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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듦을 이해한다는 것

#불안장애

by 송송당

가을도 지나 겨울의 문턱에 다다른 11월 중순, 새로운 회사에 입사한 지도 거의 한 달이 되어가고 있다.


입사 후 첫 주는 밤에 도통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어서 힘들었다.


신경안정제를 먹고 잠을 청해도 심장이 쿵쾅거려서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 스트레스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낯선 공간, 낯선 사람들.


다행스럽게도 적응력이 좋은 편이라 입사 후 3일 차만에 혼자서 일을 하기 시작했고, 한 달 차가 된 요즘은 몇 년 일한 사람처럼 회사에 적응을 완료했다. 잠도 처음보다는 잘 잔다.


하지만 새로운 스트레스 요인이 발생했는데, 바로 팀장님이다.


하...


나는 왜 잘 맞는 팀장님을 만나본 적이 손에 꼽는 것인가.


특히 이번 팀장님은 스타트업에서는 보기 힘든 65세의 팀장님이다. 큰 회사에서 은퇴를 하고 이 회사로 오셨다고 했다.


처음에는 그의 경험에서 배울 점을 기대했지만 점점 그 기대는 무너져가는 중이다.


입사 첫날, 나와 둘이 점심을 먹으며 그는 나에게 팀장 자리를 넘기고 은퇴할 계획을 밝혔다. 더 정확히는 나를 팀장으로 키우시고 나가신다고 했다.


이내 그것은 나이 드신 분들이 '나이 들면 죽어야지'라고 말씀하시는 것과 똑같은 말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자신의 대표가 자신을 마음에 들지 않아해서 자신의 팀장 자리가 위태로울까 걱정을 한다.


은퇴한다는 사람이 할 걱정은 아니지 않은가.


그는 회사에 많은 불만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 어떤 것도 해결을 하려는 의지나 노력이 없어 보인다.


말을 했지만 대표가 듣지 않았다고 한다.


어차피 말을 안 들으니 말을 하기를 멈췄다고 했다.


새로운 것을 하자는 의견을 내면 대부분 반려한다.


조금이라도 본인에게 책임이 되겠다 싶은 일이라면 어떻게든 못하게 막는다.


라떼는 말이야도 항상 시전한다.


조금이라도 건수가 보이면 말씀을 시작하시고는 몇십분이고 자신의 무용담을 늘어 놓는다.


그의 말씀을 듣는 직원들의 눈에서는 대부분 생기가 사라진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올법한 이런 캐릭터를 접하며, 나는 속으로 너무도 많은 생각에 휩싸여있다.


그냥 그는 빌런인 것인가 아니면 그저 나이 든 노인인 것인가.


나도 다음 생일이면 만으로 나이 마흔. 더 이상 젊지 않다.


그런데 나보다도 스물몇 살이 많은 사람이 조직에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젊은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고 밉상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며 저것이 내가 맞이할 미래가 될까 두렵다.


특히나 기력 없이 구는 것을 볼 때면 무서울 지경이다.


결국 사람은 다 저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인가?


나이는 들 수 밖에 없고, 그에 따라 변화하는 것도 당연할텐데 어느시점에서 사람은 라떼는 말이야를 시전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지 않고 책임지지 않고 내 이익만 챙기려고 하게 되는가.


나는 나이든 팀장님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절대로 이해하고 싶지 않은 그런 양가적인 감정에 시달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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