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디터SU Sep 29. 2020

넷플릭스 <에놀라 홈즈>

홀로 선 여성의 이야기

안녕하세요. 에디터 SU입니다. 


한없이 탐스러운 달이 뜨는 명절, 추석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보통날의 명절이라면 가족들과 오래 보지 못한 날의 이야기를 나누며 떠들썩하게 보냈을 텐데요. 이번 명절은 서로의 안부만을 가볍게 주고받는 차분한 명절을 보내게 될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가족’이라는 단어가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데요. 오늘 다룰 영화도 우리에게 너무도 유명한 탐정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직은 누군가의 가족이라는 수식어가 더 익숙한 소녀, 그리고 그녀를 오롯이 담은 영화 <에놀라 홈즈>입니다. 

영화는 혼자라는 뜻의 영단어 ‘alone’을 뒤집은 단어인 ‘elona’를 이름으로 가진 소녀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그녀의 성은 우리에게 익숙한 성인 ‘홈즈’, 그리고 그보다 더 익숙한 이름인 ‘셜록’은 주인공의 오빠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전작 ‘셜록 홈즈’를 기대하며 이 영화를 시작했을 겁니다. 저 또한 그랬고요. 하지만 영화가 막을 내릴 때쯤, 제게는 두 영화가 참 다르게 와 닿았습니다. 큰 틀은 공유하고 있지만 사뭇 다른 전개와 내용은 이 영화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죠.

이 영화는 여성의 서사를 그리고 있습니다. 주인공과 더불어 주인공이 펼쳐내는 이야기의 시작 또한 그녀의 어머니로부터 시작이 되죠. 에놀라의 16번째 생일날, 몇 가지 단서만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진 어머니를 찾아 에놀라는 런던행 기차를 타게 됩니다. 그의 오빠인 셜록과 마이크로프트를 뒤로 하고 말이죠. 그리고 그 기차 속에서 에놀라는 자객으로부터 쫓기는 튜크스베리 후작을 만나게 됩니다. 그 둘은 길을 달리 하였지만 에놀라는 그를 지켜야 할 것 같은 사명감에 어머니를 찾는 일을 뒤로하고 그를 찾아 나섭니다. 그 여정 속에서 그녀는 튜크스베리 후작을 쫓는 자객, 그리고 그녀를 시대의 틀에 갇힌 여자로 키워내려는 마이크로프트로부터 도망을 다니는 아슬아슬한 날들을 보내죠. 동시에 어머니를 찾기 위해 남겨진 단서들을 풀고, 또 새로운 단서를 남기기도 합니다. 이렇게 영화는 에놀라의 도전과 모험을 그려냅니다.

연출도 이 영화의 매력을 한층 더해줍니다. 에놀라는 일방적인 독백이 아닌 관객에게 말을 건네며 그들과의 소통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전달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에게 말을 건네죠. 이렇게 영화는 친숙한 전달 방식으로 그녀의 당차고 밝은 성격을 더욱 잘 보여줍니다. 무엇보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오롯이 에놀라의 이야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죠. 

제일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유도리아가 에놀라를 가르치는 장면입니다. 주짓수를 배우며 몇 번이고 쓰러지지만 다시 일어나 점차 자신의 기술을 연마하죠. 방 안에서 테니스를 하는 장면은 쾌활함 그 자체를 그려냅니다. 방 안의 물건이 깨지고 부서져도 크게 상관하지 않습니다. 그저 그 순간을 즐깁니다. 과녁의 가장자리에 꽂히던 화살은 어느새 과녁의 정중앙을 관통합니다. 에놀라는 모든 수업에 진심을 다합니다. 해리슨 부인의 학교에 있을 때와는 정반대의 모습이죠. 이 모든 장면을 통해 여성도 배움을 통해 충분히 강해질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아주 잘 보여줍니다.

영화가 끝이 나고서야 저는 비로소 에놀라가 왜 에놀라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영화가 그리는 여성은 ‘alone’, ‘혼자’ 그 자체이기 때문이죠. 누군가의 엄마로 살던 유도리아는 여성의 참정권을 찾기 위해 홀로 나섰습니다. 항상 누군가에게 도움의 손길을 청하던 존재는 스스로 나서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자신의 힘이 아닌 갑옷의 힘으로 총알을 막아내는 남성과 달리 이 영화 속 여성은 자신의 능력으로 맞서 홀로 맞서 싸우죠. 누군가의 여동생으로서 전개되는 이야기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그려내는 서사는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여성의 이야기로 꽉 찬 2시간 3분은 한 시도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역동과 벅참을 그 사이를 끊임없이 오고 가죠. 누군가는 결말이 아쉽다고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더도 없이 좋은 결말이었습니다. 영화의 끝에도 에놀라는 누군가의 동반자가 아니라 에놀라 그 자체로 남아 있었습니다. 또, 다음 이야기를 기대해도 될 법한 마무리는 영화가 끝났다는 아쉬움을 한층 달래 주었습니다. 조력자로만 그려지던 여성은 자신의 그림을 펼칠 때 더욱 강인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 그리고 셜록의 동생이 아닌 에놀라 그 자체를 보여주었던 영화, <에놀라 홈즈>였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소설보다 가을, 202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