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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국국어교사모임 Jan 26. 2021

스스로 생각 만들기, 국어과의 민주시민교육

전종옥 서울 마곡중 ggochimi@sen.go.kr


학교에서 민주시민교육을 잘해 보자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2020년 7월 20일에 국회의원회관에서 강민정, 박찬대, 권인숙 의원실의 공동 주최로 ‘학교민주시민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 및 향후 입법과제’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크게 두 목소리였다. 학교 교육과정에 민주시민교육 과목을 두고 범교과 학습 주제를 통합적으로 재구성해서 교육하자는 방법과 현재 교육과정 안에서 모든 교사가 교과 재구성을 통해 민주시민교육을 하자는 방법이었다. 어느 쪽이든 지금까지 우리 교육에서 민주시민교육이 잘되어 왔다면 이런 논의는 불붙지 않았을 것이다. 


학교 교육과정을 학년별로 체계화 

마곡중학교는 2015년에 서울형 혁신학교로 개교했다. 교사들의 협의를 거쳐 수업에서 토의와 협력적 배움이 중심이 되는 긍정적인 변화를 이루었다. 앞으로 수업에 학생자치가 적절하게 반영되게 하는 것이 남은 과제다.

2017년에 배움·나눔 민주시민교육과정(이하 ‘배움·나눔’)을 준비할 때는 교과와 비교과 교육과정의 연계를 강화하고, 수업과 평가가 일체화되는지 점검했다. 학교 교육과정은 학년별로 학생들의 발달 단계, 학생 생활 적응도, 인식과 경험 수준을 고려하여 기반 다지기, 경험 쌓기, 경험 확장하기로 체계화했다. 중학교 1학년을 씨앗, 2학년을 자람, 3학년을 나눔으로 표현했다. 2018년부터는 교과 수업과 연계되는 영역을 넓혀 배움의 밀도를 높였다.

다음은 학년별로 세분화한 교육과정의 주요 내용이다.                     

1학년 – 기반




생태환경교육과 평화적 문제 해결로 민주시민의 감수성 갖추기





2학년 - 경험




민주주의 역사와 기본 원리를 배우고 실천하여 민주시민성 기르기





3학년 - 책임




학생자치를 실천하여 자율과 책임 의식을 갖춘 세계 시민 되기





자유학년제로 운영되는 1학년에서는 생태 민주주의 교육을 한다. 도덕과에서는 ‘지구 환경 살리는 미니멀리즘의 삶’을 배우고, 한문과에서는 계절과 관련된 문자도를 그려 복도와 계단에 전시하고, 미술과에서는 폐플라스틱을 모아 붙여 조형물을 제작해서 플라스틱 사용으로 인한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알렸다. 생태 환경교육은 학생회의 부서 활동으로도 이어졌다. 녹색부에서 식생활 배움·나눔 프로젝트를 하는데 전교생의 30%에 가까운 170명이 참여하여 잔반을 56%나 줄이는 성과가 있었다. 학생들은 학생회가 발행하는 자체 화폐인 ‘바티’ 관리나 급식 질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민주적인 토론을 하며 스스로 찾아 나갔다.

2학년은 창의적 체험활동을 중심으로 봉사활동과 자치활동을 연계했다. 2019년에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3.1운동 기념 주간에체험학습을 하고 봉사활동도 했다. 여성 독립운동가를 소개하는 심옥주의 《나는 여성이고 독립운동가입니다》(우리학교, 2019)를 읽고 저자와 대화를 하고, 모둠별로 여성 독립운동가를 소개하는 게시물을 전시했다.                                          

7/15(월) 6교시




7/16(화) 6교시




7/17(수) 6교시





주제




• 영상전 •


체험활동 때 촬영한


독립기념관 홍보 영상




• 민주주의 영화제 •


말모이, 군함도,


아이캔스피크, 암살




• 후배와 수업하기 •


독립운동, 임시정부,


일제의 탄압




• 사진전 관람 •


서대문형무소 사진전 관람과 스티커 투표





준비 학급




2학년 모든 학급




2학년 3반




2학년 4반, 7반




2학년 모든 학급





참여 학급




2학년 모든 학급




2학년 모든 학급




1학년 모든 학급




다른 6개 학급





장소




어울림터




어울림터




1학년 교실




3층 복도





3학년은 학급마다 인권을 주제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한다. 학급회의에서 흑인 인권, 소수자를 위한 인권, 노동 인권 등으로 다양하게 주제를 정하고 실천 계획을 세웠다. 2018년까지 교사 중심으로 운영하다가 2019년부터 학생회와 학급으로 중심이 옮겨 갔다. 학생들이 스스로 내용을 준비하기에 학생 눈높이에 맞게 운영되지만 활동의 열의에는 학급 간 온도 차이가 있었다.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이 불규칙적이고 지도교사가 시간마다 바뀌는 불안정한 구조에서 교사의 역할이 자료를 걷는 데 그친 점은 보완이 필요하다.

학년별로 진행되는 교육과정을 마치고 여름 방학식 날에는 여러 학년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교과 페스티벌 행사를 한다. 거기서 다른 학년, 학급과 나누고 싶은 것을 하나씩 소개를 했다. 같은 학교에 다녀도 학년과 반이 다르면 잘 모르는 일이 많은데, 교과 페스티벌은 학생들을 하나로 어우러지게 한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는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하는 구절이 있다. 진짜 자기 생각으로 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학생들이 자기 생각을 가지려면 여러 사람 앞에 서는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혼자만의 생각이나 또래 집단의 일상 대화만으로는 부족하다. 자기가 입고 있는 옷의 브랜드가 자신의 가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믿음, 화장한 얼굴을 자신으로 내놓고 싶은 마음은 과연 어디까지, 얼마나 자기 생각일까?

내가 국어 시간에 제일 강조하는 건 ‘자기 생각으로 사는 삶’이다. 그렇게 사는 사람은 누구에게도 함부로 조종당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이 우리 사회에 끊임없이 늘어나게 하는 일이 모국어를 다루는 국어교사가 잘할 수 있는 일이고 해야 할 일이다. 

국어 시간의 민주시민교육 1: 전문가가 되어 말하는 모의 패널토론 

십여 년을 갈고닦은 잡담 실력으로 교실을 장악하는 아이 얼굴이 떠오른다. 중학교를 3년 다니는 동안, 이 아이가 여러 사람 앞에서 한 가지 주제에 대해 30분 이상 깊이 있게 말해 본 일이 몇 번이나 있을까? 공개적, 공적 대화의 장을 학교에서 제대로 경험한다면 이 아이도 사회 현안을 앞에 두고 진지하게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사회 쟁점에는 그 분야 전문가나 이해 당사자가 있기 마련이다. 학생들이 공식적인 말하기를 하는 상황을 만들면, 사회 현안이 공론장에서 다뤄지는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준비

우리 학교는 교과에서 대부분 모둠 협력수업을 한다. 학생들은 나와 두 해 동안 국어 공부를 함께한 아이들이 대부분이어서 서로의 특성과 요구를 깊이 알고 있었다. 공감대가 있었기에 토론 주제를 사회 쟁점으로 과감하게 잡았다.

교원 학습공동체에서 토론 방식에 조언을 구했다. 학생의 흥미와 학습 준비도에 편차가 크기 때문에 디베이트 형식의 찬반 토론 수업으로는 성취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학생이 많을 거라는 의견이 있었다. 토론 주제를 다양하게 제시하고, 토론 형식도 학습자의 준비도에 맞춰 적정한 수준의 도전 과제를 주는 방식이 좋겠다고 했다. 디베이트 토론의 약점을 보완하면서 학생들의 성취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모의 패널토론으로 결정했다.

토론 주제를 선정할 때는 다른 교과와 연계 가능성을 찾아보려고 교내 메신저로 협조 요청을 했다.                    

* 3학년 교과 선생님께 드리는 협조 요청


- 국어 수업에 토론하기가 있어요.


- 모의 패널토론 수업을 할 예정입니다.


- 각 교과에서 공부하는 내용 중에 논쟁적인 주제가 있으면 알려 주세요.


- 교과통합수업으로 만들어 보려구요.


- 조그마한 단서라도 주시면 아이들과 어떻게든 지지고 볶고 해 볼게요.





실행

4인 모둠으로 협력학습을 했고, 모둠 구성에는 교사의 입김을 어느 정도 불어넣었다. 책임지고 활동을 끌어 줄 모둠장을 4명 지명한 뒤에 같이 활동할 친구를 한 명씩 정하게 했다. 두 명 모둠에 다른 친구들이 자유롭게 자기 이름을 적어 6-7명으로 구성된 모둠이 반마다 네 개씩 만들어졌다.

첫 단계에는 학습 동기를 끌어내고 이를 배경지식과 연결한다. 방송의 토론 영상을 보여 준 다음에, 또래나 학교 선배들이 한 토론 영상을 보여 주면 학생들이 더 흥미를 느낀다. 학습지와 동영상으로 토론과 학습자의 경험을 연결하는 데서 시작해서 패널토론 모습이 생생하게 드러나는 영상을 보여 주면 학생들은 자기들이 완성할 프로젝트가 어떤 모습일지 뚜렷하게 알게 된다.

중학교 과정의 말하기를 갈음하는 수업이기에 12차시를 배정했다. 모둠마다 발표 시간을 1차시씩 배정하여 토론 과정과 절차가 충분히 드러나고 논제와 쟁점에 깊이 있는 접근이 이루어지게 했다. 학생들은 차시별로 구조화된 학습지를 모둠 협력 또는 개인별로 완성해 나가며 프로젝트를 완성해 나갔고, 이를 과정중심 수행평가로 반영했다.                                                      

모의 패널토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서로 끊임없이 도움말을 주고받는다. 발표–경청–질문 과정에서도 발표자와 청중 사이에 피드백이 이루어진다. 토론 참여자와 청중이 함께 만들어 가는 토론을 경험하며 학생들은 진정한 토론이 협력적 의사소통 과정임을 깨닫게 된다.

다음은 ‘일제 식민지 시대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논제로 패널토론을 준비한 모둠이다. 그 시대를 각자의 입장에서 충실히 증언해 줄 전문가를 스스로 정하고, 누구인지 한눈에 알릴 수 있는 팻말과 소품도 준비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역할은 목에 때 묻은 수건을 걸치고 얼굴에는 검댕을 묻혔고, 고종 황제 역할은 종이로 만든 익선관을 쓰고 손에 커피가 담긴 종이컵을 들었다. 사회자로는 영세 중립국의 외교부 직원이 자리했다. 학생들은 역사 속 인물이 되어 그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끌어내서 토론했다. 어렵고 낯설어했지만 흥미와 열의는 매우 높았다. 준비 차시에는 일간신문 취재가 있었고, 발표 차시에는 수업을 공개하여 긴장도가 높았지만, 그 상황을 오히려 더 즐기는 학생도 있었다.                                                      

정리

학생들은 교사가 설계한 수업과 평가 계획에 따라 참여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왜,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하고 난 뒤 자신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물음을 던짐으로써 자기 생각이 있는 주체로 성장한다. 자기 평가서는 교사가 학생에게 마지막 피드백을 하고, 수행평가를 점검하는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주제 학습이나 프로젝트를 마칠 때마다 자기 평가서를 쓰게 했더니, 사물이나 현상을 단편적, 분절적으로 보지 않고, 맥락을 좇아 종합적으로 정리하는 능력도 조금씩 키울 수 있었다.                     

* 다음 물음을 참고하여 모둠 패널토론 발표 프로젝트를 진행한 과정과 소감을 써 보자.


✔ 모둠이 선택한 프로젝트 주제는 무엇이었으며 패널로는 어떤 사람을 설정했는가?


✔ 자신이 선택한 패널은 누구였으며 어떤 특징을 가진 토론자로 설정했는가?


✔ 어떤 과정을 거쳐 자신의 대본(자료)을 준비했나? 준비하면서 고민한 점,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 모둠의 토론 발표에 가장 많이 기여한 친구는 누구이며, 어떤 점이 가장 뛰어났는가?


✔ 다른 모둠의 토론 발표를 보고 들은 느낌이나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무엇인가?


✔ 모의 패널토론을 하기 전과 비교하여 하고 난 뒤에 내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 패널토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사회는 장차 어떤 모습으로 변해 갈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토론한 모둠 김산하(사회자)의 진행이 매끄러워 인상 깊었으며, 목소리의 톤, 크기, 속도, 발음의 차이에 따른 전달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또 전문가가 되어 발표할 때 실제 전문가인 양 연기하고, 전문적인 지식을 뽐내는 친구들이 대단했다. 자료 수집 과정 중 겹치는 내용이 있는지, 출처가 믿을 만한 곳인지 검토하며 찾았다. 패널을 국가생명윤리정책원장으로 선택한 이유는 복제에 반대하는 내 입장을 전문적으로 잘 대변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모의 패널토론을 하기 전과 비교해서 하고 난 뒤에 내가 달라진 것이 있다면 먼저 토론이라는 것에 거리낌이 없어졌다. 또 논제에 맞는 쟁점 찾기, 자기주장을 정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근거를 찾는 능력이 향상됐고, 사람들 앞에 서서 주장을 내세워 이야기하는 것에 자신감이 붙었다. 패널토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사회는 장차 더 많은 사람의 행복, 편리를 가져다주는 모습으로 변화해 갈 것이다. - 학생이 쓴 글 

이 수업에서 학생들은 사회 현안에 어떻게 접근하고 그것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자신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경험한다. 한 번은 발표자로, 나머지는 방청객으로 개개인의 참여로 공론장이 풍성해지는 경험을 하며 민주시민이 되는 길을 찾아 나간다. 

국어 시간의 민주시민교육 2: 다양한 관점으로 보기/표현하기 → 경계 무너뜨리기 

“민주주의란 이다.”

나는 이 빈칸에 ‘딜레마’라는 말을 넣으려 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다수결을 따라야 하지만,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 사상과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지만, 혐오 발언이나 증오 표현까지 허용되어선 안 된다. 그 기준은 무엇이며, 한계는 어디인가? 의문에서 출발해서 경험과 학습을 통해 이전의 생각을 버리고 새롭게 자기 생각을 찾아 나가는 그 변증법의 과정을 거쳐야 스스로 답할 수 있다. 그 모든 과정이 다양한 관점이라는 애매와 모호 사이에서 출발한다. 

인권·평화의 달 수업

이 수업은 사회 현안을 다루는 문학작품을 감상하는 학습에서 할 수 있다. 문학작품의 서술자 파악하며 작품 수용하기, 다양하게 분석 비교하며 작품 감상하기, 같은 화제를 다룬 여러 글을 읽으며 관점과 형식의 차이 파악하기에 대한 성취기준과 관련지어서 했다.

이 수업은 3월 중순에서 4월 초에 학생회에서 하는 ‘인권·평화의 달’ 행사와 연계하여 이루어졌다. 2017년 학교 축제에서 2학년 자치기획단 학생들이 인권과 평화를 주제로 제주 4.3 민주시민교육 부스를 운영했는데, 이것이 제주 4.3 진상 규명 서명 운동, 유족에게 편지 쓰기로 이어졌다. 다음 해에는 학생회가 인권‧평화‧자유 주간 행사에 역량을 모으고 국어, 미술 선생님이 힘을 더해서 학생 생활문화 전반에 영향을 줄 만큼 큰 효과가 있었다. 광화문 국민문화제에 서울 강서 지역의 10개교 200여 명의 학생들이 부스 운영자로 참여하면서 제주 4.3을 중심으로 한 인권·평화 교육은 확산되었다.

그래서 ‘제주 4·3 알기-4·16 참사 기억하기-4·19 혁명 알기’로 이어지는 학생회 일정에 맞추어 교과서에 수록된 공선옥의 <일가> 대신 현기영의 <순이삼촌>으로 서술자와 작품의 관계에 관해 학습을 했다.

감상을 마친 뒤 말하는 이의 문제를 학생들의 실생활에 적용해 보는 모둠 수행평가를 했다. 

[우리 삶에 적용하기(수행평가)] - 말하는 이가 처한 상황(때와 장소, 말하는 의도와 목적, 사회적 상황)을 고려하며 시점 바꿔 쓰기 활동을 해 봅시다. 예시 중에서 하나씩 선택하여 조합합니다!                    

▶ 선택 1 : 말하는 이(화자)의 상황 ◀ ☞ 글쓰기 할 주제(항목)를 정해 주세요.





① 소설 <순이삼촌>을 읽고 시점을 바꿔 순이 삼촌과 고모부의 시점에서 쓰기


② 소설 <동백꽃>을 읽고 말하는 이를 점순이로 바꿔서 작품 쓰기


③ 100돌 3.1절을 맞는 한국과 일본의 정치인의 말하기 비교하여 쓰기


④ 성 평등 문제에 관한 시각차


⑤ 인종이나 문화의 차이에 대한 말하는 이의 생각


⑥ 말하는 이를 바꿔 대중가요 노랫말 바꿔 쓰고 - 뮤직 비디오 만들기


⑦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사물의 시점에서 편지 쓰기 (예: 화장실, 변기 등)





▶ 선택 2 : 모둠 활동 발표 형식 ◀ - 우리 모둠은 이렇게 발표를 할까?





㉮ 뉴스로 보도하기




㉯ 카드 뉴스로 만들기





㉰ 상황극 만들어 보여 주기(직접 연기)




㉱ 모방 시로 표현하기(+시 낭송 영상물)





㉲ 슬라이드 극(방송) 등




㉳ 뮤직 비디오 만들기 / 유시시 만들기





☞ 우리 모둠의 선택은? 예:②-㉰




※수행평가 안내

- 모둠 평가와 개별 평가를 따로 반영하되, 주로 과정의 관찰과 확인, 결과물로 평가한다.

- 수업 시간마다 과제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교사에게 확인받는다.

- 최종 결과물을 학습카페에 올려 다른 반 친구들과 함께 배우고 나누는 과정에 참여한다. 

주제 관련 자료와 활동을 기록할 학습지 양식을 교사가 준비해서 학습 접근 문턱을 낮췄다. 특히, ‘성 평등 문제에 관한 시각차’를 선택한 모둠에게는 교과서 자료와 웹툰으로 알려진 만화, 당시 널리 읽힌 소설을 제시하여 다양하게 접근하게 안내했다.

‘선택 1’은 다양한 형식과 주제의 글을 모둠원끼리 협의하여 정하는 일이고, ‘선택 2’는 그 활동 결과를 다른 모둠과 나누기 위한 발표 형식을 정하는 일이다. 이런 모둠 활동을 통해서 학생들은 관점이나 태도에 따라 다양한 말하기가 가능하다는 점과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도 하나둘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이를 통해 틀에 갇히지 않는 생각과 표현 방법을 조금씩 터득하리라 기대했다.

결국, 이 학습은 아이들에게 고정된 실체, 사물은 없다는 걸 꾸준히 자극하는 과정이다. 아이들은 특정 교사의 관점에서 작품이나 현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해석과 감상 사이에서 떠돌며 스스로 해석을 만들어 나간다. 

국어 시간의 민주시민교육 3: 코로나19 시대에 학생들과 만나기 

2020년 2월 중순 신학년 대비 집중 연수 때만 해도 학년별, 교과 간 연계-융합 수업을 향한 희망이 풍선처럼 부풀어 터질 지경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앞에 풍선은 순식간에 쪼그라들었다. 굳건히 유지되던 일상마저 한순간에 뒤죽박죽되었다. 하늘길이 막혔고, 학교가 문을 닫았으며,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한다. 학교는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이 깊어 갔다.

찬밥, 더운밥을 가릴 때가 아니었다. 어떤 성취기준을 다루든 학생들의 행복감을 높이고, 삶의 역량을 키워 주는 것이 학교와 교사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존재 이유가 아니던가. 교육의 근본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끊임없이 물었다. 적어도 학생들이 누군가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이 되는 길을 안내하는 일, 그것만은 멈춤이 없어야 하지 않을까. 코로나19 시대에 학생 중심 수업, 협력적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수업, 과정을 중시하는 수업이 이루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 이어졌다. 원격 상황에서 어떻게 학생을 중심에 놓고 협력적 상호작용을 이룰 수 있을까?

얼굴을 안 보고도 과정 중심으로 학습과 평가를 진행할 수 있을까? 계획이 만족스럽게 세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원격수업은 시작되었다. 청중의 관심과 요구를 고려하여 말하기와 논박하여 토론하기를 배우는 시간인데 얼굴을 보여 주기는커녕 마이크조차 켜지 않으려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학생 중심으로 협력적 상호작용을 만들어 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실망과 좌절을 거듭하면서도, 눈길에 어지러이 찍힐 내 발자국을 걱정하면서도 걸어야 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내용을 충분히 담지 못하면 형식을 유지하고 관계를 튼튼하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민주시민교육의 한 자리는 넉넉히 감당하고 있다고 믿으며 1학기 내내 주당 16시간씩 실시간으로 쌍방향 수업을 진행했다. 그렇게 배움-나눔 수업을 밀고 나갔다.

적을 때는 한 반씩, 많을 때는 네 반을 한꺼번에 구글 미트로 불러들였다. 아이들에게 배포한 학습 자료를 원노트에 저장해 놓고, 음운 체계나 문장의 짜임과 같은 지식 중심 성취기준부터 문학의 심미적 체험이나 글의 관점과 형식의 차이와 같은 상호작용이 중요한 성취기준을 두루 학습했다. 학생들은 채팅창에서 생각과 의견을 주고받았고, 모둠 채팅방에 5명씩 모여 서로 배우고 가르치기도 했다.

5월부터는 즉각적인 피드백이 가능한 도구인 패들렛을 수업에 활용했다. 수업이 끝난 뒤에 이루어지는 피드백은 별로 도움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전체 흐름을 중시하는 과정중심평가의 기반도 조금씩 쌓였고, 학생들끼리 상호작용도 제법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개별 학습 활동




모둠 활동




개인 수행 활동





처음에는 원격 상황의 모둠 활동을 매우 힘겨워하던 학생들도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잘하게 되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작이 힘든 기기와 자료 파일, 마이크를 한꺼번에 다루며 동료성을 제대로 쌓지 못한 급우들과 협력 학습을 해야 하는 상황은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고비였다. 패들렛을 통한 즉각적인 피드백과 협력적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수업을 거듭할수록 학생들은 자신의 결과물이 점차 향상되는 것을 확인하고 폭발적인 만족감을 표현했다. 수업의 내용을 만족스럽게 채우지 못하는 가운데서도 만남과 상호작용만은 놓치지 않았던 것은 새로운 출발을 위한 디딤돌로 충분했다.

1학기에는 원격 학습 방법에만 온통 몰두한 측면이 짙다. 이젠 한 발짝 더 나가야 한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이 상황을 어떻게 맞아야 하는가에 더 집중해야 한다. 국어: 질병, 감염병 관련 책 읽고 토론하기, 영어: 팬데믹 관련 해외 사례 독해, 발표하기, 사회: 비대면 사회 구성원으로 당면할 과제 토론하기, 기술·가정: 바이러스로부터 몸을 지킬 수 있는 면역력 높은 식단 짜기. 코로나19와 함께 하는 민주시민교육은 ‘어떻게’를 넘어 ‘무엇을’에도 눈길을 돌려야 한다. 

학생이 민주시민이 되려면 

민주시민교육이 잘되려면 교사가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혼자 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나 혼자 하는 상황에 빠지고 만다. 교과 안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다른 교과에도 줄기차게 손을 내밀자. 핀란드에서는 이미 현상기반학습(Phenomenon-Based Learning)을 들고 나와 교과의 경계에 머무르려는 얼어붙은 호수에 도끼질을 했다. 교과만으로 힘에 부치거나 뭔가 어설프면 학생자치를 앞세워 보고, 동아리 활동을 옆자리에 나란히 놓아 보자.

그리고 일단 해 보고 반성하자. 어떤 일이든 처음 시작할 때는 해야 할 이유 하나에 하지 말아야 할 이유 아홉이 달리는 법이다. 그 하나를 붙잡고 시작하는 일이 교과와 민주시민교육을 잇는 일이다. 당연히 뜻대로 안 되는 것이 훨씬 많아 괴롭다. 하지만 그 괴로움을 겪어야 다음 출발선이 달라진다. 다른 이들도 내 출발선에 함께 설 수 있다. 조건이 잘 갖춰진 뒤에 하겠다는 것은 결국 현실에 변화를 불러올 주체가 되지 않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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