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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초 Jan 13. 2019

엄마의 인생이 스며든 날

20181206

멈출 수 없는 기계였다. 아니 멈추면 안 되었다. 하루 세끼도 모자라 우리 자매들의 도시락에 고등학생이던 언니들의 저녁 도시락, 하숙생이 있던 시기엔 그들의 점심, 저녁 도시락, 선생님이시던 아버지의 도시락까지 엄마는 하루에 12~13개의 도시락을 싸셔야 했다. 기계나 다름없었다.

당신을 제외하면 전부 먹기만 하는 사람이고, 장보기에서 조리, 뒷정리까지 모든 과정을 혼자서 책임져야 했던 외로운 시간~


엄마는 가끔,

“그래도 니들 끼고 살 때가 행복했지.”

라고 말씀하시지만, 그때의 엄마도 행복하기만 하셨을까?


기억 속의 엄마는 늘 부엌에 계셨다. TV를 보신다거나 낮잠을 잔다거나 하는 모습은 기억에 없다. 늘 비슷비슷한 반찬들이었지만 엄마는 끊임없이 음식을 만들고 상을 차렸다. 대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어묵볶음을 만들 간장 졸이는 냄새가 마당 가득 퍼져있던 순간도 기억난다.

메주며 청국장, 각종 장류, 김치, 딸기를 관으로 사다가 만든 잼, 아침부터 반죽을 하면 점심때가 훨씬 지나야 먹을 수 있었던 식빵, 흰 설탕을 묻힌 도넛까지 엄마는 마치 음식을 만들고 먹이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았다.


운동을 마치고 오는 길에 갑자기 그때의 생각들이 났다. 나는 행복했고, 엄마도 돌이켜보면 그때가 좋았다고 말씀하시지만, 그즈음의 엄마의 인생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엄마의 젊은 날이 나와 내 자매들, 아버지, 그때 당시 하숙생들의 인생에 다 스며들어버렸다.


아! 가혹한 집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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