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동생의 이야기

#부모님에게

by 송송당

우리 가족은 네 명이고 나에게는 연년생인 남동생 한 명이 있다.


연년생 남매가 의례 그러하듯, 우리는 싸우고 싸우고 또 싸웠다. 초등학생 시절에는 서로 가위 같은 것을 들고 싸우기도 했다.


왜 그렇게 싸웠을까.


내 입장에서는 동생에게 말로 다 할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기억은 안 나지만 내가 태어나고 1년이 조금 넘은 시점에 동생이 집에 왔을 때 부모님의 관심이 다 동생에게 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당시의 부모님이 동생에게 사랑을 빼앗길까 두려워하는 첫 아이에게 배려를 했을 리가 없다. 나중에 말을 들어보니 나는 항상 동생의 기저귀를 가져오라는 등의 심부름을 도맡아 했다고 한다.


조금 더 자란 후에는 심부름의 범위가 넓어져서 담배나 술 같은 것을 사 오는 심부름도 했던 것 같다. 내가 어렸을 때는 그런 게 가능하던 시절이 있었다. 심부름을 할 때 동생이 함께 간 기억은 없다.


설거지를 하거나 그릇을 옮기거나 아빠의 물을 떠다 주거나 하는 일을 했던 기억도 있는데 이 때도 동생은 제외였다. 아빠는 '남자는 부엌에 들어가는 거 아니다'라는 말을 종종 했다.


동생과 나의 싸움이 극단으로 향하던 시절, 싸움의 단골 주제는 설거지였다. '제발 네가 먹은 것은 설거지를 해라.' 동생은 절대로, 설거지를 하지 않았고 나는 억울함에 치를 떨며 설거지를 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2,3년이 지나서야 싸움은 끝이 났는데 그것은 내가 포기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빠의 총애를 받던 동생과 나의 관계가 역전되기 시작한 것은 중학생 시절이 지나고 나서다. 내가 갑자기 공부를 잘하기 시작했다. 중,고등학교 6년 내내 반장 부반장을 도맡아 하고 전교 부회장도 한 번 했나 그랬다. 성적도 전교 20등 정도는 했나 보다. 단 한 번도 나에게 칭찬을 해본 적이 없는 아빠는 동생 앞에서 '니 누-나 만큼만 공부를 해봐라'라는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속으로 고소하다고 생각했는데 반대로 동생에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었을 수도 있겠다.


아빠는 나와 동생 모두에게 자존감을 심어주지 못했다. 나는 나대로, 동생은 동생대로 아빠에게 맞거나 폭언을 들으며 자랐다. 어떻게 보면 동질감을 느끼고 서로 의지할 수도 있었을 텐데 나는 아들이라고 대우받는 동생이 너무도 싫었다.


대학생이 된 이후로는 동생과의 대화가 끊기다시피 했다. 우리는 서로에게 관심이 없었다. 나는 일반 회사원이 되었고 동생은 아예 다른 업계에서 일을 한 지라 공통된 대화 주제도 없었다.


그러다 동생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후, 그 아이로 인해 끊겼던 대화가 재개되었다. 동생의 아이, 나의 조카는 이 삭막한 집안의 한 줄기 빛이었다.


동생은 아이뿐만 아니라 고양이 한 마리도 집으로 데려왔다. 범백 바이러스에 걸려서 다 죽어가던 고양이를 온 가족이 간호하여 겨우 살렸는데, 그 경험 역시 가족 간의 긴장감을 줄여주는 데 큰 일조를 했다.


그러니까, 동생은 나름 가족의 행복을 위해 노력이란 걸 했던 것이다.


어렸을 적 동생은 엄마의 등에서 떨어져 있던 적이 없다고 했다. 항상 사랑을 갈구하는 아이였다. 그 옆에서 나는 아마도 일찍부터 사랑을 갈구하는 것을 포기하는 법을 배웠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동생은 이혼의 슬픔을 잘 이겨내지는 못한 것 같고 알코올 중독이 의심될 정도로 술을 마셔댔다. 이 시절 나는 동생에게 위로가 되어주지 못했고 동생의 잘잘못만 따졌다. 이혼에는 동생의 잘못이 더 크다고 생각했기에 '본인이 잘못해 놓고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라고 반응했다. 동생의 모습을 보며 나약하다고 혀를 끌끌 찼다. 아니, 사실 큰 관심이 없었다고 보는 게 맞겠다. 동생과는 정말이지 그 어떤 유대관계없이 자랐다. 엄마도 이혼한 아들이 불쌍하다며 아들의 눈치만 보고 있으니 더욱 더 싫었다.


하지만 나는 동생에게 고마웠다는 소리를 해야 할 것 같다.


"이 삭막한 집안에 조카와 고양이를 데려온 건 이 가족이 경험한 것 중 가장 가족답고 따뜻한 경험이었고 이건 네가 아니었으면 절대로 일어날 수 없었을 일이야."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고 이것을 얻기 위해 행동하는 동생이 나보다 더 인간답고 행복하고 용기있는 사람일지 모르겠다. 이제는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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