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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SU Oct 01. 2020

아련함을 감성적으로 표현하는 작가, 후지마루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가끔 너를 생각해>

안녕하세요. 에디터 SU입니다.      


여러분은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무척이나 좋아하는데요.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헝거 게임, 위쳐 등등 지금까지 수많은 판타지 소설을 읽었고 이 매력적인 가상 세계 속으로 빠져들었죠. 신비한 생물들과 마법이 주는 설렘은 틀에 박힌 현실에서 벗어나 또 다른 내가 되게 하는 마법과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판타지 세계는 우리 세계와 그리 동떨어진 세계가 아닐 수도 있는데요. 혹시 판타지 세계가 아닌 현실 세계에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는 상상 해보셨나요? 우리가 사는 세상에 사신이 있고 마녀가 있다는 상상 말입니다. 저는 이번 시간에 현실 속 사신과 마녀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작가 후지마루의 책들을 통해 말이죠. 후지마루 작가는 현실의 아픔을 현실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보듬는 소설 작가입니다. 따뜻하면서 아프고 동시에 아련한 이야기를 사신의 힘을 통해 혹은 마녀의 힘을 통해 표현하죠. 작가만의 이런 독특한 표현은 감성적인 문체와 만나 우리에게 감동을 선사합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소개할 작품은 총 2편인데요. 두 편 모두 감성 미스터리 장르로 작품성이 아주 뛰어났던 작품입니다. 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후지마루의 작품 이야기 시작해볼까요? 


1. 아련한 사신의 이야기,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첫 번째 작품은 후지마루 작가의 대표작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입니다. 이 작품은 죽은 사람의 미련을 풀어주고 저세상으로 인도하는 사신 아르바이트생의 이야기인데요. 사신 아르바이트라는 비현실적인 설정 속 가슴 뭉클해지는 이야기로 많은 사랑을 받았죠. 주인공인 고등학생 사쿠라 신지는 동급생 하나모리 유키에게서 사신 아르바이트를 제안받으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틀어진 동생과의 관계를 회복하려다 불의의 사고를 당한 학생, 일정한 직업 없이 가족과 연을 끊고 사회의 불합리함을 저주하던 중년 남자, 어머니에게 계속 학대를 당하면서도 마지막까지 사랑을 갈구한 소녀 등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사자들의 아픔을 달래주며 사신으로서의 일을 수행하죠. 사신의 일이란 전체적인 틀 속에서 다양한 사자들의 이야기는 진행됩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들은 모여서 전체적인 하나의 이야기가 되죠. 모두 독립된 이야기 같지만 결국 큰 이야기로 이어지는 서술방식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면서 동시에 저에게 가슴 아픈 감동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너는 기억 못하겟지만>은 사신의 일을 수행한다는 판타지적인 면이 있으면서도 인간관계 속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현실적입니다. 덕분에 더욱 와 닿고 더욱 가슴이 아릿해지죠. 게다가 단순히 문제가 발생하고 해결하는 구성이 아니라는 점이 우리에게 신선함과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삶과 죽음에 대해서 그리고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들죠.                

책의 겉표지를 보면 뭔가 아련하고 감성적인 느낌이 듭니다. 실제로 책 내용 역시 아련하고 감성적입니다. 보이는 일본 독자들의 찬사처럼 너무 슬프고 아프고 고통스러우면서 심장을 부여잡는 것처럼 가슴이 아프고 안타깝죠. 하지만 그와 동시에 희망을 갖게 합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몇 날 며칠 여운에 젖어 있었는데요. 후유증이 대단해 회복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죠. 이는 제가 작품에 그만큼 깊게 빠져 들었음을 보여준다 생각합니다. 한 번 가슴이 뭉클해지고 싶다 하시는 분들은 꼭 읽어 보시길 추천하고 싶네요. 


2. 이 시대 유일한 마녀의 이야기, <가끔 너를 생각해>     

후지마루 작가의 다음 작품은 <가끔 너를 생각해>입니다. 전작이 죽은 자의 아픔을 사신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보듬었다면 이 작품은 산 자의 고민을 마녀의 힘을 통해 해결하죠. 주인공 시즈쿠는 매사에 냉소적인 이 시대 마지막 남은 마녀입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마녀도, 마법도 필요 없다고 생각하며 힘을 숨기고 지내죠. 그러던 어느 날, 어릴 적 친구 소타가 찾아와 마녀의 사명을 돕게 해달라고 하는데요. 처음엔 꺼리지만 점점 시즈쿠는 마녀의 사명을 이해하며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돕죠. 전작인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이 삶과 죽음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전했다면 <가끔 너를 생각해>는 한결 가벼운 이야기를 밝고 희망차게 전합니다. 또한 전작은 의뢰인들의 인간관계에 초점이 주로 맞춰졌다면 이 작품은 냉소적인 시즈쿠의 성격 변화에 더욱 초점을 맞췄는데요. 냉소적인 성격으로 인간관계를 꺼려하던 주인공이 결국 마음을 열고 타인을 점점 의식하게 되는 일종의 성장 소설이었죠.               

개인적으로 이 소설이 좋았던 가장 큰 이유는 시즈쿠의 ‘할머니’란 존재였습니다. 시즈쿠 전 세대 마녀인 할머니는 시즈쿠의 추억이자 버팀목으로서 역할을 했는데요. 둘이 만나 이야기하는 장면이 너무 아름답고 아릿해서 책을 다 읽은 뒤에도 기억에 계속 맴돌았습니다. 우리 할머니가 오버랩되면서 할머니와 함께한 추억이 떠올랐죠. 항상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어 하고 너무 많이 주면서도 주지 못해 미안해하는 할머니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습니다. 또 막상 할머니 앞에 가면 괜히 무뚝뚝해지면서 아무 말 안 하는 저의 모습이 함께 떠오르면서 말이죠. 평소 무뚝뚝하다는 소리를 자주 들어왔던 저는 시즈쿠가 이해되기도 함과 동시에 변해가는 시즈쿠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마음을 열고 싶다 그리고 열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쉽진 않겠지만 언젠간 될 거라 믿으며 말이죠. <가끔 너를 생각해>, 처음엔 음? 중간엔 어? 마지막엔 와.. 가 나오는 작품이었습니다. 후지마루의 작품답게 판타지적인 요소들이 억지스럽지 않고 굉장히 자연스럽게 처음부터 끝까지 연결된 덕분이었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 번 읽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사신 아르바이트를 한다면 혹은 마녀가 된다면 무슨 일을 하고 싶으신가요? 저는 불우한 가정형편 속 고생하는 아이들이나 외롭게 노년을 살아가는 독거노인들을 돕고 싶습니다. 뉴스에서 이들의 가슴 아픈 처지를 볼 때마다 마음이 울적해지면서 왜 세상은 불공평할까 생각하게 되는데요. 하지만 돕고 싶은 마음에 비해 선뜻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습니다. 스스로에게 하는 변명이지만 특별한 능력이 생긴다면 이들을 도울 수 있을까 생각하죠. 적극적으로 힘든 사람들을 돕지 못한 저이기에 적극적으로 남들을 돕는 분들을 보면 이 분들이야 말로 특별한 능력을 가진 분들이구나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가끔 너를 생각해>의 시즈쿠의 처음 모습은 마치 지금의 저를 보는 듯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변했죠. 저 역시 남들을 위해 살아가는 모습으로 변해보려고 합니다. 여러분들도 한 명의 사신 혹은 마녀가 되어 사람들을 도와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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