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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위 Dec 28. 2023

아주 사적인 글쓰기





일기를 저작물처럼

내 사사로운 이야기를 누가 들어줄까? 이런 이야기는 당신 일기에나 쓰세요, 라는 말 들을까봐 두려울 것이다. 일기가 뭐 어때서... 일기를 저작물처럼 쓰면 된다. 일기를 저작물처럼 쓰는 사람은 이미 작가다. 매일 쓴다는 점에서 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기본 자질을 갖춘 것이다. 일기에 깊이가 더해가면서 객관화된 자기를 통해 보편적 의미를 발견하면 에세이스트다. 매일 일어난 사건의 나열이 아니라 하나의 장면 안으로 뚫고 들어가는 사유의 집중과 솔직함이 관건이다. '무엇(재료)을'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방법)'에 관한 글쓰기 문제이다.


뻔한 얘기 듣고 싶어서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게 아니다. 이야기가 매력적일 필요충족 조건은 타인은 전혀 알 수 없는 나만 가진 특별함에 있다. 현상과 사건은 개별적이지 않다. 현상과 사건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선에 특별함이 발생한다. 사유의 독특함과 깊이가 개별성을 만들어 낸다.


소설가들이나 스토리텔러들은 상상력이 뛰어나서 위대한 창작물을 내어놓는 것이 아니다. 상상력도 개인 경험의 테두리 안에서 착안된다. 대문호들의 일기가 단일한 저작물로서 힘을 갖는 것은 유명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 사유와 글쓰기의 정수가 밀도있게 들어있기 때문이다. 일기를 주변 지인들에게 공유해 본 적이 있는가? 이것이 가능하다면 이미 자신의 글쓰기가 저작의 영역으로 들어간 것이다. 작가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창의적

내가 써야만 하는 인간인 이유를 희미하게 알 것 같다. 해묵은 감정과 '헤어질 결심'을 하기 위한 것! 하나의 이야기를 쓰고 나면 나는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이 해방감은 뭐라고 할까... 미련없이... 연인을 떠나보낸 마음. 사랑했던 기억은 지워지지 않지만, 상처가 남지 않은 완전한 이별. 또다른 사랑을 찾아 떠나는 방랑자의 가벼운 발걸음. 그럴 수 있는 이유는 죽을 각오를 하고 뜨겁게 사랑했기 때문이다. 따갑게 아파 봐서 나를 살리기 위해 떠나야만 하는 결심이다.


6회에 걸친 민제에 관한 기록('여우야,(1)'~'살았다!(6)')을 뒤적이며 일 주일을 보냈다. 오늘 새벽에 마지막 편을 브런치에 올렸다. 산뜻하게 출근하기 위해서. 내가 만난 수많은 학생들 중 네가 특별해서가 아니다. 이것은 단지 우연일 뿐이다. 너는 나의 거울과 같은 존재였다. 내가 너였을 시절, 내가 누군지 몰라서 진흙탕을 허우적거렸던 나를 이해하기 위해서 하늘이 너를 내 앞에 보낸 준 것이었다고 믿는다. 그런 점에서 너는 나의 스승이었다.

내게는 써야할 이야기가 더 남았다. 공개되는 공간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꾸역꾸역하고 있는 건, 그 누군가에게 '자기 화해'의 방법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개인적인 게 특별하기 위해서는 자기 안으로 끝없이 뚫고 들어가서 인간 본연의 보편적 모습을 캐내어야 한다. 우리 모두는 이런 존재라고, 용기있게 자신을 매개로 발가벗어야 한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용기로 표피의 벽만 뚫고 들어갈 수만 있다면 그 안에서 똬리를 틀고 있는 욕망의 뱀은 길들이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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