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팔세대 지적교류 커뮤니티의 탄생, 반서재

액티브 시니어를 위하여

by 에디터SU


안녕하세요. 에디터 SU입니다.

오늘은 저희 어머니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어머니는 요리도 잘하시고 화초도 잘 가꾸십니다. 워낙 깔끔한 성격이어서 과할 정도로 청소도 많이 하시는데요. 자식들과 아버지 뒷바라지하기에 항상 바쁘셨고, 또 당신은 당신 삶에서 가족을 빼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고 종종 말씀하셨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언제부터인지 말수도 줄고 지인을 만나는 외출도 많이 안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아프시면 병원에 가보시라며 무성의한 말만 던지고 회사와 주말 약속을 위해 나가기 바빴습니다. 어느 날 퇴근 후 늦은 저녁을 먹는 저에게 오셔서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나...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




진지하게 말씀하시는 어머니의 얼굴이 낯설어 당황스럽고 위로는 해드려야 할 것 같아 '이제 엄마 인생을 살아'라고 했어요. 대화 도중 갑자기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저는 주말에 기분전환하러 가자고 달래드리긴 했지만 어머니는 제가 생각한 것보다 심각해 보였습니다.





photo-1489667232017-70d92d272e1d?ixlib=rb-1.2.1&ixyJhcHBfaWQiOjEyMDd9&auto=format&fit=crop&w=1000&q=80




어머니는 예전부터 소설을 좋아하셨고, 특히 은희경 작가님의 열렬한 팬입니다. 표지가 다 헤질 정도로 조정래, 박경리 작가님의 작품을 읽고 또 읽으시는 분인데요. 어머니는 가족 뒷바라지 뒤에 남은 쪽 시간을 항상 책과 함께 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런 그녀가 내 인생을 찾고 싶은데, 어떻게 찾아야 될지 모른다고 합니다.

주말 약속도 다 취소하고 정말 오랜만에 어머니와 긴 대화를 나눴습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어머니의 인생을 찾는 것을 도와드리고 싶었어요. 워낙 책을 좋아하는 어머니라 앞으로 책과 연관된 인생을 찾는 게 어떠냐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좋아하는 작가를 만나거나 즐겨읽는 책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싶고 글쓰기도 배우고 싶다고 하셨어요. 저는 저희 집 앞에 문화센터가 있고, 시에서 운영하는 시니어 재단도 많으니 그쪽에 문을 두드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고개를 저으며 말씀하셨어요.


"가봤는데 나랑 안 맞는 것 같아."




800x0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는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20’에서 “과거 소비자로서 존재감이 약했던 노년층과 달리 신중년으로 일컬어지는 오팔 세대가 2020년 시장의 주목을 받을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경제 성장률 10%대의 고도성장기를 거친 오팔 세대는 우리나라 인구의 28%를 차지하고, 보유 자산도 가장 많다"라고 짚었는데요. 제가 이 얘기를 들었을 때 공감했던 부분은 저희 부모님 역시 오팔 세대에 해당하고, 아주 부유한 집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경제적으로 어렵지는 않습니다. 10%대의 대한민국 고도성장기에 저희 부모님도 계셨고, 저희를 키우시며 열심히 사셨던 이분들의 은퇴는 비단 저희 부모님만의 문제는 아니었던 거예요.







%EC%A0%9C%EB%AA%A9_%EC%97%86%EC%9D%8C-1.jpg?type=w1200




문화 전문가들은 “록밴드 ‘퀸’의 리드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일대기를 다루며 흥행을 했던 영화<보헤미안 랩소디>가 오팔 세대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시작이었다”라고 하는데요. 저는 문화적인 부분도 그렇지만 소비층에도 큰 변화를 일으킨다고 생각합니다. 최신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컨템퍼러리 브랜드에 따르면 매출 비중이 50대는 42.9%로 40 대 32.7%, 30 대 20.7%를 앞질렀다고 밝혔습니다. 현대백화점 공식 온라인몰인 더 현대 닷컴도 지난해 연령대별 매출 신장률을 분석한 결과, 60대 이상이 전체 1위를 차지했다고 하니 분명 핵심 소비층이자 문화 중심 세대로까지 확장되고 있습니다.



1VS3IT6DNV_1.jpg




1VS3IT6DNV_1.jpg
오팔 세대를 위한 전용 커뮤니티

저 역시 '트렌드 코리아 2020'을 읽은 터라 '오팔 세대'에 대한 개념은 명확히 알고 있는데요. 어머니와의 대화에서 오팔 세대 대상의 책을 중심으로 한 지적 교류 커뮤니티는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자체와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독서모임이나 문화 클래스는 범용적인 시니어 대상으로 운영되다 보니 수백 권 이상의 다독을 한 사람에게는 다소 시시하고 재미가 없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수개월에 거친 토론과 자료조사, FGT를 통해 오팔 세대 중심의 커뮤니티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온전히 나를 찾는 공간




저희 어머니처럼 책을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삶의 일부분이 된 분들이나 문화, 예술적으로 조예가 깊은 분들, 글을 쓰고 글을 통해 세상에 나오고 싶은 분들. 무엇보다 나를 찾고 싶은 분들이 모여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오프라인 커뮤니티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회사는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심혈을 기울여 오프라인 커뮤니티를 준비했습니다. 최근 코로나19 이슈로 오프라인 회사들이 많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은 온라인에서 채울 수 없는 사람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와 결이 맞는 사람, 나와 취미가 맞는 사람, 나와 지적인 교류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싶은 사람이 꼭 젊은 층에만 있을까요? 에디터 SU였습니다.







image_8464142121583629646664.jpg?type=w1200




※ <반서재> 1기 멤버십 자세히 보기

https://www.shareus.co.kr/lecture/875






keyword
작가의 이전글넷플릭스 추천영화 : 눈부신 세상 끝에서, 너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