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17
아이의 열다섯 번째 생일이다.
미역국은 아이가 아니라 15년 전 처음 엄마가 된 나를 위해서 끓였다. 아이는 미역국의 냄새도 맡기 싫어해서 -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온 검사지에다 미역 알레르기가 있다고 써내기도 했다- 5세 이후 줄곧 끓여서 내가 먹고 있다.
어쩌면 모든 생일상의 미역국은 생일 주인공이 아니라 그 엄마의 몫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이 생일날의 미역국을 먹으면서 엄마가 되기 전의 나에 대해 떠올리기도 한다. 아이를 낳으러 들어간 병원에서 보낸 밤, 잠들만하면 들어와서 제왕절개 수술에 필요한 준비를 한 가지씩 해놓고 가던 간호사들, 절차가 하나씩 진행될 때마다 떨리고 긴장되던 순간, 수술 대기실 침대에 누워서 보았던 내 담당의의 커다란 귀고리, 회복실의 차가운 공기와 하늘색 담요, 이어진 공복과 통증의 시간들, 나를 보자마자 운명교향곡- 신생아실에 처음 들어갔을 때 베토벤의 '운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 보다 더 큰소리로 울어대던 내 아이...
아이에게도 나처럼 그날의 기억이 남아있다면 어떤 것들 일지 궁금하다.
음악 제목처럼 운명적인 첫 만남이 15년째 별 탈 없이 이어지고 있음을 깊이 감사하며, 또한 아이를 만나기 전의 내가 낯설어질 만큼 완벽하게 엄마로만 남아버린 나를 안타까워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