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걸 갖게 되면 나는 행복해지는 걸까?

#시끄러운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일기쓰기

by 송송당
가끔 어떤 물건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하면 그걸 갖는 것에 완전히 몰두해 버릴 때가 있다.


최근에는 커피 그라인더가 그랬다. 4년간 살던 전셋집을 처분하고 치앙마이로 넘어오면서 10년 정도는 썼던 커피 그라인더는 버리고 왔는데 결국 다시 갖고 싶어졌다. 치앙마이에는 좋은 원두가 넘쳐나고 매일 아침 커피를 사러 가거나 배달시키기도 귀찮아진 탓이다.


커피 그라인더를 사려고 보니 한국보다 가격이 두 배정도는 나가고 딱히 마음에 드는 게 없었는데, 어떤 특정 브랜드의 제품이 한국에서 살 때보다 저렴했고 나는 그것을 가져야겠다! 고 생각해 버렸다.


오프라인 매장에도 가보고, 온라인 쇼핑몰도 비교해 보고 며칠 동안 아주 정신이 팔려버렸다.


태국에서 온라인 쇼핑이라 함은 라자다(lazada) 혹은 쇼피(shopee)라는 두 개의 쇼핑몰의 이파전인데 라자다에서 구매를 하려다 쇼피에서 쿠폰을 먹이면 더 저렴한 것을 발견해 버린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내가 사용하는 태국 전화번호가 쇼핑몰 어플에서 인증이 되지 않았고 이 번호가 내 번호라는 것을 확인받기 위해서 쇼피 고객센터의 직원과 이메일을 주고받는 중이다. 이렇게까지 해서 나는 이 물건을 구매해낼 것이다.


최근 몸이 좋지 않아서 최선을 다해서 스트레칭을 하는 중인데, 아침에도 스트레칭을 하다가 문득 '내가 이 커피 그라인더를 갖게 되면 나는 행복해지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몸은 천근만근에 뒷목으로는 엄청난 고통이 느껴지는데 커피 그라인더를 장만해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게 대체 뭐가 중요한 걸까. 건강에만 집중해도 모자랄 시간에 꼭 이렇게 쇼핑에 시간을 써야 하는 걸까.


이런 성향은 원래 갖고 있던 성향인데 한국에서도 종종 어떤 물건에 꽂히면 몇 날 며칠을 비교해서 어떻게든 최적의 구매를 해내고야 말았었다. 원하는 물건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곧장 살 정도의 환경에서 자라지 못했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검색신공을 익혔고 지금은 이 분야에서는 거의 달인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한두 달 정도가 지나면 물건에 꽂혀있던 마음은 자연스레 사라지고, 때로는 어떤 물건은 생각보다 잘 사용하지 않아서 어딘가에 처박혀 있게 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그래서 치앙마이에 오기 전 전셋집을 정리하면서 어마어마한 분량의 물건을 팔고, 버리고, 기부했다. 그 작은 원룸에서 나온 물건의 양에 질려버릴 정도였다.


그렇게 치앙마이에 왔는데, 또다시 필요한 물건이 생긴 걸 보니 참 나도 웃기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건에 대한 소유욕은 꼭 식욕 같기도 하다. 음식을 먹는 행위가 허전한 마음을 채워주는 것처럼 물건을 사는 행위도 비슷한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허전한 마음을 물건을 소유하는 것으로 채우려고 하는 것일까.


그래도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 한국에서 그 많은 물건을 처분하고 태국으로 넘어온 것만 봐도 그렇다. 아마도 이렇게 시행착오를 겪고 나면 필요하지 않은 물건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방법을 더 많이 익힐 수 있을 것이다.


이게 지금 내가 가진 짐의 전부다!!


그렇게 비워낸 소유욕의 공간을 무엇으로 채워야 내 마음이 안정될지, 그건 아직까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다만 오늘 치앙마이 날씨는 너무도 아름답고 이런 풍경을 깊게 내 마음에 온전히 담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했다.


집 앞의 나무만 봐도 눈이 부시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치앙마이
치앙마이 대학교 도서관 가다가 발견한 풍경인데 눈이 부셔서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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