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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위 Jan 14. 2024

장강명 작가 북토크(1)




위안.


" '알래스카의 아이히만' 너무 좋았어요."

책에 작가 싸인을 받으면서 내가 말했다.


"감사해요. 저로서는 가장 듣고 싶은 칭찬이예요."

장강명 작가는 이번 단편집 중에서 자신이 제일 마음에 드는 작품이 '알래스카의 아이히만'이라고 했다.


나도 그랬다. 자신이 만족스러워하는 최애 작품을 독자가 좋아해 주면 짜릿할 것 같다. 자신의 노력이 보상 받은 느낌.


"작가님, 보여드릴 게 있어요."

스마트폰 바탕화면에 작가의 책 <책 한번 써봅시다> 표지를 보여 줬다.

"제가 책 한번 써보려고 3년째 이러고 작가님 책을 품고 다닙니다."

"우와, 하하하하…"

순간, 작가의 호쾌한 웃음, 빵 터진다.


"저는 첫 책 내는데 6년 걸렸어요."


아, 작가에게도 작가 타이틀이 없던 시절이 있었겠구나. 6년 이란 세월에 위안이 된다. 난 30년 묵혀둔 꿈이었으니, 세상 밖으로 나갈 때도 되었구나 생각이 든다. 힘이 불끈 솟는다.




질문.  

"현재 시점에서 벤야민 씨가 기억하는 아우슈비츠 체험이 아이히만 씨의 해마로 들어가는 거예요. 벤야민 씨가 아우슈비츠에서 겪은 육체적 고통의 총합이 아니라요. 아이히만 씨는 그 경험을 하나의 이야기로서 받아들이게 되고, 1969년 오늘 벤야민 시가 품고 있는 상처와 상실감을 생생하게 느끼게 될 겁니다. 벤야민 씨가 1940년대에 아우슈비츠에서 겪은 육체적 고통이나 굶주림을 되풀이하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이 기계를 체험 기계가 '공감 기계'나 '이해 기계'라고 부르고 싶은 거고요."
- 장강명 <우리가 보고 싶어하는 세상> '알래스카의 아이히만' 중에서


"작가님의 작품 중에 윤리 의식에 관한 내용이 많은데 가장 추천하고 싶은 윤리에 관한 책은 무엇인가요?"

북토크 청중 중에 누군가 질문한다. 작가의 말은 안 들리고, 내가 작가를 대신해서 대답해 주고싶어서 말이 입안에서 간질거린다.


" '알래스카의 아이히만' 이 작품이 가장 추천할 만한 작품. 윤리란, 딜레마 게임 같은 것. 기준과 대답이 아니라, 딜레마에 빠진 질문을 던지는 게 윤리라면, 작가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 그런 점에서 탁월한 작품."


'알래스카의 아이히만'을 읽으면서 많은 질문 거리를 준비해 갔다. 북토크 참가자들의 변죽만 울리는 많은 질문들 사이를 내 질문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북토크 참가할 때면 늘 질문에 참여했지만 이번은 패쓰.


'알래스카의 아이히만'은 언젠가 나도 비슷한 윤리적 딜레마를 주제로 스토리 구상해 본 적이 있는 이야기였다. 동질감 같은 걸 느꼈을까(물론, 장강명 작가처럼 잘 써 낼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대화를 해보고 싶은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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