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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SU Apr 12. 2020

넷플릭스 추천 영화, 글로리아 벨

에디터 SU의 쉐어컬쳐


안녕하세요. 에디터 SU입니다. 

아직까지 코로나19의 공포가 채 가시지 않았지만 봄은 우리 곁에 있습니다. 벚꽃들이 만개했고 선선한 봄바람은 괜한 설렘을 만듭니다. 마스크를 쓰고 봄볕을 쬐고 있노라면 평온함과 함께 한없이 몰려오는 외로움 또한 있습니다. 기분 좋은 하루의 시작은 퇴근할 때쯤 지친 어깨 위에 그림자가 되어 하루를 마무리하기도 합니다. 결국 삶이란 기쁨이나 즐거움 뒤에 숨어있는 외로움과 함께 가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한없이 아름다운 봄꽃들과 설렘으로 가득한 사람들의 표정 속에 각자가 처한 외로움 또한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늘은 외로움을 극복하는 것이 아닌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영화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영화 <글로리아 벨>입니다. 






글로리아(줄리안 무어 분)는 중년의 여성입니다. 자식들은 장성해서 각자의 삶을 살고 있고, 남편과는 이혼한 상태라 혼자 살고 있습니다. 그녀의 공간엔 이름 모를 고양이 한 마리만이 불청객처럼 몰래 들어오곤 합니다. 가끔 아들네 집에 가서 손주를 봐주고 싶지만, 아들은 한사코 거절합니다. 딸이 운영하는 요가 강습소에 참여를 하지만, 딸 역시 어머니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어른일 뿐이죠. 










글로리아에게 낯선 고양이가 불청객이라면, 자식들에게 그녀 또한 불청객일 뿐입니다. 가끔 클럽에 가서 술을 마시며 외로움을 달래기도 합니다. 여느 때처럼 찾아간 클럽에서 글로리아는 아놀드(존 터투로 분)를 만나게  되는데요. 그녀 혼자만의 공간에 새로운 사랑이 들어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글로리아는 아놀드와 함께 데이트도 하고, 그녀 가족들에게 아놀드를 소개하기도 합니다. 다소 밋밋해 보이는 그녀의 삶에 새로운 변화가 시작될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글로리아 벨> 영화를 보며 가장 인상 깊게 봤던 장면이 있는데요. 글로리아의 아들 생일에 남자친구 아놀드를 데려가서 소개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 장소에는 글로리아의 이전 남편과 남편과 재혼한 아내, 글로리아의 아들과 딸, 그리고 글로리아 남자친구 아놀드까지 총 6명이 모여 생일 파티를 즐기게 되는데요. 










이들은 가족이지만 한편으로는 가족이 아니기도 합니다. 아들은 결혼을 했지만 아들의 와이프는 어디론가 여행을 떠난 상태이고, 딸을 임신시킨 남자친구는 스웨덴으로 돌아가 있는 상황이죠. 글로리아의 전 남편은 다른 아내가 있지만, 글로리아 역시 새로운 남자친구가 곁에 있죠. 글로리아와 전 남편이 옛날 얘기를 할 때 아놀드는 불편해하며 자리를 떠나게 되는데요. 이들의 묘한 관계는 안정적이라기 보다 아슬아슬한 불편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불편함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결핍이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사실 글로리아의 남자친구인 아놀드 역시 장성한 딸이 둘이나 있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아빠를 찾는 철들지 않은 자식이자 아빠의 삶에서 벗어나지 않는 굴레입니다. 이런 영화적 장면은 현실을 너무 잘 묘사하고 있어 불편하기까지 합니다. 내 모습과 우리네 모습, 또한 어디선가 본 일반적인 가족의 모습이고. 이런 가족들은 불안정하고 결핍을 머금은 채로 우리는 살아가고 있죠. 










영화<글로리아 벨>은 글로리아라는 중년 여성을 통해 불안전하고 결핍되어 있는 삶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고, 또 어떻게 살아야만 하는지 잔잔한 일상을 통해 보여줍니다. 이 영화가 (조심스럽지만) 대단하다는 이유는 삶은 대단하지 않다는 것을 과하지 않게 지극히 현실감있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에요. 삶은 고단하고 힘들고 답답한 일상일 뿐입니다. 거기에 외로움은 항상 존재하죠. 우리는 그런 고단한 삶을 벗어나기 위한 일련의 활동을 하게 되는데요. 그중 대표적인 게 또 다른 사랑을 찾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랑 역시 우리를 실망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랑은 대안이 아닌 것이죠. 사랑은 또 다른 고단함을 가져다줄 가능성이 큽니다. 













이 영화는 가족과 사랑, 일, 친구 등의 우리네 일상에서 그것들과 알게 되는 여러 불편한 감정들을 이겨내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글로리아는 분명 외롭고 힘듭니다. 그녀의 삶은 구질구질하게 보이는 중년의 이혼녀일 뿐이지만. 차를 타고 노래를 부르며 각종 모임에 나가고 운동도 합니다. 새로운 남자를 만나기 위해 클럽도 가고요. 그런 그녀의 노력과 함께 찾아오는 힘듦은 인간이 이겨내야 하는 너무나 당연한 또 다른 일상인 것이죠. 다시 말해서, 외로움은 이겨내거나 극복하는 대상이 아닙니다. 외로움은 그저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하는 것입니다. 극중 글로리아는 외로움을 인정하고 툴툴 털고 일어나는 삶을 유연하게 바라볼 수 있는 궁극적인 승리자인 것이죠. 










여러 문화 활동들을 병행하며 그녀는 자신의 처한 삶에 종속되거나 굴복되지 않습니다. 영화는 글로리아를 통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강한 여성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신의 삶을 찾아 스웨덴으로 떠나는 딸에게서. 온전한 가족을 구성하지 못하는 아들에게서. 자신의 가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지질한 남자친구, 아놀드에게서 벗어납니다. 자신을 둘러싼 삶의 굴레를 벗어나 오롯이 자신을 위한 삶을 개척하고 이겨냅니다. 영화는 이혼 후 혼자 살고 있는 중년 여성의 삶이 외롭고 지치고 어쩔 수 없는 나이라고 하는 한계를 보여주면서, 반면에 적극적으로 외로운 삶을 이겨나가는 강한 여성을 글로리아를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관계는 물과 기름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각자만의 삶이 있는 것처럼요. 중년의 여성에게 닥친 외로움은 타인의 시각에서 볼 때 한낱 매력 없는 삶일지 모르지만, 그 삶 또한 이전에 겪었고 앞으로 겪어야 하는 누구나 동일한 공통분모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내가 살고 있는 삶이 외롭거나 고독하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외로움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태어나는 인간 근본적인 속성이니까요. 그저 받아들이고 외로울 땐 외로운 대로. 즐거울 땐 즐거운 대로 받아들이는 삶이 보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방법은 아닐까요? 다음에 더 좋은 영화로 찾아뵐게요. 에디터 SU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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