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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초 Jan 13. 2019

늦었지만 잘한 날

20181226  

지난번 조카의 결혼식장에서 엄마 아버지의 사진을 찍었다. 처음엔 몰래 찍었는데 아버지가 금세 알아채시고 나를 향해 포즈를 취해주셨고, 딴 데 보시던 엄마도 바로 웃는 얼굴을 보여 주셨다.   

아버지는 교회 갈 때도 거의 안 매시는 넥타이를 오랜만에 매셨고, 엄마는 언니가 같이 가서 골라준 빨간 재킷을 입으셨다. 카메라를 어색해하는 나와는 달리 두 분 다 환하게 웃고 계신다.  


두 분의 사진을 휴대폰 메인 화면으로 설정해 두었다. 당연히 두 분의 모습이 동시에 뜰 줄 알았는데, 처음에 터치를 하면 엄마 얼굴이, 다시 터치를 하면 아버지 얼굴이 뜬다. 한 장의 사진이 왜 분할해서 뜨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꼭 싸운 사람처럼 따로따로 뜨는 모습이 웃겨서 괜히 한 번씩 휴대폰을 터치할 때도 있다.  


내 휴대폰의 메인 화면에는 대부분 아이가 있었고, 지금은 기억도 안 나는 멋진 풍경들이 있었으며, 가끔은 랑지가, 내 사진도 한 번쯤은 있었다. 


휴대폰을 20년 가까이 쓰고 있으면서 내 부모의 사진을 메인 화면으로 설정해 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이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엄마 아버지의 얼굴을 본다. 늦었지만 잘한 일!!


내 휴대폰 바탕화면에 깔린 부모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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