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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SU Mar 21. 2020

오팔세대 지적교류 커뮤니티의 탄생, 반서재

액티브 시니어를 위하여


안녕하세요. 에디터 SU입니다. 

오늘은 저희 어머니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어머니는 요리도 잘하시고 화초도 잘 가꾸십니다. 워낙 깔끔한 성격이어서 과할 정도로 청소도 많이 하시는데요. 자식들과 아버지 뒷바라지하기에 항상 바쁘셨고, 또 당신은 당신 삶에서 가족을 빼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고 종종 말씀하셨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언제부터인지 말수도 줄고 지인을 만나는 외출도 많이 안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아프시면 병원에 가보시라며 무성의한 말만 던지고 회사와 주말 약속을 위해 나가기 바빴습니다. 어느 날 퇴근 후 늦은 저녁을 먹는 저에게 오셔서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나...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




진지하게 말씀하시는 어머니의 얼굴이 낯설어 당황스럽고 위로는 해드려야 할 것 같아 '이제 엄마 인생을 살아'라고 했어요. 대화 도중 갑자기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저는 주말에 기분전환하러 가자고 달래드리긴 했지만 어머니는 제가 생각한 것보다 심각해 보였습니다. 








어머니는 예전부터 소설을 좋아하셨고, 특히 은희경 작가님의 열렬한 팬입니다. 표지가 다 헤질 정도로 조정래, 박경리 작가님의 작품을 읽고 또 읽으시는 분인데요. 어머니는 가족 뒷바라지 뒤에 남은 쪽 시간을 항상 책과 함께 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런 그녀가 내 인생을 찾고 싶은데, 어떻게 찾아야 될지 모른다고 합니다. 

주말 약속도 다 취소하고 정말 오랜만에 어머니와 긴 대화를 나눴습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어머니의 인생을 찾는 것을 도와드리고 싶었어요. 워낙 책을 좋아하는 어머니라 앞으로 책과 연관된 인생을 찾는 게 어떠냐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좋아하는 작가를 만나거나 즐겨읽는 책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싶고 글쓰기도 배우고 싶다고 하셨어요. 저는 저희 집 앞에 문화센터가 있고, 시에서 운영하는 시니어 재단도 많으니 그쪽에 문을 두드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고개를 저으며 말씀하셨어요.  


"가봤는데 나랑 안 맞는 것 같아."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는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20’에서 “과거 소비자로서 존재감이 약했던 노년층과 달리 신중년으로 일컬어지는 오팔 세대가 2020년 시장의 주목을 받을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경제 성장률 10%대의 고도성장기를 거친 오팔 세대는 우리나라 인구의 28%를 차지하고, 보유 자산도 가장 많다"라고 짚었는데요. 제가 이 얘기를 들었을 때 공감했던 부분은 저희 부모님 역시 오팔 세대에 해당하고, 아주 부유한 집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경제적으로 어렵지는 않습니다. 10%대의 대한민국 고도성장기에 저희 부모님도 계셨고, 저희를 키우시며 열심히 사셨던 이분들의 은퇴는 비단 저희 부모님만의 문제는 아니었던 거예요. 










문화 전문가들은 “록밴드 ‘퀸’의 리드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일대기를 다루며 흥행을 했던 영화<보헤미안 랩소디>가 오팔 세대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시작이었다”라고 하는데요. 저는 문화적인 부분도 그렇지만 소비층에도 큰 변화를 일으킨다고 생각합니다. 최신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컨템퍼러리 브랜드에 따르면 매출 비중이 50대는 42.9%로 40 대 32.7%, 30 대 20.7%를 앞질렀다고 밝혔습니다. 현대백화점 공식 온라인몰인 더 현대 닷컴도 지난해 연령대별 매출 신장률을 분석한 결과, 60대 이상이 전체 1위를 차지했다고 하니 분명 핵심 소비층이자 문화 중심 세대로까지 확장되고 있습니다.  






오팔 세대를 위한 전용 커뮤니티

저 역시 '트렌드 코리아 2020'을 읽은 터라 '오팔 세대'에 대한 개념은 명확히 알고 있는데요. 어머니와의 대화에서 오팔 세대 대상의 책을 중심으로 한 지적 교류 커뮤니티는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자체와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독서모임이나 문화 클래스는 범용적인 시니어 대상으로 운영되다 보니 수백 권 이상의 다독을 한 사람에게는 다소 시시하고 재미가 없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수개월에 거친 토론과 자료조사, FGT를 통해 오팔 세대 중심의 커뮤니티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온전히 나를 찾는 공간




저희 어머니처럼 책을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삶의 일부분이 된 분들이나 문화, 예술적으로 조예가 깊은 분들, 글을 쓰고 글을 통해 세상에 나오고 싶은 분들. 무엇보다 나를 찾고 싶은 분들이 모여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오프라인 커뮤니티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회사는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심혈을 기울여 오프라인 커뮤니티를 준비했습니다. 최근 코로나19 이슈로 오프라인 회사들이 많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은 온라인에서 채울 수 없는 사람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와 결이 맞는 사람, 나와 취미가 맞는 사람, 나와 지적인 교류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싶은 사람이 꼭 젊은 층에만 있을까요? 에디터 SU였습니다. 










※  <반서재> 1기 멤버십 자세히 보기 

https://www.shareus.co.kr/lecture/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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