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외국인이 오토바이를 구매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다음의 서류를 구비하면 그 외의 등록 절차는 매장에서 알아서 진행해 준다. (치앙마이 기준)
[오토바이 구매 필요서류]
여권 : 3개월 관광비자로도 오토바이 구매 가능함
거주지증명서
- 치앙마이 이민국 발급 : 1회 한 장만 발급 가능하며 신청 후 2,3주 정도 후 집으로 우편 배송. 기존에는 500바트를 내면 다음날 급행으로 발급되는 서비스가 있었으나 지금은 없어졌다는 소리도 있다. 태국 행정이 오락가락하는 부분이 있어서 이민국 방문하여 정확한 확인 필요
- 주태국대사관 신청 : '재외국민등록부'가 거주지증명서와 동일한 역할을 한다. 대사관 홈페이지 지시사항을 그대로 이행하면 우편으로 일주일 정도면 받아볼 수 있으며 한 번에 여러 장 신청도 가능하다. 재외국민등록부 신청 전에 재외국민등록이 되어있어야 하는데 온라인으로 가능.
서류를 갖추고, 원하는 모델이 매장에 있다면 당일에도 오토바이 구매는 가능하다. 나는 원래 다른 색상의 모델을 원했지만 다른 색상을 기다리려면 두 달을 기다려야 한다고 하길래 매장에 남아있던 빨간색 색상의 모델을 구매했다. 사고 나니 정이 들어서 빨강이 최고! 를 외치고 다닌다.
나의...혼다 giorno 125cc
오토바이를 구매할 때 외국인의 경우는 100% 현금박치기 말고는 구매 옵션이 없다. (gnl 스캔 가능) 태국 분들의 경우 대다수는 할부 구매를 하는데 일종의 금융 거래인지라 직업을 갖고 있는 것이 확인이 되어야만 할부 구매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할부로 구매를 할 경우는 현금 일시불 구매에 비해 금액이 크게 높아진다.
이를테면 일시불로 구매하면 69,900바트짜리 제품이 할부로 구매 시 계약금 3,900바트에 2,455바트씩 48개월 납부로 금액이 뛴다. 계약금은 할부에 어떻게 포함이 되는지 모르겠는데 할부금액만 놓고 보면 2,455x48 = 117,840바트가 된다.
이런 관계로 혼다 정식 매장에 방문하여 오토바이를 구매한다고 해도 일시불 구매는 큰 환영까지는 받지 못한다. 할부 구매가 딜러에게 더 이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차 구매 선물 같은 것도 할부에 비해 단출하다.
그렇게 하루 만에 오토바이 구매를 완료하고, 해당 모델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찾아 가입해 봤다. 태국은 거의 모든 온라인 커뮤니티가 페이스북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페이스북을 활용하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태국어를 하지 못해도 번역기가 있기에 정보를 습득하는 것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그런데 이것은 판도라의 상자였을까? 내가 구매한 모델의 일부 부품에 리콜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해 버려서 오늘 엔진오일 교체를 맡기면서 리콜도 함께 요청했다.
내가 구매한 giorno 모델은 출시된 지 두 달 정도 된 새 모델로 여러 태국 유튜버들의 리뷰 표적이 되었다. 그중 영향력 있는 한 유튜버가 해당 모델의 오일펌프 기어가 내구성이 약한 플라스틱 부품이 사용되었다는 것을 발견하고 인터넷상에서 이의를 제기했고 이에 격분한 소비자들이 혼다 본사에 클레임을 제기해서 혼다에서 해당 부품에 대한 리콜을 진행하게 되었다는 스토리.
요걸 하얀색 플라스틱 부품에서 오른쪽 검은색 부품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페북 커뮤니티가 난리가 났다
플라스틱 부품을 쓴다고 치명적인 고장이 100%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태국인들이 이렇게 불안해하고 분노하니 나도 덩달아 빠르게 부품을 바꾸고 싶어졌다.
다행히 서비스센터 직원들도 이 상황을 알고 있기에 내가 부품의 사진을 보여주자 무슨 일인지 파악하고 나의 리콜 신청을 받아주어 내가 힘들게 직원들에게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이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그룹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오토바이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해 질문하고 답변하는 사람들의 게시글이 올라온다. 덕분에 오토바이 매뉴얼을 읽지 않고도 내가 타는 모델에 대한 거의 모든 팁을 여기서 다 얻었다.
페이스북 그룹을 보면서 재미있는 것은 오토바이를 순정 상태 그대로 타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바퀴 휠, 시트, 충격흡수장치, 스티커, 백미러 등등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온갖 부품을 다 바꾼다.
초록색 모델인데 바퀴 휠, 충격흡수장치, 후면 손잡이? 등을 핑크색으로 포인트를 줬다
엔진오일 및 부품 교체를 위해 오토바이를 센터에 잠시 맡겨 두고 오랜만에 걸었는데 내 신체의 일부가 없는 것처럼? 허전함을 느꼈다. 나도 이런데 평생을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태국 사람들에게 오토바이는 얼마나 소중한 것일까.
태국인들에게 오토바이가 얼마나 익숙하면, 얼마 전에는 오토바이 뒤에 탄 학생이 운전자에게 기대어서 깊게 잠든 모습을 보기도 했다. (물론, 무척 위험한 상황이었을 수도 있지만 운전자도 별일 아니라는 듯 부드럽게 운전하며 길을 나아갔다) 이것뿐만 아니라 오토바이 뒤에 앉아서 화장 고치는 모습은 수도 없이 봤다. 운전자의 경우도 전화 통화 하면서 운전하는 것은 흔히 본다.
이번 연도 이전에는 태국에 방문해서 오토바이를 렌트해도 오토바이의 상태를 잘 볼 줄도 몰라서 타이어 공기압 체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달리고는 했다. (지금이야 3,4일에 한 번 공기압 체크 중) 이번에 내 이름으로 오토바이를 구매하게 되면서 오토바이에 대해 몰랐던 신세계가 열렸다.
일종의 오토바이 덕질을 하는 중인데 자칫 무료할 수도 있는 치앙마이 생활의 일종의 활력소가 되었다. 갖고 있는 주식 가격이 조금만 올라준다면야 나도 내 오토바이의 일부를 커스텀 부품으로 바꿔버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