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은 기후 때문인지 식물이 굉장히 잘 자라는 곳이다. 이에 걸맞게 조경에 대한 수준도 꽤나 높다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 작년에 치앙마이에 놀러 온 식물 덕후 친구와 치앙마이에서 열린 꽃 박람회를 둘러보았는데 친구는 감탄사를 연발하기도 했다. 친구가 다녀간 이후 나도 식물에 관심이 생겨서 조경이 잘 된 곳을 유심히 살펴보거나 이렇게 시간을 내서 식물원에 가보기도 한다.
치앙마이에서는 Queen Sirikit Botanic Garden 과 이번에 방문한 Tweechol Botanical Garden 이렇게 두 곳의 식물원을 방문했다. 둘 다 기대를 뛰어넘게 괜찮았는데 둘 중 더 식물원 같은 곳은 Queen Sirikit Botanic Garden이다. 온실을 크게 지어서 다양한 식물들을 심어놓았다.
오토바이를 타고 열심히 달려서 어렵지 않게 Tweechol Botanical Garden에 도착했다. (**시내에서 접근성은 떨어지며 택시타면 비용이 많이 깨진다)
이곳은 넓게 꾸며놓은 정원을 거니는 즐거움이 있는 곳이었다. 대부분은 자전거를 빌려서 돌아보지만 나는 소화도 시킬 겸 두 시간 정도를 천천히 걸어서 둘러보았다. 때마침 날씨까지 좋아서 오래된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음에도 사진이 꽤나 잘 나왔다.
이 아름다운 정원을 둘러보면서, 하지만 나는 한국에서의 고민거리를 떠올렸다. 오늘 보낸 시간을 100이라고 환산하면 80은 고민거리를 곱씹었고 20 정도만 눈앞의 풍경을 즐겼다.
고통스러웠다.
나는 언제쯤 아예 모든 고민에서 해방되어서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즐길 수 있을 것인가. 그건 불가능한 꿈일까?
한국에서 내가 과연 일을 제대로 잘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 관계를 끊지도 개선시키지도 못하는 부모님에 대한 고민을 하며 걷고 걷고 또 걸었다. 집에 돌아와 보니 스마트 워치에는 1만 5천 보라는 숫자가 찍혀있었다.
반면 이런 생각도 했다.
효율은 낮아도 삶을 즐기려는 노력은 포기하지 않는 게 아닌가?
어차피 무의미하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면 100 중 20의 즐거움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고민을 하지 않는 방법은 못 찾겠어서 어딜 가건 고민을 데리고 다니지만 그래도 그 고민의 와중에서도 나는 조금이라도 삶을 즐기기는 즐긴다.
고민을 없앨 수 없다면 그건 그대로 두고 즐거운 경험을 최대한 많이 하기 위해서 최대한 많이 움직여야 한다.
일종의 박리다매 비슷한 전략일까.
그렇게 하다 보면 지금 삶에 집중하고 즐거움을 느낀다는 이윤도 조금은 더 많이 남을 수 있겠지. 이윤을 안 남기고 그냥 살아도 똑같은 삶이겠지만 인간은 욕심쟁이니까 그래도 어떻게든 이윤을 남겨보고 싶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