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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초 Jan 13. 2019

아이의 몇 달을 들여다보는 날

20181212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 아이와 통화를 했다. 오늘이 기말고사 마지막 날이니, 지금쯤이면 집에서 혼자 채점을 하고 있을 것이다.  


아이는 나랑 통화를 하는 내내 과목별로 시험 결과를 자세하게 얘기해 주었다. 서술형과 선택형으로 분류해서 어떤 것을 풀고 어떤 것을 못 풀었는지, 공부한 것이 시험에 나왔는지, 서술형의 경우 부분점수가 가능한 문제는 어떤 것인지 등을 시험지를 보고 얘기하는 것처럼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고, 지난 학기 기말고사 점수와 비교해서 과목별 점수의 등락과 평균의 변화까지 브리핑하는 것으로 통화를 마쳤다. 통화시간 13분 22초, 그 후에 다시 2분 49초, 집에 돌아온 이후에도 여러 번 시험에 대한 아이의 브리핑은 이어졌다. 내일 그리고 다음 주 초까지 정확한 채점 결과가 나올 때마다 과목별로 들려줄 것이며, 수행평가 점수와 합산하여 최종 점수가 어떻게 되는지도 수시로 내게 얘기해 줄 것이다.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얘기할 때 아이의 목소리 톤은 다른 얘기를 할 때와 눈에 띄게 다르다. 시험 점수에 대해 얘기할 때엔 목소리에 좀 더 힘이 들어가고 톤이 살짝 올라가며 흥분, 몰입, 긴장감이 느껴진다. 이청용 선수에 대해 얘기할 때의 그 톤과 흡사하다.  

평소에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 편인데(: 엄마인 내 기준임^^) 이렇게 자신의 점수에 관심이 많은 것을 보면 내가 체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자신의 성적 향상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 방법을 잘 몰라서 혹은 알고도 실천하기가 힘들어서 며칠간의 벼락치기로 몇 달간의 공부를 만회해 보려는 건지도…  


오늘 본 8과목은 좋아하고 또 잘하고 싶어서 책을 외운 과목 1, 평소 공부하지는 않지만 좋아하기는 하는 과목 2, 마음에서 버린 과목 2, 좋아하기는 하지만 시험 때만 공부하는 과목 1, 좋아하지는 않지만 수준별 수업을 하기 때문에 잘 받고 싶은 과목 1, 좋아하지도 않지만 수준별 수업도 하지 않다 보니 자꾸 미루게 되는 과목 1, 그렇게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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