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쉬어야 하는데

#시끄러운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일기쓰기

by 송송당

어제부터 영 몸이 좋지 않다. 매일 쓰던 일기도 하루 걸러야 할 정도였다. 지금도 딱히 상태는 좋지 않지만 어지러움은 조금 사라져서 일기를 쓰는 중이다.


몸이 좋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 뒷목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몇 년간 시달려온 일종의 지병인데 이렇게 갑자기 아프기 시작해서 몇 주가 지나면 괜찮아지고는 한다. 뒷목은 거의 일자목에 가깝고 승모근도 심각할 정도로 경직되어 있다. 여러 번 치료도 받아 보았지만 그때뿐이다.


십여 년 이상을 고개를 숙여 공부했고 또 십여 년 이상을 컴퓨터 앞에 앉아서 나쁜 자세로 일했으니 목이 고장 나지 않는 것이 이상하긴 할 거다. 이 증상이 나타나면 뒷목부터 기분 나쁜 고통이 타고 올라오고 눈도 아프고 토할 것만 같고 어지럽다. 운동을 하면 그나마 괜찮아져서 계속 운동을 하는데, 비자 문제 등을 처리하느라 잠시 운동을 쉬니 귀신같이 몸이 알아차렸나 보다.


뒷목도 그렇고 승모근 쪽은 전문가들이 들여다봐도 정말 심하다고 할 정도로 굳어있다. 허구한 날 혼나고 자라서 초긴장 상태였던 것이 승모근에도 영향을 준 것일까? 그런 생각도 해본다.


내가 기억할 수 있는 내 인생의 모든 순간, 긴장하지 않고 지내본 적은 없었다. 나는 착한 딸이어야 했기 때문에 심부름도, 공부도 열심히 하고 속을 썩이지 않으려 노력하며 살았다. 진심에서 우러러 나온 것이라기보다는 그렇지 않으면 아빠에게 혼나기 때문에 그랬다. 회사에 들어가고 회사에서도 성과라는 것을 평가하던데 이 상황은 아빠와 겪었던 상황과 매우 비슷했다. 회사에서도 혼나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일했다.


얼마 전, 교육비자 발급 관련해서 이민국에서 한 번 거절을 당한 일이 있는데 이게 회사 업무였다면 이 일이 해결될 때까지 아예 잠을 못 잤을 것이다. 혼날까 봐, 나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불편을 겪을까 봐 전전긍긍하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 문제를 처리해 냈을 거다. 작년에 회사에서 행정처리 관련해서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몇 주를 끙끙 앓기도 했었다.


이제는 나를 긴장하게 만드는 환경에서는 벗어났고 나 자신을 그렇게까지 혹사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환상통'이라고 해야 할까? 신체 일부가 사라진 환자가 여전히 해당 부분이 존재하는 것처럼 생각해 통증을 느끼는 것처럼 나도 여전히 한국의 그 스트레스 가득한 상황에 있는 것처럼 생각해 마음 편히 지내지는 못한다.


치앙마이에 있으면서도 성과를 내야 할 것 같고, 아무것도 안 하고 하루를 보내면 죄책감을 느끼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혼날 것만 같다.


그래서, 아프면서도 빨리 나아야 한다고 스스로를 자책했다. 만약 아픈 사람이 친구였다면 푹 쉬라고 말해주고 약도 주고 맛있는 것도 사주었을 텐데 그걸 나 자신에게 하지 못했다.


목표를 이루는 방법 중에, 목표를 달성했을 때를 매우 상세히 상상해 보라는 방법이 있던데 그렇다면 나는 치앙마이를 떠날 때 즈음에는 목 통증이 사라지고 누가 만져봐도 승모근이 말랑말랑해진 상태였으면 좋겠다. 그걸 달성했다는 것은 내가 비로소 인생 처음으로 마음 편히 지냈다는 증거가 될 테니까 말이다.


아파도 먹기는 해야 하니, 잠시 밖을 나갔는데 숙소 근처 맛집에 점심시간을 맞아 손님들이 줄을 서 있었다. 사실 나는 그냥저냥 한 맛이라고 생각하는데 미쉐린 별을 받은 곳이어서 항상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이 모습을 보면서 한국에서의 전투적인 삶이 잠시 다시 떠올랐다. 내가 퇴직한 상황이 아니라 여행으로 여길 왔다면 나도 줄을 섰을 것이다. 정해진 시간에 최고의 성과를 내야 하니 말이다. 모든 시간은 금이고 내가 가는 모든 가게는 맛집이어야 했을 것이다.


20231002_130609.jpg 손님들은 잔뜩 줄을 섰고, 직원은 번호 호출기까지 나누어주며 손님들을 안내했다. 모두에게 행복한 결과였기를...


성과를 내야만 하는 삶 vs. 나의 건강/목숨


둘 중 무엇이 중요한지는 너무 자명하겠지.


20231002_130248.jpg 걷다가 만난 고양이쿤 (수컷이었다) 그래, 오늘 하루종일 아팠어도 나는 이 친구와 만나서 잠시 놀았으니 대단히 훌륭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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