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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당 Oct 14. 2023

치앙마이 두 번째 무에타이 체육관

#치앙마이 일년살기

기존에 다니던 무에타이 체육관의 한 달 이용권이 만료된 후 연장하지 않고 다른 체육관을 찾는 중이다. 기존 체육관은 시설도 깨끗하고 가격도 저렴했으나 코치들이 남성과 여성 학생들을 대하는 방식이 꽤 달랐다. 남성 학생들에게는 그래도 다소 진지한 수업을 해주는 것 같았는데 여성 학생들에게는 땀이나 빼게 운동을 시켜준다의 수준으로만 접근했다. 자세가 틀려도 교정해주지 않았다. 나도 여성이긴 하지만 진지하게 무에타이를 배우러 온 것인데, 이대로는 더 많은 발전이 없겠다고 생각했다.


시내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체육관에도 가보았는데 그곳은 너무 유명해서 수업마다 거의 스무 명은 넘는 학생들이 찾아왔고 코치들은 역시 상세히 자세를 잡아주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학생들끼리 스파링을 시켰는데, 스파링을 시키는 동안에도 옆에서 구경만 하고 있길래 이곳도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10여 년 전에 가보았던, 정말 훌륭한 코치가 있던 체육관은 헤드 코치가 일찍이 선견 지명이 있어서 유럽으로 이민을 갔다. 거기서도 무에타이를 가르치고 있다면 태국에서 버는 수준보다 수십 배의 돈을 벌고 있을 것이다.


오늘은 구글맵을 열심히 검색해서 집에서 스쿠터로 20분은 걸리는 외곽 쪽으로 향했다. 시내 체육관들이 너무 상업화되어 있다고 느꼈으니 외곽 쪽으로 나가면 시내보다는 상황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해서이다. 가보니 시내의 유명한 체육관과는 달리 아주 단출한 규모의 체육관으로 외국인보다는 근처 사는 태국인들이 더 많이 찾는 곳으로 보였다.


wildcat muay thai 


태국의 전통적인 가정집 앞마당에 작게 가건물을 만들어서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정말 완전 전통적인 무에타이 체육관은 훈련 전 20분 정도 달리기를 시키고, 스트레칭을 한 다음 쉐도우 복싱, 미트 훈련 및 기술 훈련과 스파링을 진행한다. 오늘 간 곳은 그 정도로 전통적인 방식은 아니었고 스트레칭과 줄넘기를 한 후 미트 훈련 5라운드 및 크로스핏의 방식으로 여러 운동을 1분간 돌아가며 진행하는 체력 훈련으로 마무리했다. 미트 훈련을 잡아주는 동안에는 아주 상세하게는 아니지만 자세를 잡아주어 만족스러웠고 한 명의 코치와 미트 훈련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세 명의 코치와 번갈아가면서 훈련을 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이전 체육관에서는 가장 경력이 짧은 코치가 나를 전담하여 미트 훈련을 진행하여서 크게 아쉬웠었다.


한 시간 반 동안 격렬한 운동을 하고 지불하는 비용은 300바트, 우리나라 돈으로 12,000원 정도다. 생각보다 비싸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코치가 1:1로 훈련시켜 주는 미트 훈련이 5라운드나 진행되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저렴한 가격이다. 한 달 무제한 이용권으로 구매하면 가격은 더 내려가서 1회 8천 원 정도에도 운동이 가능하다. 한국이라면 이 정도는 프라이빗 레슨으로 보고 회당 5만 원은 더 넘게 받을 것이다.


치앙마이의 무에타이 체육관들도 그 모습이 많이 변했다. 치앙마이에는 점점 더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고 이건 확실히 돈이 된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무에타이 훈련 방식도 간소화하고 크로스핏 같은 운동을 배워와서 수업에 적용하기도 한다. 그 대신 정해진 시간에 최대한 많은 수강생을 받거나 하루에 지나치게 많은 타임의 수업을 진행해서 그만큼 코치들의 훈련 집중도가 떨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 같다. 최저 임금이 350바트인 나라에서 돈을 많이 벌겠다는데 내가 뭐라고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만족스러운 체육관을 찾기 위해 여러 군데를 다녀보는 수 밖에는 없다. 그렇게 따지면 한국의 운동 체육관들은 대부분 코치 한 두명이 수십 명의 수강생을 가르치는 구조여서 만족스러운 수업을 들어본 기억이 없다.


10년 전에 태국에서 무에타이를 할 때는 미쳐 날뛰어서 하루에 두 번씩 수업을 듣고 푸켓에서는 시합까지 나갔었다. 지금의 나는 수업을 한 번 들으면 온몸이 아파서 골골대는 수준이다. 내가 무에타이라는 것을 할 수 있는 날도 얼마 안 남은 걸까? 그런 씁쓸한 생각을 하다가 그래도 코치들과 미트 훈련을 하고, 샌드백을 치는 그 감각이 너무 즐거워서 그냥 더 힘을 내서 열심히 해야지, 그런 결론에 다달았다. 어쩌면 이번 치앙마이에서의 1년이 내가 이렇게 무에타이를 즐길 수 있는 마지막 해일 수도 있다.


체육관의 수업모습은 이렇다, 이 개는 동네 개인데 그냥 들어와서 누워있다


무에타이를 할 때의 나는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지만 스스로를 아주 멋있다고 생각한다. 무에타이를 열심히 한다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이걸로 밥벌이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래서 정말 내 인생 그 어떤 것 보다도 순수한 '즐거움'이다. 인생에 이런 즐거움이 하나라도 있다니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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