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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SU Apr 19. 2020

블랙버드(BlackBird, 2016)

에디터 SU의 쉐어컬쳐

안녕하세요. 에디터 SU입니다. 


요즘 보는 영화들마다 과거를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를 선택하게 되는 것 같아요. 여러분들의 과거는 어떤 기억으로 자리 잡고 있나요? 물론 누구나 좋았던 기억, 안 좋았던 기억들로 혼재되어 있을 텐데요. 그보다 인생의 어떤 터닝 포인트가 되는 사건이랄까요. 그런 계기들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는 것 같아요. 미친 듯이 사랑했던 기간도 그랬고, 아주 친했던 친구를 떠나보냈던 그때도. 회사에서 좋은 선배를 만났을 때도 그랬던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잊고 싶지만 절대로 잊혀지지 않는 기억들이 있습니다. 최근에 N번방 사건을 보면서 왜 한국에서는 성범죄에 왜 그렇게 너그러운 이유가 답답할 정도로 궁금했었는데요. 그러던 차에 이 영화가 생각나서 소개합니다. 영화 <블랙버드>입니다. 

15년 만에 만난 두 남녀의 엇갈린 기억

15년 전 그날의 사건 이후 평범한 삶을 살 수 없었던 20대 여인 '우나'(루니 마라 분)가 50대가 된 남성 '레이'(벤 멘델 존 분)의 직장을 찾아가면서 영화는 시작됩니다. '레이'는 주변의 비난과 긴 재판의 고난 끝에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사람이 되어 안정된 삶을 살고 있는데요. 15년 만에 만난 이들은 서로의 인생을 망가뜨린 기억을 꺼내면서 과거의 기억 속으로 들어갑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감춰진 욕망

영화 <블랙버드>는 관객으로 하여금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합니다. 영화 초기엔 미스터리 영화를 보듯 범죄의 실마리를 푸는 것으로 오해할 정도인데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소아 성애자와 상처 입은 가족과 피해자, 그리고 시간이 지난 후의 해결되지 않은 정신적 고통을 영화는 얘기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영화는 우리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온갖 폭력이 감춰지거나 미화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미스터리보다는 계몽에 가까운데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 뒤에 있는 숨어있는 욕망의 그림자가 진실을 덮을 수 있다고 영화 <블랙버드>는 경고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규범을 벗어나면 무조건 죄인가?


세대를 초월한 러브 스토리는 많습니다. 꼭 나이 많은 남성이 어린 여성과의 교제를 무조건 나쁘다고만 할 수 없습니다. <블랙버드>는 사회적으로 정해놓은 규범이 사랑이라는 다양한 감정을 규제하고 판단하는 오류를 지적하는 것처럼 시작하면서, 13살짜리 여자아이와 성인 남자는 절대로 사랑해서는 안되는가?를 조심스럽게 묻는 것처럼 보입니다. 어린 여자아이와 성인과의 관계를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과 그들의 시선이 결국 성범죄로 결정하고 미디어를 통해 퍼져나간 정보들이 더 큰 부작용을 나은 것은 아닌지, 관객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는데요. 

사회적 규범은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쌓아온 히스토리 사건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끔 사회 속 규범이 낡은 편견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지만, 한국사회에서 성문제만큼은 중세시대에서 멈춰버린 것 같습니다. 최근 N번방 사건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생각은 성범죄는 러브 스토리와 로맨스로 절대 엮어서 바라봐서는 안된다는 것인데요. 추악한 성적 욕망을 제어하지 못하는 동물들은 어떠한 서사도 부여해서는 안됩니다. 극 중 <블랙버드>에서 성범죄를 바라보는 세월의 무게는 다 이유가 있고 그럴만해서 규범이 생긴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성범죄를 바라보는 사회적 규범의 기본 시선을 주목해야 된다고 감독은 얘기하고 있습니다. 


범죄는 범죄일 뿐 오해하지 말자

'데이비드 해로워'의 연극 <블랙버드>가 영화의 원작인 만큼 무대 장치로 보이는 시퀀스가 많이 나오는데요. 특히 '레이'가 일하는 회사 식당에서의 장면은 한 편의 연극 무대를 보는 듯합니다. 부적절한 관계로 '피터'라는 이름마저 바꾼 '레이'는 행여 지난날 자신의 과오가 탄로 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때론 저열하게 때론 치밀하게 보이는데요. 밖에서 훤히 보이는 식당에서 둘만의 불안한 시선과 몸짓, 두 사람의 대화 속에 나타나는 행위가 한 편의 연극을 보듯 식당이라는 무대에서 과거의 동선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우나'가 어렸을 때 '레이'를 만나던 공원의 큰 나무숲 속과 '레이'의 회사 식당은 누구나 볼 수 있는 열린 공간이자 닫혀 있는 공간만큼이나 서로 닮아있습니다. 큰 나무숲은 어둡고 그들만의 공간이었지만 넓은 들판 한복판에 있는 오픈된 공간처럼 '레이'의 회사 식당 역시 밖에서 훤히 보이는 오픈된 공간이자 사건의 중심 공간이었던 것이죠. 


20살의 '우나'는 더 이상 사랑할 수 없어요.

시간이 흘러 50대가 된 '레이'는 20대가 된 '우나'의 갑작스러운 방문이 불편하고 혼란스러울 뿐입니다. 식당에서의 대화는 한 여자아이의 인생을 송두리째 뺏었던 한 남자를 복수하는 장면처럼 보이지만, 결국 사랑했던 사람을 찾아서 왜 나를 떠났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유를 알기 위한 어린 13살 여자아이의 몸부림입니다. 13살 때의 사랑이 진실이었는지 알기 위한 '우나'의 노력은 계속됩니다. 피하기만 하려는 '레이'는 널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고백합니다. '우나'는 실낱같던 믿음이 확인된 순간 눈물을 흘립니다. 하지만 그들은 더 이상 사랑을 나눌 순 없습니다. '우나'는 13살 소녀가 아닌 성인이 된 이상 유아 성애자'레이' 입장에선 더 이상 성적 대상이 될 수 없었던 것이죠. '레이'가 '우나'를 진심으로 사랑했었는지 순전히 성적 욕망에서 성범죄를 저지를 것인지는 영화 반전을 통해 알게 됩니다. 

루니 마라의 비정상적인 아름다움

'우나'역의 '루니 마라'는 회복되지 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마치 시체처럼 마르고 핏기 없는 죽은 듯이 살아온 '우나'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20대가 되기까지 사랑의 감정을 믿고 싶었던 13살 소녀의 가슴앓이가 13살 소녀에서 성장하지 않고 멈춰버린 20대에 깡마른 시체. 결국 알고 싶었던 진실을 알게 됐을 때 그녀의 트라우마를 해소할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레이'의 모든 진실을 알고 돌아서는 '우나'의 모습에서. 과거에 당당히 맞서는 13살 소녀에서 20살 여성으로서. 새로운 인생을 살기를 제 마음속에서 바랄 뿐입니다. <블랙버드>는 극적 반전을 보여주기 전 퍼즐을 끼워 맞추듯 뒤늦게 알게 되는 복선을 찾는 재미와 함께 훌륭한 작품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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