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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당 Jul 17. 2024

숙취 안녕!

#치앙마이 일년살기

요즘 치앙마이는 주로 오후 늦게 비가 내린다.


낮에는 뜨거울 정도로 해가 내리쬐다가 오후 5시가 넘어서 운동을 갈 때 즈음이 되니 비가 내렸다. 그래도 어제보다는 덜 내린 편이라 추울 정도로 온도가 내려가지는 않았다.


6시 수업을 들으러 가니 늘 보던 친구들이 와 있다. 내가 다니는 체육관은 하루 총 네 번의 수업을 진행하는데 그중 6시 수업이 가장 훈련량이 많고 빡센 수업 시간이다. 사람들이 많이 오기도 하고 잘하는 사람들이 오는 편이라 그런 것 같다.


나랑 한 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조'라는 태국인은 처음에는 쭈삣거리더니 요즘에는 말 문이 틔어서 나를 보면 이것저것 말을 건다. 100%는 아니겠지만 내가 만난 치앙마이 사람들은 약간 부끄러움을 타는 기질이 있어서 처음 몇 주는 나를 지켜보기만 하다가 뭐랄까 '때가 되었다' 싶으면 슬슬 말을 건다. (귀엽다...)


태국어로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을 '아이อาย'라고 하는데 어학원 선생님은 치앙마이 사람들이 대체로 이런 성격이라고 말해주기도 했었다.


조와 나는 최근에 모두 몸이 안 좋았기에 보자마자 '괜찮아?'라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는 몸은 괜찮은데 어젯밤에 예상치 못하게 친구들을 만나서 폭음을 해서 힘들다는 소리를 했다. 그 친구들은 중국인들이고 우연히 붙잡혔는데 '마셔라 마셔라 마셔라 마셔'하는 소리를 차마 거절하지 못했다고 한다. 와인을 연달아 다섯 잔을 마셨다는데 이후 한 시간 정도는 차에서 기절했단다. 집에 무사히 간 건 다행인 것 같은데 대리를 부르지는 않았겠지...


나도 한국에서 다 경험해 본 상황인지라 이해해 주면서 'I hate hangover'라는 말을 중얼거렸다. 숙취가 싫다는 뜻이다.


치앙마이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매일매일 숙취에 시달리는 것이 나의 일상이었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숙취를 조절하는 노하우를 깨닫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숙취를 느끼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태어나서 술을 한 번도 마셔본 적이 없는 사람처럼 328일째 술을 입에 대지 않는 중이다.


매일매일 숙취 없이 일어난다는 것이 이렇게 즐거운 일이었을 줄이야.


술을 마시지 않으니 음식을 먹어도 폭식을 하지 않으며 음식 본연의 맛을 더 음미하면서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운동을 해도 몸에 더 잘 받는다. 숙취가 있는 상태로 운동을 하게 되면 땀을 빼면서 시원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몸에 무리가 오는 것도 동시에 느꼈다. 숙취가 없으니 운동을 해도 훨씬 더 개운하다. 한 20배 정도 더 개운하다고 해도 맞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스트레스를 푼답시고 술을 마셨는데, 술을 마시지 않고 운동을 하면서 땀을 시원하게 빼는 게 훨씬 더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적인 일이었다.


조는 한국에도 와본 적이 있다고도 하고 소주를 맥주에 말아먹는 소맥이 뭔지도 알고 있다. 그가 소주 이야기를 하자 나는 한 마디를 거들었다.


'조, 소주 그거 싸구려 술이야. 몸에 안 좋아. 마시지 마.'


숙취 없는 개운한 나날들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기를. 이렇게 글로도 썼으니 나는 앞으로도 금주를 잘 지켜나갈 거다.


집 근처 '왓쩻욧'이라는 사원에 들렀다. 부처님 제가 스스로와의 약속을 계속 지킬 수 있게 도와주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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