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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둥바둥 김대리 Jan 14. 2022

목동아파트, 학군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목동, 나는 자내를 도대체 이해할수 없다네


사람은 경험한 만큼 보인다. 참 묘한 세상이다. 아무리 이론적 지식으로 무장하여도 우리는 딱 경험한 만큼만 보인다. 자녀가 없으니, 학군이 왜 중요한지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마음으로 받아들일 순 없다. 목동이라는 아파트가 학군이 좋아 집값이 높다 한들 나에겐 그저 녹물 나오는 복도식 아파트에 지나질 않는다.



돈이라는 건...

돈은 버는 게 아니라, 벌리는 거다



돈맛을 알게 되면 참 무섭다. 매일 돈돈돈 거리며 살아간다. '아들아, 제발 돈 좀 그만 쫓아다니고 편하게 살아'. 부모님은 마냥 걱정이 되시나 보다. 인생을 오랫동안 살아오시며, 그간의 세월 동안 느끼신 바가 분명히 있으시기에 나에게 뼈아픈 조언을 해주는 것인데. 이상하게 그런 조언이 나의 가슴까지 다다르지 않는다. 여전히 돈을 더 벌고 싶다. 돈을 좇지 마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씀을 하시지만 나는 돈을 계속 좇고 싶었다. '아들아, 제발. 돈은 버는 게 아니라 벌리는 거야...'.



두 번째 집을 매수할 때 신고가를 갱신하고 한동안 불안증세를 겪었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또 다른 신고가가 갱신되니 말끔히 병이 나아버렸다. 그리고 시간은 점점 더 흘러, 역대 최고의 부동산 상승 사이클로 나의 집값도 함께 올라갔다. 연일 기사에서는 '벼락 거지'라는 용어를 쓰며, 집이 없는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보도하고 있었다. 나는 안도했다. 다행이다 싶었다. 만약 집을 사지 않았더라면, 지금 나는 얼마나 스스로를 비관해하며 살아갔을 텐가. 그리고 한편으로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이 안타까움 마저도 가진 자의 여유같이 느껴져 죄스럽게 느껴졌다.



1억이 얼마나 큰돈인가. 연봉 1억을 받는다 해도, 세금을 제외하고 이것저것 생활비로 나가다 보면 실제 저축 가능한 금액은 줄어든다. 1억이라는 돈을 순수하게 모으려면 몇 년이나 걸리는 아주 큰 금액이다. 바꾸어 이야기하면 1억이라는 돈이 있으면 더러운 회사생활을 앞당겨서 퇴직할 수 있다는 이론적 계산이 나온다. 돈으로 시간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벼락 거지라는 말이 더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어떤 이는 집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직장인이 몇 년을 모아야 하는 금액을 한순간에 벌고, 그렇지 못 한 사람은 그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현실적으로 월급을 저축해서 모은 돈은 집값 상승을 따라가기에 불가능에 가깝다.



어쨌든 운이 좋아 나도 가만히 앉아서 집값 상승으로 돈을 벌게 되었다. 엄밀히 말하면 팔아야 돈이지만, 어찌 됐건 자산 가치가 상승하였다. 집이 없는 자에겐 집이 있는 것 자체가 희망사항이 되지만, 집이 있는 사람에게는 더 가치가 높은 집으로 이사 가고 싶은 희망사항이 있다. '돈의 값어치가 이렇게나 떨어지는데... 이런 인플레이션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더 좋은 집으로 이사 가야겠어!' 그렇게 갈아타기 이사를 결심하고 부동산 공부에 전념하였다.



그런데 큰일 났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답이 나오질 않았다. 우리 집값만 오른 게 아니었다. 심지어는 내가 샀을 때 당시 금액이 같은 아파트였는데, 내가 산집의 집값 상승보다 3~4억이 더 오른 아파트도 있었다. 이게 뭔가 싶었다. 어떻게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 건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우리 집보다 더 높은 상승을 보인 아파트는 결국, 굉장히 저평가된 아파트였다는 말인가?'. '그때 조금만 손품, 발품을 팔았더라면 이집을 살수도 있었던 건데'. 으레 부동산 초보자가 겪는 시행착오를 계속 겪으며 후회의 감정도 올라왔다.



내 집값이 올라서 '돈 좀 벌었는데?'라고 생각 들어, 욕심 좀 더 내서 이사 가려고 했더니 이사 갈 수 있는 집 없었다. 엑셀로 이렇게도 계산해 보고, 저렇게도 계산을 해보았다. '이 집을 이 가격이 팔면, 대출 상환하고 이 정도 현금이 남네? 보자... 그럼 이 금액으로 서울에 이 아파트를 산다고 가정하면 대출이 얼마 나오고...' 몇 날 며칠을 시뮬레이션해보고, 자금여력이 되지 않으면 또 다른 아파트로 시뮬레이션해보고.



그렇게 수차례의 시뮬레이션 끝에 목동 아파트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예전 같으면 꿈에도 못 꾸었을 그런 집이었다. 그리고 엑셀로 직접 계산을 해보지 않았더라면 여전히 그런 사고 관념을 유지했을 터. 그런데 막상 대출금과 집을 판돈과 그동안 모은 돈 등등을 계산해 보니,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와이프와 손잡고 목동 일대의 아파트들을 보러 출발을 하였다.




대치동과 양대산맥인 목동

학군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충격 그 자체였다. 하두 목동, 목동 하기에 기대가 너무 컸나? 목동이 양천구에 속해 있지만, 목동 자체가 브랜드가 되어, 모두가 목동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사람들이 투자가치나, 살기 좋은 곳으로 손꼽는 곳인데. 나의 눈에는 그저 오래된 아파트에 서민아파트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가격은 10억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도대체 이해가 되질 않았다.



아내와 함께 미리 연락해서 집을 보기로 약속한 부동산 앞에 주차하고 들어갔다. 잠깐의 브리핑과 함께 약속된 집을 둘러보러 출발하였다. 목동 아파트는 대규모 단지로 10개가 넘는 단지로 구성되어 있었다. 정말 웃긴 건 그 사이에서도 앞 단지, 뒷 단지 이렇게 서로를 부르며 선을 긋고 있었다. 한쪽은 행정구역상 목동이었고, 다른 구역은 신정동이었다. 그래서 앞 단지, 뒷 단지로 부르고 이에 따른 학군도 나뉘어 이었다. 허 참...



중개소 사장님과 단지 안을 천천히 구경하며, 약속한 집에 도착하여 들어갔다. '이게 집인가?' 어련하겠나. 80년도에 지어진 아파트다 보니, 복도식 아파트에다가 내부는 리모델링을 하지 않았는지 시골에 있는 친할머니지 집에 온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냄새마저도 그리운 할머니 냄새가 났었던 거 같기도 하고. 집안을 오래 보고 할 것도 없었다. 방 2개에 화장실 1개가 다였다. '좁고, 냄새나고, 녹물 나오는 이 20평 아파트가 10억이 훌쩍 넘는다니...'.



당시 우리 부부는 아기가 없었다. '학군?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애가 똑똑하면 어디서든 잘하겠지'라는 막연함도 있었기에, 단순히 목동 아파트를 학군이 좋아서만으로 아파트 가격을 해석할 수 없었다. 학군이라는 번역기 만으로 이 가격을 도대체 어떻게 번역하란 말인가. 집은 낡았고, 바퀴벌레가 나올 수도 있다고 하고, 녹물도 나온다고 하는데. 게다가 이사 오게 되면 전체 수리를 해야 하고, 바닥에 누수로 인해 아랫집에 피해가 갈 수도 있으니 바닥공사도 함께 해야 한다고 한다. 바닥공사? 바닥에 깔아놓은 파이프가 오랜 세월 녹슬었기에 요즘의 자재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략 리모델링 비용까지 5천만 원이 더 들 상황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몇 개의 집을 더 보고 나서야 부동산 사장님과 헤어졌다. 그리고 덩그러니 목동 단지에 남아 혼란과 충격의 도가니 속에 머리를 정리하고 있었다. 사실 정리가 안되었다. 지금까지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입지조건으로 교통, 학군, 편의시설 등등 수많은 이론적 지식을 배운 터였다. 그러나 이곳은 학군 말고는 나의 관점에서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주차장 시설은 말해 뭐하겠나. 2중 3중주차에 그 을씨년스러운 아파트 외관 하며...



'그래도 목동이겠지?' 라며 와이프에게 물었다.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이렇게나 오래된 복도식 아파트에 좁디좁은 20평 아파트에 10억이 넘는 돈을 들이며 이사를 가야 하는데. '굳이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우리 둘은 가지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목동이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다. 비록 목동인 이유에 대해 마음 깊숙이 이해를 하지 못했다. 한군이 그렇게나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지도 이해를 못 했고, 이렇게 오래된 아파트가 비싼 이유도 명확히 이해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재건축이라는 호재가 있지만 너무나도 머나먼 이야기였다. 1차 안전진단은 통과했지만 2차 정밀 안전진단에서 떨어졌다는데 오히려 가격이 더 오른, 이 기괴한 현상.



브랜드의 가치. 이걸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 같은 재질의 가죽과 같은 사람이 만든 가방이라 하더라도, 동대문 시장에서 이름 모를 브랜드 로고를 붙이고 파는 가방과, 구찌라는 브랜드 로고를 붙이고 파는 가방은 가격도 다르고 수요도 다르다. 모든 게 똑같다. 다른 게 전혀 없다. 하지만 우리는 '기왕이면...'이라는 읊조림과 함께 비싼 구찌 가방을 선택한다. 특별한 날의 선물을 하는 건데, 이 정도는 해야 하는 것이지.



우리는 목동아파트를 사기로 결심했다. 엄밀히 말하면 목동 아파트가 아니라, 목동이라는 브랜드를 사기로 했다. 그리고 그 브랜드의 파워를 믿기로 했다. 그 브랜드의 가격을 계속해서 이론적으로 접근을 할 수만은 없었다. 가격은 사람의 욕망의 집합체이다. 사람들이 더 가지길 욕망하고 갈구하면, 그 실용적인 가치보다도 가격은 더 오르는 게 자본주의 세상이었다. 그렇게 우리도 그 욕망을 따르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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