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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초 Jan 13. 2019

아이의 순간을 기록하는 날

20181216 

내년 달력을 만들고 있다. 매년 만든 건 아니지만 아이가 두세 살 때부터 만들어와서 지금까지 만든 달력이 6~7개쯤 되는 것 같다.  

아기였을 때의 달력을 보면 할머니 등에 업힌 사진이나 할아버지 품에 안긴 사진, 욕조에 앉아 책 보는 사진도 있다. 

초등 저학년 때엔 태권도 대회에 나간 사진이나 친구네 가족이랑 올림픽 공원에 가서 담요를 덮고 콘서트를 보는 사진, 친구들과 생일파티하는 사진, 어딘가로 달려가고 있는 사진 등이 있다. 

계속 만들다 보니 아이를 보고 싶어 하는 할머니한테도 드리게 되었고, 어느 해엔가는 우리 가족뿐 아니라 언니네 가족들 사진도 한 장씩 넣어서 엄마 아버지가 딸들 가족을 다 보실 수 있는 달력을 만들기도 했다. 아이와 나이가 비슷한 시댁 조카의 사진을 함께 넣어 만든 달력을 어머니께 드린 적도 있는데, 글씨가 작고 사진만 큰 달력은 농촌에서 쓸모가 별로 없었는지 옷장에 넣어두고는 걸진 않으셨다. 

고학년이 되면서 사진 찍는 횟수가 줄어들었는데 랑지가 우리 집에 오면서 다시 달력을 만들게 되었다. 휴대폰의 렌즈를 손으로 막던 아이가 랑지와 있는 순간엔 일부러 포즈를 취해주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랑지와 아이의 일상이 월별로 채워졌다. 작년부터는 아이가 직접 월별 카피를 쓰기 시작했고 사진의 일부는 직접 고르기도 했다. 

지금 만들고 있는 내년 달력의 특이한 점은 아이의 1월 모습과 12월 모습의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1월은 소년인데 12월은 청년의 모습이다. 솜털이지만 점점 짙어지는 코밑수염도 눈에 띈다. 

일기를 쓰다가 갑자기 드는 생각인데 내년엔 내 사진도 틈틈이 찍어서 2020년 달력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순간도 소중하니까^^


2018년 11월 달력의 일부. 5년 전 찍은 가족사진에 아기였던 랑지(강아지)를 그려 넣은 아이의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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