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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SU Oct 04. 2020

<비밀의 숲 시즌 2> 비숲러들은 어떻게 탄생되었나?

비밀의 숲 시즌 2가 종영을 앞두고 있습니다. 서동재 검사 납치 사건의 범인이 누구인지 또 그 배후가 누구였는지가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는데요. 비밀의 숲 시즌 1과 비슷하게 결국 내부 검사의 소행으로 밝혀지고 있어 극적 몰입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비밀의 숲 시즌 2는 검경 수사권 조정 최전선의 대척점에서 다시 만난 고독한 검사 황시목(조승우 분)과 행동파 형사 한여진(배두나 분)이 은폐된 사건들의 진실로 다가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인데요. 이번 시즌의 주요 화두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첨예한 사회적 이슈와 맞물려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현재 정치권에서도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과 관련해서 여야의 입장을 놓고 팽팽히 대립하는 것과 닮아있는데요. 결국 검사 등 고위공직자들의 비리들이 그간 유야무야 되어왔던 것을 본다면 국민 대다수는 공수처 법을 환영 안 할 수 없겠지요. 

1. 황시목 캐릭터의 비밀

황시목은 검사가 되지 않았다면 사회 부적응자로 살아갔을 가능성이 큽니다. 예술가도 운동선수도, 아이들을 사랑으로 대해야 하는 선생님도 될 수 없었던 그에겐 잃어버린 감정 대신 명문화된 법 같은, 삶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했습니다. 14살 이후 사랑도 할 수 없는 황시목은 본능적으로 결핍을 채우려 했고, 따르고 지키기만 하면 되는 법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찾게 된 것이죠. 그러니 이성을 앞세워 법을 수호하는 검찰직이야말로 그에겐 최상이자 최적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런 감정을 잃어버린 사람만이 검찰 내부 비리에 냉철한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있었던 것이죠. 극 흐름상 검경 수사권 조정을 떠나 공수처라는 소위 기득권 세력의 비리 또는 범죄를 공정하게 수사해야 된다는 사회적 이슈에 황시목 검사의 물리적 결핍은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지는 통쾌함이 있습니다. 일반 검사의 캐릭터로선 성립할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성이 존재하는 것이죠. "검찰은 하나야!!" 우태하 부장 검사가 황시목에게 소리치는 것처럼 검찰이 문제를 일으키면 덮어줘야 하는 게 관례이자 일반적이었다면 황시목 검사에게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 비밀의 숲의 마니아를 양성할 수밖에 없는 첫 번째 이유입니다. 

2. 불필요한 삼각관계 또는 애정관계 부재 

한동안 한국 드라마는 삼각관계를 꼭 넣어야만 하는 불문율로 여겼던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삼각관계를 떠나 로맨스적인 요소는 드라마를 구성하는데 중요한 요소임에는 틀림없는데요. 하지만 너무 천편일률적인 애정관계를 구성하다 보니 클리셰 덩어리들의 양산이 불가피했습니다. 한국 드라마는 보지 않는다라는 사람들도 많았고요. 최근엔 넷플릭스 영향으로 한류 정서상 클리셰로 여겨졌던 한국적 로맨스가 해외에서 엄청난 흥행을 끌고 있는 것은 좀 다른 관점이긴 합니다만, 비밀의 숲에서는 사건과 해결이라는 이야기 흐름에 집중한다는 점이 두 번째 비숲러를 양산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은 미스터리 장르의 핵심인데요. 예상치 못한 사건의 반전은 비밀의 숲의 관전 포인트입니다. 황시목과 한여진의 케미 또한 때로는 대립하면서도 수사에 서로 협조하여 궁극적으로 사건 해결에 집중합니다. 둘이 너무 붙어 다니는 거 아니냐는 의심이 있고 또 나중에 둘이 사귈지는 모르겠으나 중요한 포인트는 검경이 서로 협조하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공수처를 두고 밥그릇 싸움이네 어쩌네 여야의 공방이 치열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황시목과 한여진처럼 검경이 협력하여 각자 자신들이 가진 권한을 적절히 활용하며 수사에 집중하는 모습이 아닐까요. 두 번째 비숲러를 양산하는 이유입니다.  


3.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여성 캐릭터

비밀의 숲 시즌 2는 여성 캐릭터의 두드러진 약진이 중요한 볼거리입니다. 한여진 캐릭터도 그렇지만 이번 시즌 2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캐릭터는 정보부장과 수사구조혁신단 단장인 최빛이라는 인물입니다. 한여진 캐릭터는 시즌 1부터 정의로운 행동파 수사원으로서 극 중 중요한 활약을 펼쳤는데요. 최빛은 조금 다른 유형의 캐릭터입니다. 그녀는 한 가정의 엄마이자 정보국장의 뒤를 봐주면서 정보부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한 인물인데요. 형제법재단 부장검사인 우태하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회의 때 날카롭고 영리한 발언을 많이 하는 유능한 경찰입니다. 한여진이 유일하게 따르고 싶은 상사였다고 얘기했을 정돈데요. 극 중 그녀가 집에서 빨래를 하는 장면이나 딸과 통화하는 장면이 심심치 않게 나옵니다. 이는 그녀 역시 한 가정의 엄마이자 주부이지만 일에서만큼은 철두철미한 일 잘러의 욕망 또한 가지고 있다는 것이죠. 그뿐만이 아니고 본인이 원해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니지만 초고속 승진이라는 당근은 남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 또한 최빛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 2의 가장 신 스틸러로 뽑고 싶은 캐릭터는 최빛이고요. 개인 가정사를 보여주는 유일한 캐릭터 이자 비리까지 저지르는 상당히 입체적인 캐릭터로 나옵니다. 오히려 우태하 검사는 대검 검찰 중견 간부로서의 전형성을 가지고 있다면, 최빛 캐릭터는 그간 한국 드라마에서 보아온 흔한 캐릭터가 아니라는 점에서 중요한 약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는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해결된다. 

비밀의 숲 시즌 2의 기획의도를 보면 "변화는 끊임없이 계속되어야 한다"라고 필역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검경 모두 비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그간 수십수백 년 동안 기득권으로서 자기 식구 챙기기에 급급했다는 것은 누구나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밀의 숲 시즌 2의 용산 경찰서 강력 3팀처럼 정말 열심히 일하는 현직 일선의 경찰들과 검사 또한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관행처럼 되어 왔던 검경 기득권 세력의 비리, 부패, 대기업, 정치권과의 유착 등 쉽게 없어지거나 해결될 사안은 아니지만, 비밀의 숲 시즌 2의 기획의도처럼 꿈을 향해 달려가는 것은 끊임없는 변화에 대한 열망으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검사의 비리는 무감정과 오로지 이성으로만 판단하는 또 다른 검사가 해결할 수밖에 없는 극적 재미는 현실에서는 꿈과 같은 것이죠. 그런 캐릭터가 현직 검사에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비숲러들은 그런 변화에 대한 열망과 함께 황시목과 한 여진처럼 정의로운 사회가 구현될 날을 대리 만족하며 열광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비숲러로서 거의 종방을 앞둔 시즌 2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글을 쓰게 되었는데요. 비밀의 숲 시즌 2는 현재 중요한 정치적, 사회적 이슈인 공수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시점과도 맞물려 있어 더욱 관심이 가는 드라마인 것 같습니다. 수많은 비숲러들이 시즌 3을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비밀의 숲 시즌 2의 성공적인 종방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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