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삶이 담긴 헌책방

by 김준호

'삶이 담긴 헌책방'이라 사업자 등록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작은 커피숍에 들렀다.

아직 오전 시간이라 그런지 손님이 없었다.

커피를 받아 들고 창가쪽에 자리 잡고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한가로운 자유를

느꼈다. 글만 쓰고 싶지만 가장으로서 의무가 있기에 뭔가를 해야 된다는 강박에서 조금은 해방되는 듯했다.

아직 제대로 시작도 되지 않은 '책방'이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약간의 산미가 도는 커피가 마음에 들었다. 조용히 커피 맛을 즐기며 카페의 실내를

둘러보았다. 한쪽 벽면에 작은 책장이 있고 그곳에는 서너 권의 잡지와 책이 꽂혀 있었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집어 들고 다시 내 자리에 앉아 읽기 시작했다.

ai 생성

오래전에 읽었던 책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에 가장 어울리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리 교수와의 만남과 그에게 듣는 마지막 수업.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는 교훈서,

자기계발서에 나오는 처세술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다. 심지어 '너무 뻔한 말'이라고까지 생각했다.

그때의 나에게 모리의 말은 죽음을 앞둔 노인의 공허한 훈수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가장으로서 꿈과 현실 사이의 팽팽한 줄다리기를 견뎌온 지금의 내게 그의 말은

'생존의 기술'이 아닌 '삶의 의미'로 다가온다. 책방의 이름을 '삶이 담긴'이라 지은 것도 어쩌면 내 삶의 결핍을 그곳에서 채우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잘못된 것들을 추구하고 있다."


모리의 이 말이 이제야 가슴에 와닿았다. 20년 전에 읽었을 때는 몰랐다.

나 자신이 '잘못된 것들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더 큰 광고주, 더 높은 연봉, 더 화려한 프로젝트. 그것들이 나를 만족시킬 줄 알았다. 모리 말대로, 그렇지 못했다. 나는 책장을 넘겼다.


"우리는 이기적인 일들에 너무 얽매여 있다. 경력, 가족, 충분한 돈, 주택담보대출

유지, 새 차를 사는 일, 고장 난 라디에이터를 수리하는 일처럼 말이다.

우리는 그저 살아가기 위해 수없이 많은 사소한 일들에 매달려 있다. 그래서 한 걸음

물러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이렇게 묻는 습관을 갖지 못한다. '이게 전부인가? 내가

원하는 것이 이것뿐인가? 혹시 뭔가 빠진 것은 아닐까?'"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광고 일을 그만두고 헌책방을 인수한 것도 결국 이 질문

때문이었다.


'이게 전부인가?'

이제 글만 쓰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또다시 같은 질문이 떠오른다.

'이게 전부인가? 내가 원하는 것이 이것뿐인가? 혹시 뭔가 빠진 것은 아닐까?'


글을 쓰기 위해 글을 쓰는 건가. 아니면 다른 무엇인가. 글을 쓰면서 행복해야 하는데,

글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책을 덮고 창밖을 보았다.

모리의 말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나는 진짜 무엇을 원하는가?. 글을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을 찾는 것이 이 헌책방에서 첫 번째 할 일이 될 것 같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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