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도 유흥거리가 될 수도 있겠지만 외식은 다소간에 질려서 집밥을 해 먹는 비율이 더 높다. 태국 음식은 맛있지만 대체적으로 자극적이고 조미료를 많이 사용하는지라 건강에는 큰 도움이 안 된다. 가끔 좋아하는 국숫집에 가는 것이 나의 치앙마이 미식생활(?)의 전부다.
이게 무슨 수도승 같은 생활인가 싶지만 치앙마이 생활을 시작하기 전과 후의 나는 확연히 다른 사람이다. 체력이 많이 올라왔고 몸무게는 7kg를 감량했다. 어제는 무에타이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는데 몸상태가 꽤 괜찮아서 속으로 환희의 눈물을 흘리며 운동을 하기도 했달까.
다시 카페 이야기로 돌아가서, 어학원 수업이 있거나 하는 날에는 단골 카페에서 커피를 사지만 쉬는 날에는 구글맵을 켜놓고 새로운 카페에 하나씩 가보는 것이 치앙마이 생활의 최고의 낙이 되었다.
어제는 올드타운 부근에 있다는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을 찾았다.
10여 년 전에 치앙마이에 왔을 때는 이런 카페를 그렇게 많이 보지는 못했는데 이제는 흔하다. 원두의 종류, 로스팅, 커피 추출 방식 등을 강조하고 그만큼 금액을 높여 받는다. 인테리어도 한국이나 일본의 카페를 참고하여 보다 더 세련되고 힙해졌다.
하지만 내가 너무 반골(?) 기질이 있는 걸까, 치앙마이에서 스페셜티 카페라고 하는 곳에서 크게 감명을 받아본 적이 없는데 아뿔싸, 이번 가게도 마찬가지였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예쁜 컵이기는 하나 200ml 정도 될까 하는 적은 양에 끝맛도 흐리멍텅했다. 분명히 산미 있는 원두의 맛인데 마지막 맛에서는 산미가 사라져 버린다.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그게 어떤 맛이 되었건 맛이 분명한 커피를 선호하는데 이곳의 커피는 20% 정도는 부족한 맛이었다.
가격은 76바트로 일반 카페에 비해서는 가격대가 있는 편이었는데 혼자 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만 시키니 주인장의 표정이 뭔가 뚱했다.
앉아 있는 것이 뭔가 너무 불편해서 커피만 빠르게 마시고 나와버렸다.
치앙마이를 돌아다녀보면 동네 한쪽에서 작게 운영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에 끽해야 40바트 정도를 받는 카페도 많다. 가게 내부에 에어컨은 없고 테이크 아웃 손님들을 위주로 장사하는 가게들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의하면 이런 카페들의 커피가 훨씬 더 훌륭했다. 원두도 다크/미디엄/라이트(라이트 로스팅 원두까지 갖춘 곳은 많지 않기는 하다)로 나누어 선택할 수 있게 하며 커피 한 잔에 적어도 그란데 사이즈 정도의 양도 보장한다.
사진으로는 알아보기 어려운데 컵의 크기가 대접만하다, 45바트인가 그랬는데 한참을 마셨다
최근에 카페를 탐험하겠다며 여러 카페를 다녔고 심지어는 오토바이를 타고 산을 올라서 해발 1600미터 정도쯤 되는 곳에서 드립 커피를 주문해 마셔보기도 했다. 아니 근데 드립커피는 가격은 비싸면서 양은 150ml 정도를 주는 거라. 요즘 계속 이렇게 카페 선택에서 고배를 마시니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80바트짜리 드립커피, 150ml 정도를 추출해서 주는데 맛도 평범했고 양 때문에 열받...
소위 말해 fancy 한 카페는 나랑 안 맞는가 보다. 앞으로 치앙마이에서의 카페 탐험은 저렴하면서도 맛이 괜찮은 곳을 찾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해야겠다.
한국인들에게도 유명한 곳으로, 여기 리스팅 해둔 곳 중에서는 제일 가격대가 나간다. (아메리카노 한 잔에 70바트였나) 실내 좌석은 없고 야외에 앉아야 하는데 모기밥이 될 수 있어서 테이크 아웃을 추천한다. 그럼에도 추천한 까닭은 여기는 진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에 70바트 받을만 할 만큼 맛있기 때문. 어제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이라는 곳에서 76바트짜리 밍밍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가장 먼저 떠올린 곳이 이 곳이다.
타패 게이트 쪽에서 핑강 방향으로 좀 나가야 있는 작은 카페. 다크/미디엄/라이트의 3종류의 원두를 갖추고 있으며 음료 금액대도 40 ~ 60바트 선으로 저렴하다. 내부에 오래 앉아 있을 좌석은 없고 잠시 앉아서 커피만 마시고 가거나 테이크 아웃 추천. 어지간한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보다는 확실히 맛있다.
싼티탐 한 구석에 위치한,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카페. 아메리카노 한 잔에 35바트로 당연히 에어컨은 없다. 야외 좌석이 있기는 하지만 한국 분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자리 잡고 큰 소리로 떠드는 경우가 많아서 테이크 아웃을 권한다. 오렌지 커피, 스파클링 마나우 커피 같은 메뉴가 굉장히 맛있다.
역시나 님만에 위치한 곳으로 영어 이름이 없는데 지나가다 '커피 35바트'라는 간판에 혹해서 들어가 본 곳. 35바트 커피 치고는 내부에 에어컨도 틀어준다. 다크/미디엄/라이트 로스팅 원두를 모두 갖추고 있는데 라이트 로스팅으로 주문하니 아메리카노 가격이 45바트였다. 나쁘지 않았다.
물론 이런 비스무리한 카페 리스팅을 하자면 끝도 없을텐데 자주 다닌 곳만 추려 보았다. 결론은 치앙마이에서 커피만 마시고 싶다면 굳이 에어컨 틀어주는 카페에서 80~100 바트 내가면서 커피를 마실 필요는 전혀 없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