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에게 맞서는 기분이란

#애프터 치앙마이

by 송송당

고군분투 하고 있었다.


정신과를 다니며,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고, 최선을 다해 업무를 하는 삶.


이 삶에 균열이 올 것 같은 느낌은 불과 며칠 전부터 벌어졌다.


팀장과의 마찰 때문이었다.


팀장은 고집이 매우 쎄고 본인이 통제권을 잃는다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다.


천성이 PM이라, 모든 업무의 흐름을 이해하고 모든 업무를 대체할 수도 있는 나는 팀장의 눈앳가시였다는 것을 최근에 깨달았다.


팀장은 타인을 활용해 나의 행동을 옭죄려 했다.


'팀의 저성과자들이 A씨 때문에 발전을 못하니 A씨가 좀 자제해'


- A씨가 CEO야? 왜 그렇게 일을 열심히 해

- 일좀 손에서 놓아

- 회의 시간에 말을 줄이는 게 어때? A씨 때문에 저성과자들이 겁을 먹고 말을 못해

- (업무 관리용 도구를 사용하려고 하자) 이걸 쓰면 A씨가 막 일을 배정하고 해서 저성과자들이 또 압박을 받지 않을까???


이게 말인가 똥인가.


결국 나는 신경안정제를 먹고 있음에도 이성을 잃고 팀장과 논쟁을 벌였다.


1차 논쟁, 2차 논쟁, 3차 논쟁...


팀장은 나와 극심하게 논쟁을 벌인 이후에도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새벽 시간에 내 이름을 태그해서 슬랙(업무용 커뮤니케이션 도구) 채널에 'A씨, 그 업무관리용 도구 사용은 확정이 안 되었으니 쓰지 마세요'라고 하거나 하는 식이었다.


미친놈이 누가 새벽 1시 반에 자기 허락 없이 업무 관리용 tool 사용 하지 말라고 직원을 태그해서 글을 올리냐 말이다. (그 인간 그 날 술을 마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며 전체 공개 채널에 팀장에게 조목조목 반박하는 글을 남겼다.


그러자 달린 팀장의 댓글은,


전혀 아무렇지 않게 나를 걱정하는 척,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글이었다.


'자기주도적으로 일해주시는 데는 정말 감사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데서 다른 분들과 너무 맞지 않는다면 팀장 입장에서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1. 그는 자기주도적으로 일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모두가 자신의 허락을 얻고 일하기를 원한다.

2. 가장 기본적인 데서 다른 분들과 너무 맞지 않는다면에 대한 예시는 없다. 본인과 맞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3. 팀장 입장에서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어떤 행위를 하겠다는 것을 상상시키는 협박이다.


이 댓글을 보고 나는 신경안정제를 먹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무실에서 오전 내내 숨죽여 오열했다.


왜 그랬을까? 아마도 억울함과 분노였을 것 같다.


내가 알지도 못하는 내용으로 나를 비난하는 상사의 글을 보고 있는 것은 참으로 혹독한 감정이다.


저성과자들이 누군지도 모르겠고, 그들의 기분을 위해 내 행동을 희생해야 하는 이유도 모르겠고. 내가 협업과 팀워크를 저해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겠고...


그래도 그와 대놓고 맞서 싸웠는데, 퇴사를 하게 되더라도 나는 이 일에는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


표현을 하지 못했다는 억울함은 없지 않을까.


퇴사를 해도 뭐...이제 일의 값어치는 깨달았으니 몸을 쓰는 일을 하건 뭘 하건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


걱정해주는 척, 가스라이팅을 일삼는 팀장에게 대놓고 맞받아치는 기분은 생각보다는 상쾌하다.


글을 쓸 여력이 없었는데 덕분에 글도 쓰고 얼마나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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