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감정을 파악하는 능력은 자기감정을 파악하는 능력과 거의 정확하게 비례하기 때문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모욕을 당했을 때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 있어야 모욕을 당한 타인의 감정에도 공감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서 자유를 빼앗는 인권 유린 행위는 무력감이 만연하는 현상으로 귀결되었다.
- 김태형 <실컷 논 아이가 행복한 어른이 된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2년 차 선생님이 채 피우지도 못한 꽃봉오리를 스스로 떨어뜨렸습니다. 선생님을 학교로 보낸 이유가 분명히 있었을 텐데요. 어쩌면 타인을 돌보지 못해서 생긴, 어른들 스스로가 돌아보지 못해서 생긴 비극일지도 몰라요.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과 선생님을 함께 키우고 가꾸어야 해요. 선생님도 누구의 사랑스런 자식이고, 친구를 가해한 학생도, 피해를 당한 학생도 우리들의 사랑스러운 자식이예요. 선생님도 아이를 돌보고, 같은 공간에서 부모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내 아이가 속한 교실의 모든 아이를 우리 어른들이 함께 돌보아야 해요.
너의 친구는 밟고 넘어야 하는 경쟁자가 아니라, 아끼고 사랑해주어야 할 소중한 생명이란다. 네가 힘들면 엄마의 마음이 아프고, 네 친구의 마음이 다치면 그 아이 엄마의 가슴도 찢어진단다. 당신의 아이와 내 아이가 스스로 서로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게, 우리들은 잠시 물러나 있어도 되지 않을까요. 선생님을 믿고 조금 기다려 주어도 되지 않을까요. 친구의 마음을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아이들에게 시간을 조금더 주어도 괜찮지 않을까요.
우리 어른들이 걱정하는 것보다 아이들은 강하답니다. 당신도 아이 때는 스스로 강하다고 믿지 않았나요. 좋은 어른으로 자라날 수 있을 거라며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하지 않았나요. 제발, 우리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사랑하는 선생님들을 믿고 기다려 보자구요.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듯이 스무 개가 넘는 귀엽고 아픈 손가락들을 돌보느라 동분서주하는 선생님이 내 아이를 해롭게 할까봐 걱정하진 말아요.
선생님에게 요즘은 힘드시지 않느냐고 안부 수다 전화를 먼저 해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내 아이의 학교 생활을 묻는 게 아니라, 선생님의 직장생활은 안녕하신지 물어보는 거예요. 동네 이웃 언니나 동생에게 안부 인사를 건내듯이 말예요.
내가 선생님이라서 잘 알아요. 학교에 아이들을 미워하거나 괴롭히는 선생님은 없어요. 그런 선생님이 있다면 그런 사람은 아이들 곁에 남아 있지 않아요. 내 말을 믿어도 좋아요. 선생님이 가끔 내 아이에게 무심했다면 그건 분명히 무척 바빠서 그랬을 거예요. 조금만 기다려 주면 선생님은 다시 아이들 곁으로 돌아오실 거예요. 부모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내 아이와 연결된 모든 아이들은 사랑받아야 할 우리 모두의 자식이라는 걸 깨닫는 것입니다. 우리가 꽤 괜찮은 어른으로 잘 성장했듯이 아이들도 그렇게 멋진 어른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걸 믿는 거예요. 우리의 부모들이 우리의 성장을 기다리며 지켜준 것처럼 말이에요.
신은 우리를 서로 미워하게 만들진 않았을 거예요. 당신과 또 다른 어른 부모와 어른 선생님이 멀어진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몰라요. 우리들이 가슴을 맞대어 서로를 알기에는 공유한 시간과 공간이 없어서 그런 걸 거예요. 우리 어른들은 모두 돈 벌기에 너무 바쁘니까요. 서로를 너무 몰라서 그런 거예요. 가슴과 가슴이 너무 멀어서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지 않고서는 내 마음이 가닿지 못할 거라 불안해서 그런 거예요.
걱정하지 말아요. 방법은 간단해요. 아이들은 함께 놀기 위해서라도 서로 길게 싸우지 못해요. 싸우더라도 아이들을 잘 아는 우리들의 선생님이 훌륭한 중재자가 되어 줄 거니까요. 당신도 어릴 때 그러지 않았나요. 기억을 되살려 보세요.
친구보다 공부 잘 해서 이겨야 한다고 학원으로 돌리지 말고, 아이들끼리 뛰어놀 시간을 지겨울 만큼 줘버리는 거예요. 어때요, 멋지지 않나요. 우리 모두 일시에 아이들을 놀이터와 학교 운동장으로 몰아내 버리자고요. 실컷 놀다가 저녁밥 먹을 때 시간 맞춰 들어오라고.
- 2023.7.21.금 '무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