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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초 Jan 13. 2019

O社의 피자와 경쟁해야 하는 날

20181224

2018년의 집밥은 고달프다. 집이 아니어도, 엄마가 아니어도 먹을 것이 충분하다는 것은 다행이기도 하지만, 경쟁이라도 하듯 극단적인 맛들이 아이들을 유혹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도 있다.

학교 앞, 집 앞, 학원 앞 어디를 가도 손 닿는 곳에 있는 편의점이 있고, 자극적인 맛의 다양한 인스턴트식품들이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많이 달고 많이 짜고 많이 매운, 아니면 이들 두세 가지 맛이 혼합해서 도대체 어떤 맛인지 느낄 겨를이 없는 맛들...


집밥은 여전히 소중하다고 믿는 것이 어쩌면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일부 사람들의 환상일 수 있다는 생각을 오늘 하게 되었다.

O社에서 나오는 냉동피자를 좋아하길래 직접 만들어주겠다고 했더니,
"하지 마!~~~~~~~"


아이는 내가 만들지 않기를 온몸으로 원하고 있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내 아이가 좋아하는 것 정도는 뭐든지 그럭저럭 먹을 만하게 만들어내는 편인데도 말이다. ^^ 환호성까지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반응은 좀 당황스러웠다. 


맛에 대한 불신이나 엄마의 수고로움에 대한 염려가 아니었다. 자신은 O社의 페퍼로니 피자에서 나는 소스 맛을 좋아하는데, 엄마가 직접 만들면 그런 맛이 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맛의 피자를 못 먹게 된다는 것, 크리스마스이브이니 원하는 피자를 먹고 싶다고 말했다.

하루에도 수천 개씩 피자를 만들어내는 식품회사의 피자맛을 이겨보려 한 것이 무모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냉동피자와 엄마 피자의 중간단계를 아이에게 제안했다. 간단한 방법으로 직접 만들어 보라고~ 인터넷을 뒤져 가장 간단한 레시피를 찾아냈다. 이미 조합된 가공식품을 사느냐, 각각의 가공식품을 사서 조합하느냐의 차이 정도지만, 제3의 방법도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다.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O社의 냉동 페퍼로니 피자를 준비해 두었음은 물론이다. 

만들어진 토르티야를 사고, 유리병에 든 토마토소스를 사고, 비닐 포장된 모차렐라 치즈를 사고, 미국산 살라미를 샀다.


토르티야에 토마토소스를 바른다.
모차렐라 치즈를 뿌린다.
얇게 썬 살라미를 얹는다.
200℃의 오븐에 10분간 굽는다.

이 과정을 아이가 직접 했다. 조금 탔지만 아이는 맛있게 먹었다.


하지만 O社 냉동피자와의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음엔 도우도 직접 만들어 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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