이터를 같이 탄 아이가 진지한 표정으로 내게 묻는다.

“어디(어느 길로)로 갈 거야?”

갑자기 아이를 놀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웃는 얼굴로 빤히 쳐다보았다.

(몰라서 묻냐? 너 가는 길로 따라갈 건데^^?) 


아이는 1층과 지하 통행로로 갈 수 있는 B1 버튼을 동시에 눌렀다. '둘 중 엄마가 내리지 않는 곳에서 내릴 거야' 결심이라도 한 것처럼...


“아는 척 안 할 테니 너도 모른 척 해~ 수강료 늦게 내는 거 엄마는 딱 싫거든. 그래서 지금 꼭 낼 거라고^^” 


얼마 전에도 아이는 내가 랑지랑 산책하는 것을 보고 나를 볼 수 없는 지하통행로를 이용해서 학원에 간 적이 있다.

"일부러 피했지?ㅋㅋ"

"당연하지.^^"


아이는 1층에서 내렸다. 나도 1층에서 따라 내렸다. 그리고 나랑 같이 학원 문을 열고 들어가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전속력으로 달렸다.  


순식간에 내게서 멀어져 버린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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