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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당 Feb 24. 2024

대 집중력 부재의 시기

#치앙마이 일년살기

4일간의 무에타이 휴식기에 돌입했다.


주 6회 정도는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는 나인데 이번에는 체육관 코치들이 단체 휴가를 떠났다. 주 6일 근무에 시달리는 코치들이 푹 쉬고 오기를 바라고 그동안 나름 혹사당한 내 몸도 쉴 기회라서 크게 아쉽지는 않다.


때마침 한국의 회사와 온라인으로 진행 중인 업무를 마무리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해서 운동도 안 하고 집중해서 일을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게 웬걸, 운동을 안 하니 집중력이 더 떨어진다. 그나마 운동에는 집중할 수 있었는데 운동을 안 하니 그 어떤 것에도 집중할 수 없게 된 것만 같다.


한국의 회사와는 정식 채용을 전제로 업무를 진행 중이다. 온라인으로 사업계획서를 함께 작성하고 있다. 같이 일하는 회사는 일반 중소기업이고 나는 나름(?) 스타트업에서 일을 했던지라 서로 업무 하는 방식이 굉장히 다르다. 비유하자면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것만 같다. 가장 크게 느끼는 지점은 정보의 공유를 전혀 하지 않거나 이를 매우 어색해한다는 것과 상급자의 눈치를 너무 크게 본다는 것이다. 노션이라는 플랫폼을 사용해서 내가 문서를 생성하는 단계부터 전사 직원 모두가 내 업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업무 방식에 익숙해져 있다가 이런 상황을 겪으니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보아하니 상급자에게 미리 한 소리 들을까 봐 작성한 문서를 공유해 가며 일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옳고 그들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런 환경에서 일을 하게 된다면 극대노할 것이 4K 화질로 눈앞에 펼쳐지는 터라 걱정이 앞선다. 이런 상황에서 일이 전혀 손에 잡히지 않는데 운동까지 못하니 집중력은 완전 바닥을 치고 있다.


때마침 치앙마이는 화전시즌이 시작되는 느낌이라 공기의 질도 급격히 나빠졌다. 어지간해서는 황사철에도 별 증상이 없던 내가 여기서는 목이 아프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치앙마이의 공기질을 가늠하는 척도가 치앙마이 시내를 둘러싼 도이수텝(수텝 산)이 잘 보이냐 아니냐인데 슬슬 산도 선명하게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원래 하늘은 파랗고 저 너머 산도 선명히 보여야 한다


날씨도 구려, 집중도 안 돼, 미래도 걱정 돼, 운동도 못 해. 4관왕 달성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도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제는 눈치를 보며 일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일단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업무는 내가 하겠다고 선택한 업무이니 아무리 집중이 안 되고 고통스러워도 어떻게든 끝낼 것이다. 이후 입사 결정 여부는 내가 업무를 하며 느낀 점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문제점 해결을 위한 대안을 제시한 후에 요구사항을 들어줄 수 있는지 협상을 하고 결정할 것이다.


요구사항이 수용되면 굳은 결심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가 일을 시작할 거고 아니라면 남아서 원래의 일정대로 어학원 1년 과정을 마칠 것이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관계없다.  


뭐가 되었건 내가 못할 일은 없다.


이렇게 쓰고나니 내가 좀 멋지게 느껴진다. 내 인생의 주인같다. (원래 내가 주인이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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