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괜찮아요?
얼굴이 하얗게 질렸네. 여기 앉아요."
"아, 괜찮아요."
"어떻게. 119 불러줘요?"
"괜찮아요."
정확히 5초 뒤에 죽을 것만 같은 이 공포심은 정말 적응이 안 된다.
오늘도 지하철 안에서 과호흡 증상을 겪으며 퇴근을 한다.
저벅저벅. 지하철에서 걷기를 10분 정도,
집에 도착한 나는 캄캄함 속에서 빛을 먼저 찾는다.
그리 환하지도 그리 어둡지도 않은 적당히 빛을 찾은 뒤 냉장고를 열어 물을 마신다.
죄다 마실 것들로만 가득한 냉장고를 한번 흝어본 뒤 적당히 마실 것을 찾아서 침대에 누워버린다.
"아. 진짜 먹기 싫다."
지금 시간은 오후 6시 33분.
모든 사람들이 말하는 저녁시간인데 나는 마실 것으로 저녁식사를 대체한다.
이 텅 빈 집에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한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난다.
(중략)
첫 만남.
- '이번엔 무슨 예쁜 꽃들이 있으려나.'라고 꽃집을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유일하게 내 집에서 살아있는 예쁜 생명체. 꽃을 사는 행위는 늘 즐겁고 설레는 것 같다.
- 이따금씩 유일하게 내 집에서 살아있는 예쁜 생명체인 꽃을 사러 꽃집을 간다.
매번 하는 짓이지만 늘 즐겁고 설레는 것도 같은 게, 발걸음이 가벼운걸 보니.
"꽃 사러 오셨어요?"
"아, 네."
"누구한테 선물하려고요?"
"네?"
"작약의 꽃말은 수줍음인데 약간 안 어울리시네요."
"아...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