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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SU Dec 03. 2019

<타이페이 스토리>,전설의 명작

에디터 SU의 쉐어컬쳐


안녕하세요. 에디터 SU입니다.

도심 속 삶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 나 또한 뭔가 하고 있다는 안도감을 가져다주거든요. 하지만 반복적인 생활로 인해 내가 지금 서 있는 공간에서의 허구 또한 느끼기 마련입니다. 진짜 같지 않다는 느낌.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 삶.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공기 중을 떠다니고 있다는 느낌. 하지만 우리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지금과는 다른 삶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죠. 그 희망마저 없다면 조금이라도 서 있을 힘조차 없을 테니까요. 오늘 소개해 드릴 영화는 1985년작 <타이페이 스토리>입니다.








넓은 집으로 이사를 한 수첸(채금 분)에게 아룽(허우 샤오시엔 분)은 '인테리어 비용이 많이 들겠다'는 말을 건넵니다. 이에 수첸은 '곧 승진할 테니 월급이 오를 것이다'라고 답하죠. 이들의 관계는 연인 관계이긴 하지만 대화는 낙엽처럼 가볍고 메말라 있습니다.







수첸의 회사가 위기에 처하고 되고 이에 따라 퇴사까지 하고 마는데요. 수첸은 불안과 권태에 둘러싸여 있지만 아룽은 그녀가 바라보는 세상에 동참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수첸은 아룽과 함께 미국 이민으로 또 다른 도약을 꿈꾸지만, 상황은 계속 꼬이기만 합니다. 불안, 권태, 확신과 활력이 없는 무미건조하고 우울하기까지 한 타이페이의 당시 상황을 <에드워드 양> 감독은 감각적이지만 사실적으로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붐비는 도시를 비어있는 꿈의 도시로 탈바꿈시킬 수도 있고,
일상적인 풍경을 달빛이 넘치는 곳으로 바꿀 수도 있다.







무려 34년 전의 타이페이 상황이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는 불안, 확신 없는 삶과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항상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삶조차 감사하다면 그냥 놓아버리고 싶다는 생각들. 출근길에 보이는 수많은 선들은 수많은 사람들만큼이나 단절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회사에 도착했을 때 보이는 선들. 그리고 컴퓨터에 보이는 다양한 선들 조차 내가 긋고 있는 어떤 소통의 부재가 느껴집니다.







<타이페이 스토리> 극 중에서 현대적 주거공간인 아파트 내부를 선과 공간으로 나누어 인물 관계의 단절을 나타내는 미장센과, 어두운 조명 및 정적인 카메라, 그리고 배경음악의 배제 등의 기법은 관객으로 하여금 현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착각을 일으킵니다. 2019년 현재, 대한민국 현대인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도 거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에드워드 양> 감독은 <타이페이 스토리>와 <공포 분자> 작품을 통해 대만의 뉴웨이브를 이끌었던 감독입니다. 1961년 대만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최초의 미성년자 살인사건을 소재로 만든 이 영화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은 3시간 5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독재와 폭력으로 얼룩진 굴곡의 대만사와 쓰라린 성장기를 겹쳐놓으면서 마틴 스콜세지를 비롯해 세계 영화사에 남을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게 됩니다.







2000년에 현대 타이베이의 중산층 가족의 일상과 희로애락을 다룬 <하나 그리고 둘>이 발표되는데요.  이 영화는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급으로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21세기에 나온 최고의 영화 중 하나라는 찬사와 더불어 <에드워드 양> 영화 중에서도 박스오피스 최고치를 기록하게 됩니다. 하지만, 대장암으로 아쉽게 2007년에 향년 60세 나이에 타개하게 됩니다.









<타이페이 스토리>는 저작권 이슈 등으로 DVD 조차 남아있지 않았다고 해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설립한 필름 파운데이션(Film Foundation)의 월드 시네마 프로젝트(World Cinema Project) 일환으로 대만 영화진흥위원회와 벨기에 국립 시네마테크 그리고 허우 샤오시엔 감독이 공동으로 참여해 복원했는데요. 34년 만에 국내 최초로 개봉하는 영화입니다. 허우 샤오시엔 감독은 <비정성시>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감독인데요. 에드워드 양, 허우 샤오시엔, 차이밍 량은 대만 뉴웨이브를 이끌었던 감독입니다. 허우 샤오시엔 감독은 <타이페이 스토리>에서 '아룽'역을 맡아 열연하는데요. 허우 샤오시엔 감독의 젊은 시절을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니 못 보신 분들은 꼭 한번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대만의 '뉴 웨이브' 거장들의 특별한 만남을 기대할 수 있는 <타이페이 스토리>를 통해 현대와 과거의 변하지 않는 일상성을 느껴보시는 건 어떨까요? 에디터 SU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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