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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당 Sep 08. 2023

회사의 성과가 아닌 나의 성과 만들기

#치앙마이 일년살기

#시끄러운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일기쓰기

요즘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고 있고 책에 소개된 하루키의 루틴에 감명을 받아서 오늘은 아침부터 서둘러 일어나 카페에 왔다. 


하루키는 글을 지속하여 쓰기 위한 신체 단련 목적으로 (그러나 이제는 달리기 자체가 목적이 된 것으로 보인다) 달리기를 꾸준히 하며 49.195km의 풀코스 마라톤이라든가 100km의 울트라 마라톤도 완주한 경험이 있다. 마라톤을 준비할 때는 선수 수준으로 진지하게 훈련하고 달리기, 글쓰기를 위해 아침형 인간의 삶을 산다. 글은 아침에 몰아서 쓰고 오후 시간에는 달리기, 업무 등 다른 일을 하며 보낸다. 


이에 반해 나는 저녁형 인간의 삶을 살고 있었다. 많은 직장인이 그렇듯 (나는 지금 직장인은 아니지만 생활습관이 남아있다) 아침을 먹지 않고 점심과 저녁 두 끼만 먹으며 새벽 1,2시가 되어서야 잠에 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태국 치앙마이로 넘어온 이후 각종 정신적인 문제를 앓고 있는데 그것 때문에도 더 늦게 자고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 오늘은 새벽 3시에 잠에 들었다.


하루키의 책을 읽으며 1. 하루키의 루틴을 본받아 글을 잘 쓰고 싶고 2. 밤에 숙면을 취하고 싶은 마음으로 그의 루틴을 따라 하기로 했다. 특히 운동 끝나고 저녁을 8시 이후에 먹게 되었는데, 자기 전 식사가 숙면에 방해가 된다고도 하니 식사를 점심/저녁이 아닌 아침/점심/간식으로 옮겨 하루 식사를 8시~오후 4시 사이에 끝내는 일종의 16:8 간헐적 단식을 해보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오랜만에 일찍 일어나고 심지어 아침까지 먹으니 여간 졸린 것이 아니다. 


아니, 치앙마이까지 와서 왜 이렇게 딱딱한 삶을 사느냐. 


누군가는 나에게 이런 핀잔을 줄 것이다. 나도 치앙마이까지 와서는 그 어떤 것에도 쫓기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하지만 생활의 루틴을 만드는 것은 그 누구의 강요도 아닌 내가 원하는 성과를 만들기 위해서다. 계속 하루키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하루키는 책에서 100km의 울트라 마라톤을 뛰며 75km 정도 지난 지점에선가 거의 무아지경이 되어 달렸던 경험을 들려주었다. 종교적이고 철학적일 수 있는 경험이었고 말 그대로 ‘무아지경’의 경험이었다고 한다. 이는 하루키를 작가로서, 인간으로서 한 단계 성장하게 만들었을 것이 분명하다. 100km를 달려본 인간과 그렇지 않은 인간의 삶의 경험은 같을 수 없다.


그런 경험이 너무 부러웠다. 


나는 힘든 상황은 잘 견디는 편이지만 내 한계를 넘어서 본 기억은 없다. 한계 앞에서 딱 멈춰 섰다. 그게 더 일반적인 상황이며 누구나 다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경험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이제는 제발 그 경험을 해보고 싶다. 회사에서 내가 이해할 수 없는 KPI를 설정해 주고 ‘이것을 해내라, 그러면 승진과 성과급을 주겠다’라는 말을 맹목적으로 쫓아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나를 위한 성과를 설정하고 성취하고 싶다. 


하루키가 45km나 100km의 장거리를 뛰면서 자신의 한계를 돌파하는 경험을 했다면 나는 생활의 루틴을 바꾸고 꾸준히 운동하는 것을 통해 경험하고 싶다. 지금 꾸준히 하고 있는 운동인 무에타이의 경우, 시합에 나가는 것이 아니면 마라톤을 뛰는 것 같은 최상위 목표를 설정하고 운동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모르는 일이다, 1년간 열심히 하다 보면 시합에 나갈지도 모른다) 그래서 몸무게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남은 1년, 20kg를 감량하는 것이 목표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쉬운 목표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회사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 금주와 더불어 절대로 이루지 못했던 목표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금주하고, 숙면에 성공하고, 식단을 관리하고, 운동을 해야만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몸에 불필요하게 축적되었던 지방이 걷어지고 꾸준히 글쓰기에 정진할 힘도 길러질 것이다. 글쓰기를 꾸준히 한 후, 진정으로 이것이 내 길이 아님을 깨닫게 되어 그만두게 되어도 그즈음이면 이미 내 몸은 그 어떤 것에 도전하여도 해낼 수 있는 체력을 갖추게 되었을 것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설렌다. 목표를 이루어 더 건강해진 나를 상상한다. 내 모든 생활루틴이 내가 원하는 성과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니 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여기서 드는 의문, 회사는 회사의 성과 달성을 위해 왜 직원들을 이런 상태로 만들지 못하는가? 전 직장 대표가 새로운 성과관리 및 직원 등급 체계(직원 레벨을 5단계로 분류함)를 발표하면서 '높은 등급을 받으면 그만큼 달성해야 할 성과의 기대치가 높아지니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열심히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마음이 서지 않았다. 모든 회사의 대표는 최고의 동기부여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그는 확실히 아니었다. 


이제 나는 나라는 회사를 경영하는 CEO(최고경영자)다. 내 동기부여에 각별히 신경 쓰겠다.


식단도 관리하려고 과일과 야채를 사러 갔다. 시간에 쫓겨 인스턴트 음식을 욱여넣는 삶에서 벗어났다. 퇴사가 나에게 준 가장 큰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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