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일년살기
와, 진짜 독하다.
중고 오토바이 주행거리 조작 사기를 친 업체에서 (아마도 어쩔 수 없이) 나에게 다시 사간 문제의 오토바이를 하루 만에 페이스북에 매물로 등록했다.
나에게 팔았을 때보다 천 바트를 높여서 가격을 책정했다. 내가 사기를 알아내는 바람에 업체에서 오토바이를 다시 사 간 것 때문에 본 손해가 천 바트일까, 그런 생각이 든다. 오토바이가 다시 팔린다면 결국 업체에서는 1바트도 손해를 본 것이 없게 될 것이다.
나는 아직은 이런 삶의 방식을 이해할 수 없기에 오토바이 판매글을 보고 한참을 생각에 잠겼다. 나의 정신건강을 지키겠다며 1년간 그 어떤 수입도 없이 놀고먹는 삶을 택한 나는 1원 한 푼도 손해 볼 수 없다는 자본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물건이 되었건 서비스가 되었건 이윤을 붙여 파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제품의 품질을 두고 사기를 치기는 싫단 말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도 그렇고, 한국에서 일할 때도 그렇고 그렇지 않은 경우를 더 많이 경험했다.
친한 친구가 나에게 '너는 절대 장사 하지 말아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아니, 여러 번 그랬다. 나는 이익을 제대로 남기지 못할 것이라는 뜻이었다.
맞다. 내가 중고 오토바이 가게 사장이라면 이익은 붙여서 팔되 손님들에게 딱 어울리는 좋은 오토바이를 찾아주고는 거기서 보람을 느낄 거다.
하지만 이런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른 사람도 있다.
무에타이 그룹 수업을 들으러 가니 그날따라 수업을 나 혼자 듣게 된 거라. 그럼에도 코치님은 난처한 기색 없이 나와 수업을 시작했고 심지어는 내 옆에 찰싹 붙어서 1:1 수업을 해주었다. 이건, 정말이지 프라이빗 레슨 수업의 비용을 내야 하는 수준의 수업이었다. 무에타이 기술 훈련이 끝나고 체력 훈련을 할 때도 코치님은 내 옆에 붙어서 PT 선생님처럼 자세를 잡아주고는 아예 운동을 나와 함께 해주었다. (그래서 전혀 게으름을 못 피워서 다음 날 근육통에 시달린 건 비밀)
한 시간 반 동안 프라이빗 레슨을 받았으나 지불한 비용은 고작 150바트. 우리 돈으로 6천 원이다. 원래는 그룹으로 수업을 들어도 시간당 300바트 정도는 지불하게 되지만 프로모션으로 쿠폰을 싸게 구입했고 그 덕분에 다음 달까지는 회당 150바트에 수업을 듣는 중이다.
코치님은 무슨 생각으로 돈도 안 되는 나에게 이런 정성을 쏟았을까 생각하다가 내린 결론은 '직업정신'이다. 중고 오토바이 가게 사장은 갖고 있지 않았던 그것을 무에타이 코치님은 갖고 있는 것이다. 그는 수업 수강 쿠폰을 팔았으니 상황이 어떻게 되었건 약속한 대로 양질의 무에타이 수업을 제공한 것 그뿐이다. 아주 심플하다. 시간당 인건비가 얼마가 들어가니 이익을 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계산은 없다.
나란 사람은 코치님의 이런 직업정신에 감동하고, 심지어는 황홀함마저 느낀다.
그의 이런 직업정신은 나를 통해 회당 150바트 이상의 이익이 되어 그에게 돌아올 것이다. 나는 계속 그의 체육관에 나가서 매출을 일으켜줄 것이고 다음 주에 치앙마이에 방문하는 친구와는 따로 회당 500바트의 프라이빗 레슨을 들을 참이다. 무에타이 코치로서의 그의 훌륭한 직업정신에 조금이라도 보답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별문제가 없다면 남은 치앙마이 생활 동안 이 체육관에 정착하고 싶다)
사람으로 받은 스트레스는 사람으로 풀렸다.
나도 코치님처럼 직업정신으로 손님에게 존경받는 직업인이 되고 싶다. 다만, 일단 이번 치앙마이 일년살기 동안까지는 열심히 백수생활을 즐기고 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