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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SU Mar 11. 2020

넷플릭스 추천영화 : 눈부신 세상 끝에서, 너와 나


안녕하세요. 에디터 SU입니다. 

학교 휴학계를 내고 아버지 지인 회사에서 사무실 알바를 했을 때였습니다. 꽤 추운 겨울이었고 버스를 타고 출근하던 그때. 꽉 찬 사람들 사이로 비치는 버스 창밖의 하얀 눈들이 서럽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몇 정거장만 가면 버스에서 내려 여느 날처럼 출근하면 될 것을 무작정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그냥 걸었습니다.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하얀 눈밭에 내 발자국을 채우면서요. 한참을 걷다 보니 어딘지 모를 언덕에서 내 삶에 대해서 생각했어요.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되나 싶은. 사회에 발을 떼지도 않았을. 어렸으면 어렸다고 할 수 있는 그때가 지금 생각해도 가장 고독했고 방황했던 나날이었습니다. 

그때 만났습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최소한의 생계를 위해 아무 맛도 못 느끼며 먹었던 밥과 잠만 자기 위해 갔던 집.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의 삼색 시리즈를 반복적으로 보며. 방안을 온통 블루로 물들였을 때 만났던 사람. 결핍마저도 사랑해 줬던 그는 이유도 모를 방황을 그냥 지켜봐 주곤 했습니다. 정확히 어느 시점이라고 말하긴 힘들지만. 분명 성인으로 나아가는 성장통엔 이유 모를 아픔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그때 가장 친한 친구의 죽음은 나에게 죽음마저 하찮고 누구든지 죽음과 함께 할 수 있는 그림자 같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그 어느 때보다 가슴 시리고 힘들었던 그 시기에 분명 사랑도 있었습니다.

영화 <눈부신 세상 끝에서, 너와 나>는 성장통에 만난 사람은 설렘보다 엇나간 감정선이 나올지 모를까 두려움이 앞서는 영화입니다. 영화는 시종일관 상처에 조심스럽게 다가갑니다. 행여 이들의 사랑이 통속적이거나 틴에이저 러브스토리에 묻히길 바라지 않았던 감독의 의도가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죽음이라는 소재가 그 어느 소재보다 진부할 수 있기 때문에 개연성을 충분히 고려합니다. 어쩌면 내 기억 저편과 이 영화가 맞닿아 있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요? 영화를 보는 내내 방안을 온통 블루로 꾸몄던 그때. 빨간색 장미를 사 와 내 망각을 깨워줬던 그 사람이 생각났습니다.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 그 사람의 살 냄새밖에 기억이 안 날지언정. 빨간색 장미만큼이나 나를 아프게 했던 그 사람. 이제는 사랑이라고 부르면 낯 뜨겁고 민망한 단어이지만. 이 영화를 통해 사랑이 어색하지 않았던 그때가 생각나게 만드는 소중한 영화가 돼버렸습니다. 

영화 <눈부신 세상 끝에서, 너와 나>는 언니의 죽음으로 하루하루를 상실감으로 살아가는 '바이올렛 마키 (엘르 패닝 분)'에게 아버지의 학대로 정신과 육체적인 상처가 있는 '시어도어 핀치 (저스티스 스미스 분)'가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다코타 패닝'의 언니로 알려져 있는 '엘르 패닝'은 개인적으로 <갤버스턴, 2018>을 보고 난 뒤 애정 하게 된 90년 생 배우 중 한 분인데요. 시간이 갈수록 그녀의 유명세만큼이나 신비로움 또한 깊어지는 묘한 매력을 가진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대역은 쥐라기 공원에 나왔던 '저스티스 스미스'인데요. 이번 영화에서 목소리가 극 중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목소리의 울림 때문인지는 몰라도 누구라도 그의 매력에 쉽게 빠질 수 있을 건데요. 목소리를 주목해서 보시면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게 될 겁니다. 

저 역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다소 위축되고 조심스러운 나날이지만, 그럼에도 나의 감성을 일깨우는 것들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영화는 어쩌면 과거의 나를 만나는 통로가  아닐까요? 설렘이라는 감정을 잊고 산지 오래된 지금이지만, 영화 <눈부신 세상 끝에서, 너와 나> 영화를 보시면서 두근거림에 대한 낯선 감정을 꺼내보시는 건 어떨까요? 에디터 SU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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