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둥바둥 김대리 Jan 08. 2022

내가 투자를 잘해서 집값이 오른 걸까

네가 잘해서 돈을 번개 아니야


주식으로 말아먹은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 몇십만원, 몇백만원 소액으로 주식을 해보았더니 수익이 났다. 그리고 투자 고수라도 되는 마냥 주변 사람들에게 나팔을 불어댄다. 그렇게 스스로 자뻑에 빠져 큰돈을 투자해보고 영혼까지 털린다. 그리고 주식시장을 영원히 떠난다.




실거래 최고가를 찍은 뒤

내가 꼭짓점인 줄 알았는데...



집을 사고 후회를 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계약서를 쓰는 순간 '정말 난 잘 산 것 같아!'라고 확신이 드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불안함과 초조함에 '나의 선택이 옳은 것일까?'라고 계속해서 나를 괴롭혔다. 계약금을 넣은 뒤로도 매물정보를 계속 들여다볼 수밖에 없었다. 나의 그 불안감을 해소시키기 위해선. 그런데 매물 정보를 볼 때마다 나의 불안감은 더욱더 증폭되었다. 내가 산 가격보다 싼 매물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더 나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내가 매수한 아파트 동, 호수보다 더 좋은 친구들이 가격도 싸네?



본인이 산 가격이 신고가를 갱신하였다면? 경험해 본 사람은 안다. 그 불안감과 초조함. 애써 머릿속에서 지워보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그 감정. 한동안 그런 감정은 계속해서 지속되었다. 언제쯤 이 감정이 사라질까. 나의 신고가 가격 이후로 계속해서 더 낮은 금액으로 실거래가 찍히고 있었고, 그 불안함 감정은 몇 달이나 지속되었다. 그리고 나의 가격을 조금 넘은 금액이 찍히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컨트롤하기 힘들다. 내가 실거주하고 있으니 신경을 안 쓰려해도 계속해서 네이버 부동산 시세를 들락날락 거리며. 스스로를 계속해서 괴롭힌다. 애써 무관심한 척 해보려 해도, 속마음은 그렇지 못하다. 애써 아끼고 아껴서 모은 돈이 자산가치 하락으로 돈을 까먹으면 그보다 더 속 쓰린 일이 있을까.



돈도 그 '질(Quality)'이라는 게 있다. 같은 1억이라도 누군가는 투자로 1억을 번 사람과, 월급을 차곡차곡 모아 10년 동안 1억을 모은 사람의 경우, 과연 같은 1억이라도 그 사람이 느끼는 1억이 같은 느낌일까. 액면상 같은 1억이지만 그 밀도는 다르다. 그 1억에서 1,000만 원을 잃는다고 하면 그 상실감의 정도는 분명히 다르다. 집이 전재산인 사람에게 있어서 집값이 떨어지면, 아무리 실거주를 하고 있다고 해도 그 속쓰림은 피할 수 없다.



신고가를 갱신한 뒤 몇 달이 지나서 또 다른 신고가가 찍히고 나서야 안심이 되었고, 그제야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했다. 그러고 나서 집값은 내가 기록한 신고가 이후 날개를 달고 계속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기분이 좋아졌다. 오랫동안 패배의식과 낮아진 자존감에 쌓여있던 사고방식에 먹구름이 걷히고 있었다.




집값 오른 게...

착각하지 말자. 내 실력이 아니다.



집값이 계속 오르니 기분이 묘해졌다. 신고가를 찍었을 때 하루 종일 불안감, 초조함에 벌벌 떨었는데, 연일 신고가를 그 이후로도 갱신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지옥과 천국을 단기간에 맛보았던 것이다. 어찌 됐건 집값이 오르니 삶이 좀 더 밝게 변했고, 더 욕심이 생기니 부동산을 그전보다 더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뿐이겠는가. 내 실력이 좋아서, 나의 훌륭한 선택으로 그런 결과를 냈다고 착각하니, 다른 투자 영역인 주식까지 그 불길이 번지기 시작했다.



이기적이다. 참으로. '집 잘못 샀어'라고 후회할 때는 언제고. 집값이 오르고 나니 '역시 내가 집 잘 샀어'라며 과거 딱지를 떼어버리고 새로운 이름표를 붙여 버리다니. 얼마나 얄팍하고 오만한가. 결과가 좋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자신을 괴롭혔을 텐가. 그런데 결과가 좋으니 오만방자함으로 나 자신이 변해버렸다. 겸손하고 감사하게 살아야 하는데.



'주식으로 흥한 자 주식으로 망하리라'. 이 말의 저변에는 주식으로 쉽게 돈을 벌면 오만함에 자기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다. 내가 산 집값이 오른 것은 시장의 대세 상승기 때문에 오른 것인데, 이를 내가 투자를 잘해서 오른 것이라 착각하고 떠벌리고 다닌다. 이러다 된통 당한다. 경계해야 한다. 물론 집값이 올라서 그전보다 자신감이 생기고, 발걸음이 당차졌다. 그전까지 허리가 굽고 낯빛이 어두 었는데, '팔아야 돈이지!'라는 말과는 무색하게 이미 나에겐 팔지 안아도 든든한 보물단지가 되어버렸다.



운 좋게 집값이 올라, 삶의 원동력이 되었다. 다음 한발자국을 내딛을 수 있는 힘이 되어주었다. 덕분에 신이 나서 부동산과 경제를 더 공부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의 운은 여기까지라 생각했다. 그리고 2년간 이 집에 살면서 비과세 요건을 갖춘 뒤, 이번에는 제대로 공부를 해서 이사를 가기로 결심했다.  더 이상 내 사전에 실패와 충동적인 구매는 없어야 한다. 운이 다하면 내 삶은 순식간에 망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더 나은 집으로 갈아탈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산집이 실거래 최고가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