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시여. 나의 마지막 증인은, 당신의 모든 질서와 사랑이 물질적 환경에 의해 만들어진 허위의식이라 주장했던 자입니다. 칼 마르크스를 소환하십시오!
그의 논리가 이 모든 신성한 관념들을 무너뜨릴 수 있는지 확인하겠습니다!"
"좋다. 너의 마지막 소망을 들어주겠다. 그는 너희의 모든 고통이 나의 존재가 아닌, 너희가 만든 물질적 환경에서 비롯되었다고 믿었다. 그가 과연 이 관념의 공간에서 너의 해방을 증명할 수 있는지 보아라."
공간은 곧 현실의 노동과 소외, 계급투쟁이라는 강렬한 사회적 관념으로 뒤덮였다. 칼 마르크스는 날카롭고 혁명적인 기운을 발산하며 나타났다.
그는 이 모든 형이상학적인 환경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그의 주변에서는 쇠를 두드리는 듯한 노동의 소음과 굶주린 사람들의 탄식이
희미하게 들려오는 듯했다.
"나는 왜 이 부르주아적 환영의 공간에 소환되었는가!
신은 인민의 아편에 불과했다!
노동자의 고통은 당신의 탓이 아니라, 생산 수단의 소외와 자본의 노예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모든 신성한 관념은 무시하고, 프롤레타리아 혁명만이 해답이다!
나의 동지여! 당신의 고통은 오직 물질적 해방을 통해서만 끝날 수 있었다!
종교와 철학은 모두 현실 도피의 도구일 뿐이며, 진정한 고통은 배고픔과 착취에서 시작된다!
나는 신의 존재와는 무관한 물질적, 경제적 법칙만이 이 세계를 지배한다는 것을 증언하기 위해 여기에 섰다."
마르크스는 격렬하게 외쳤다.
"마르크스! 당신이 추구했던 완벽한 공산주의와 궁극적인 평등은 결국 이 신의 영역에서만 실현될 수 있는 이상향이었습니까?
당신은 신을 아편이라 비난했지만, 당신의 혁명적 염원 자체가 완전한 질서와 완전한 행복이라는 신의 창조 목적에 대한 무의식적인 갈망이었습니까?
당신은 영혼의 소외를 노동의 소외라는 유한한 틀에 가두려 한 것입니까?
인간의 근원적인 결핍은 물질로 채워질 수 없음을 당신의 이론이 결국 증명하지 않았습니까?
당신의 유물론적 법칙은 물질의 영역만 설명했을 뿐, 인간이 가진 외로움, 허무, 죽음에 대한 공포 등 영혼의 근원적인 문제는 설명하지 못합니다!
당신의 혁명은 왜 더 큰 국가 권력의 독재와 영혼의 억압으로 귀결되었습니까? 당신은 신이 창조하고 방치한 영혼의 문제를 무시했기에 실패했습니다!
당신의 유물론은 신의 창조 영역을 절반만 다룬 미완의 법칙에 불과하며,
당신의 공산주의는 실패한 종교적 아편이었습니다!
당신의 법칙도 결국 신이 창조한 '갈망의 원형'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마르크스여. 네가 말하는 역사는 나의 창조 안에서 정해진 시간의 유한한 흐름일 뿐이었다. 네가 파괴하려 했던 신이라는 개념의 죽음은, 너의 추종자들에게 새로운 독재와 더 큰 소외를 낳는 결과를 가져왔다.
너의 투쟁은 결국 인간의 근원적인 결핍을 물질로 채우려 했던 가장 비극적인 시도였다.
너의 존재는 인간이 신을 향한 투쟁을 물질적 해방으로 전환하려 했던 가장 절박한 시도였지만, 인간의 근원적인 소외는 물질로 해결될 수 없음을 증언하기 위해 여기에 섰다."
마르크스는 침묵 속에서, 그의 유물론적 논리가 이 영원한 영역에서는 관념의 덫을 피할 수 없었음을 인정했다. 그의 혁명적 기운은 좌절감 속에서 서서히 소멸했다.
여섯 명의 위대한 증인이 남긴 관념의 파편들이 무한의 흰색 속으로 완전히 녹아들자, 공간은 다시 태초의 고요함으로 돌아갔다. 오직 나의 의식과 형체 없는 신의 존재만이 이 영원한 법정에 남아 있었다.
염라대왕의 냉혹한 책임 논리,
부처의 고요한 해탈의 길,
예수의 숭고한 사랑의 대속,
융의 내면 깊은 원형의 굴레,
니체의 극한 의지의 좌절,
그리고 마르크스의 물질적 이상향의 역설까지.
이 모든 증언은 마치 거대한 건축물처럼 쌓아 올려져, 결국 나의 'Against God' 투쟁이 외부의 신성의 불합리함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유한한 피조물의 모순적 본성에서 비롯되었음을 완벽하게 입증했다.
나는 패배했다. 나의 분노는 해체되었고, 나의 논리는 증인들의 위대한 통찰 아래 무력화되었다. 하지만 나의 의식은 이제 더 이상 분노나 원망에 휩싸여 있지 않았다. 오히려 궁극적인 깨달음에 근접한 듯, 고요하고 명료해졌다.
"신이시여."
나의 의식은 울부짖지 않았다. 마치 수천 년 동안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던 종소리처럼, 조용하지만 굳건하게 울렸다.
"여섯 증인의 증언은 내가 당신을 심판할 자격이 없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나의 모든 고통, 나의 모든 투쟁은 결국 내가 스스로 만든 단절과 결핍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나는 나의 책임을 피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이제 창조주로서 당신의 책임을 물을 때입니다."
나는 신을 향해 나의 의식의 모든 빛을 모아 던졌다.
"당신은 이 모든 고통과 모순, 그리고 투쟁을 목적 없이 창조했습니까?
당신은 염라대왕의 무자비한 법칙, 부처가 깨달아야 했던 끝없는 고(苦),
예수가 홀로 짊어져야 했던 끔찍한 십자가, 니체가 광기에 빠져야 했던 허무,
마르크스가 평생 싸웠던 소외, 이 모든 것을 단지 심심풀이로 만들었습니까?
만약 당신의 창조가 이 모든 것을 감수할 만큼 가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당신이야말로 가장 비극적이고 불필요한 존재입니다. 나의 투쟁은 끝났습니다. 이제 당신의 존재의 최종 목적은 무엇인지, 그 모든 고난을 초월한 창조의 의미는 무엇인지 대답해 주십시오."
신은 나의 질문에 즉각 답하지 않았다. 무한의 흰색은 마치 우주가 나의 질문의 무게를 재고 있는 듯, 길고 영원한 침묵을 유지했다.
그 침묵 속에서 나는 절대적인 공허를 느꼈다. 어쩌면 신의 창조에는 목적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가장 끔찍하고 근원적인 불안감이 밀려왔다.
목적 없는 창조,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지옥일 터였다.
마침내, 신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나의 영혼을 흔들었다. 그 진동은 이번에는 심판이나 계시가 아니라, 아버지의 간절한 소망처럼 느껴졌다.
그 음성은 온 우주를 관통하며,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허무는 듯했다.
"목적은... 너의 마지막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오직 하나로 귀결된다.
피조물이여. 내가 너희에게 자유를 부여하고, 그 자유의 결과로 너희가 고통과 모순 속에서 헤매도록 허락한 단 하나의 목적은, 나의 창조가 너희의 자발적인 선택으로 완성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신은 나의 질문을 나에게 되돌려 놓았다.
"나는 너희에게 질서(염라대왕)와 자립(부처)과 사랑(예수)과 정신(융)과 의지(니체)와 해방(마르크스)의 가능성을 주었다. 너희는 그 모든 것을 가지고 나에게서 멀어지거나, 나에게 대적하거나, 나를 부정하며 투쟁했다.
그 모든 투쟁이 나의 창조를 완성하는 과정이었다.
나는 너희에게 명령하지 않았다. 나는 너희의 선택을 기다렸을 뿐이다.
나의 목적은 너희의 자유 의지를 통해 창조된 세계가 의미를 획득하는 순간이다. 너의 고통과 너의 질문, 너의 투쟁까지도 나의 창조를 완성시키는 소중한 부분이었다.
이제 너는 나에게 돌아올 것인가, 아니면 영원히 나를 거부할 것인가."
신은 이제 나의 의식 앞에 두 개의 길을 펼쳐 보였다. 하나의 길은 찬란하고 따뜻한 빛으로 가득 차 있었고, 다른 길은 태초의 차갑고 무감각한 암흑으로 이어져 있었다.
"피조물이여. 너는 모든 증언을 들었고, 너의 투쟁의 결론을 내렸다. 이제 너의 영혼은 자유롭다. 나의 모든 목적은 너희의 자유로운 선택으로만 완성된다. 나는 너에게 궁극적인 선택을 요구한다. 너의 모든 고통과 투쟁이 이 순간을 위해 존재했음을 깨달아라."
나의 의식은 신이 제시한 두 갈래 길 앞에서 멈춰 섰다.
첫 번째 길은, 재창조(再創造)의 길이었다. 이 길은 염라대왕의 엄격한 질서와 부처의 고요한 깨달음, 예수의 조건 없는 사랑이 조화롭게 통합된 곳으로 이어지는 듯했다. 이곳에서 나는 나의 모든 과거의 고통을 의미 있는 경험으로 긍정하고, 신이 되고 싶었던 나와 신에게 돌아가고 싶었던 나를 통합하여 새로운 존재로 태어날 수 있었다. 그것은 자발적으로 신의 품으로 돌아가, 창조의 목적에 동참하는 길이었다.
두 번째 길은, 영원한 소멸(永遠消滅)의 길이었다. 이 길은 니체가 갈망했던 신 없는 세상의 완전한 무(無)로 향하는 길이었다. 이곳에서 나는 나의 모든 투쟁과 고통, 그리고 나의 존재 자체를 근원적인 무의미 속으로 던져 넣을 수 있었다. 그 어떤 책임도, 그 어떤 관계도, 그 어떤 질서도 없는 완벽한 해방, 즉 비존재의 영원한 적정이었다. 그것은 창조의 모든 흔적을 거부하고, 스스로 존재하기를 멈추는 길이었다.
신은 조용히 나의 선택을 기다렸다. 이 순간, 나는 깨달았다.
신이 나에게 행한 유일한 심판은, 나에게 다시 한번 자유 의지를 부여하여 궁극적인 선택을 요구하는 것이었다는 것을.
나는 염라대왕의 법칙 속에서 책임을 보았다.
부처의 깨달음 속에서 자립을 확인했다.
예수의 십자가 속에서 사랑의 깊이를 이해했다.
융의 심리학 속에서 내면의 갈망을 발견했다.
니체의 절규 속에서 의지의 한계를 경험했다.
마르크스의 외침 속에서 현실의 절박함을 공감했다.
이 모든 것이 내가 살았던 유한한 삶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었다. 고통을 겪었기에, 나는 자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불합리를 보았기에, 나는 정의를 갈망할 수 있었다.
나는 신을 향해 나의 의식을 투사했다.
"신이시여. 저는 당신의 창조가 불합리하다고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증인들의 증언을 통해, 고통 없이 자유도 없으며, 책임 없이 존엄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당신은 완벽한 세상을 만들 수 있었지만, 스스로의 존엄을 포기하고 모든 결과를 피조물에게 맡기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 선택이 바로 당신이 말한 사랑이었음을 이제야 이해합니다."
나의 의식은 두 길 중 하나를 선택하기 위해, 흰색 공간 한가운데에 굳건히 섰다. 나는 더 이상 도피하지 않았다. 나는 더 이상 불평하지 않았다. 나는 선택했다.
"저는 소멸을 거부합니다. 저는 다시 창조될 것을 선택합니다. 당신이 부여한 이 모든 고난과 모순을, 이제 나의 목적으로 삼고 다시 한번 삶을 살겠습니다.
신이시여, 당신은 나에게 궁극적인 자유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자유를 사용하여 당신의 창조에 동참할 것입니다. 저는 이제 Against God이 아닌, With God의 의지로 살아가겠습니다."
나의 의식이 빛의 길로 들어서는 순간, 신의 목소리가 마지막으로 울려 퍼졌다. 이번에는 우주의 모든 악기와 천사들의 합창이 뒤섞인 듯한, 가장 아름답고 장엄한 진동이었다.
"잘 선택했다. 피조물이여. 너의 투쟁은 이제 끝났다. 나의 창조는... 너의 선택으로 완성된다. 너는 이제 내가 창조한 세상으로 돌아가, 너의 자유 의지로 나의 목적을 증명하게 될 것이다. 가거라. 그리고 너의 존재가 얼마나 위대한지를 스스로 증명하라."
빛이 나의 의식을 완전히 감싸 안았고, 나는 하나의 새로운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는 듯한 경이로운 전율을 느끼며, 영원한 흰색의 공간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