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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둥바둥 김대리 Jan 05. 2022

내가 산집이 실거래 최고가였다

내가 산 가격이 어깨인 줄 알았더니 꼭짓점이었던 것인가


인터넷에서 물건을 사고 후회한 적이 잘없다. 혹시나 잘못 샀을까, 쓰는 내내 불안감에 벌벌 떨어본적도 없다. 첫 신혼집을 팔기로 결심하고, 서울 근교에 있는 아파트로 이사 가기로 결심하였다. 그렇게 운명처럼 '이 집이다'라는 친구가 나에게 살포시 다가왔다. 첫 신혼집의 쓰디쓴 실패를 맛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동산 중개사의 현란한 말솜씨는 나의 부족한 의지를 흔들어대기에 충분했고, 경험이 많이 없었던 나는 여전히 손쉬운 먹잇감이었다. 그렇게 나는 최종적으로 나의 운명의 집을 만나 거래를 했고, 계약금을 낸 그날 바로 불안감이 스며들었다. 그러고 몇 주가 지나 우려는 현실로 다가왔다. 내가 지불한 금액이 전 세대 통틀어 실거래 최고가였다. 6억9천500만원. 첫번째 투자 실패로 쓰디쓴 맛을 보았음에도 나는 여전히 헛똑똑이었다.




치킨을 시켜먹으려 해도 비교를 하는데

다소 충동적으로 결정해 버린

나의 두 번째 집



인터넷으로 몇만원짜리 물건을 구매할 때 적어도  2~3일은 고민한다. 최저가를 검색하며, 다른 제품과 비교하며 사기 때문이다. 구매금액이 몇십만원, 몇백만원으로 올라가면 그보다 더 빡세게 가격 비교를 한다. 그뿐이겠는가. 네이버에 후기도 검색하고, 사람들이 남긴 구매평도 보고. 아주 다각도로 검토를 한다. 무슨 회사도 아니고...



갑자기 치맥이 당기는 날에도 마찬가지다. 교촌치킨을 시킬까 BBQ를 시킬까. 배달의 민족을 통해서 시킬까 요기요를 통해서 시킬까. 어떤 브랜드가 오늘 쿠폰 할인을 많이 하나. 배달은 어디가 가장 빠르나. 후기는 괜찮나. 정말이지 피곤할 정도로 최종 의사결정까지 한참이나 걸린다. 배달주문을 누르는 그 순간까지의 여정은 참으로 고되다.



그런데 참 묘하다. 몇백원 아끼려고 최저가를 찾고, 몇십원 더 적립하려고 후기까지 남기는데. 아파트 거래는 억 단위로 이루어지면서 그 정도의 수고도 하지 않는 것 같다. 정확한 셈법과 비례법 이라면 적어도 몇백 배, 몇천 배의 가격비교와 장단점을 분석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만원짜리 물건을 살때처럼 내가 가진 금액으로 살수있는 지역들은 어디가 있는지 전국 팔도를 뒤졌어야 했다. 그리고 그 지역내 아파트는 어떤게 있고, 대장아파트는 누구인지, 매물가격대는 어느정도인지, 입지는 어떠한지 분석해야 했다. 또한 동네주민들이 하는 이야기에 귀기울여도 보고, 인터넷 맘카페에도 들어가서 실제 엄마 이야기도 들어봤어야 했다.



그런데 가격이 너무 높아서 감각이 무뎌지는 것일까? 아니면 아파트 가격이 몇 달 사이에 몇 천씩 널뛰기를 해서 그런 걸까? 정작 아파트를 거래할 때는 몇천원, 몇만원짜리 물건 거래하는 것보다 못한 수준으로 공부하는건 도대체 무슨 심보인가. 그냥 사기만 하면 무작정 오를거라는 대책없는 믿음때문에 덜 신중한 것인가. 첫번째 집의 투자실패로 신중에 신중을 기울여 거래를 하기로 다짐했건만. 막상 중개사와 집을 보러다니며 실물로 아파트를 보게되니, 내가 보고 싶은것만 보게 되었다.


초등학교가 있나? OK

공원이 있나? OK

마트는? OK

지하철까지 거리는, 8분? OK

지하철은 황금노선? OK

주변에 호재는? OK

주변의 일자리는 많나? OK

로얄동,로얄층? OK

대단지 아파트? OK

커뮤니티시설 있나? OK


분명 전문가가 시키는데로 체크리스트에 해당되는 모든 사항을 검토했다. 일단 내가 고른 지역이 뉴스와 언론에서 집값이 오르고 호재가 많다고 떠들어 되는 핫한 곳이니. 지역 선택도 잘한것 같았다. 모든게 완벽해보였다. 그렇게 그 지역내 3개의 매물을 살펴보고 질러버렸다.



"이제는 몇천만 원이 우습냐? 이젠 1억이 돈 같지도 않지?"



내가 우스개 소리로 와이프에게 하는 소리이면서 나 자신에게 하는 자조적 읊조림이다. 아파트 매매거래를 한번 하고 나니 이젠 몇억의 돈이 사실 실감나게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 분명 엄청나게 큰 금액임에도 불구하고, 통장에 찍혀 있는 디지털 숫자가 한순간 계좌이체로 몽땅 사라지는 경험을 하고 나면 그렇게 변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마치 쿠팡에서 물건 구매하듯이 돈에 대한 감각이 둔감해진다. 몇억이 몇백만원 수준으로 느껴지는듯하다.



분명 첫번째 신혼집의 실패는 나름의 교훈을 나에게 남겨 주었다. 유튜버들과 부동산 전문가들이 떠들어 대는 입지 분석은 이론적인 것이었고, 현실세계에서 의사결정은 오롯이 나의 몫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한 대출은 나쁜 것이 아니며, 레버리지의 일환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생겼다. 그리고 대출은 최대한 갚지 말고 평생을 안고 가야 하는 동반자라는 개념마저 장착했고, 현금을 들고 있으면 화폐가치 하락에 의해 자연스럽게 내 순자산이 증발하는 것과도 같음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나는 집을 사는 것(Living) 이 아닌 투자의 개념도 함께 들어가서 의사 결정해야 함을 뼈저리게 배우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또 두번째 집을 살 때는 이런 배움이 몸에 체화되지 않았던 터라, 현실세계에서 또다시 이성보다 감성이 앞서게 되었다. 내가 보고 싶은것만 보고, 그 기준만 통과하면 안좋은것도 좋아보인다.




꼭짓점에 사버렸다

내가 산 가격이 실거래 최고가



얼마나 많은 지역의 임장을 다녔을까? 서울의 25개 행정지구를 다 둘러보지는 못했더라도 일부는 가보기나 했을까. 수도권은 또 어떻고. 인천, 부천, 광명, 판교, 미사, 일산 등등 주요 입지의 수도권이라도 집 가격을 알아보기라도 했을까. 그러질 못했다. 인터넷으로 물건을 구매할 때 그렇게나 손품을 많이 팔면서, 아파트같이 정말 비싼 물건을 살 때는 손품, 발품을 몇백 배 이상해야 하는 게 당연한데 그러질 못했다.



가계약금을 매도자에게 쏘아 보내고 잠깐 기분이 좋았다. 진짜 잠깐. 하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불안감이 산불처럼 번지고 있었다. '옳은 결정일까? 다른 집들을 좀 더 알아보고 살걸 그랬나? 다른 지역을 더 알아보고 살걸 그랬나? 이돈으로 살수있는 더 좋은 아파트기 있지는 않았을까?'라는 불안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었다. 운전에 집중하기가 힘들 정도로 나를 벌벌 떨게 만들었다.



불안함은 확신이 없을 때 찾아온다. 인생을 살며 100% 확신이 있는 의사결정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100% 확신을 위해 우리는 공부하고 알아보고 할 뿐이다. 그리고 99%에 다가올 때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60%만 되어도 '일단 고!'라고 외치는 사람이 있다. 너무 고민을 많이 하면 망설이다가 기회를 놓쳐버리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그럼 나는?' 객관적으로 한 5%도 안되었던 것 같다. 적어도 그 지역에 대해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공부하고, 직접 가서 동네를 구경하고, 주변의 대장 아파트 매매동향도 살펴보고 했어야 했다. 편의시설은 무엇이 있고, 호재는 무엇이 있는지 스스로 알아봤어야 했다.



그런데 휴대폰으로 몇 번 검색해 보고, 블로그에 올라온 홍보성 광고와 지역주민들의 댓글을 살펴본 게 전부이다. 그리고 유튜브에 부동산 전문가들이 떠들에 대는 입지분석 결과를 참조했을 뿐이다. 그들이 주장하는 호재를 그냥 필터 없이 믿고 그 지역 공부는 모두 마쳤다고 착각했다. 이걸 내가 진정 공부했다고 볼 수 있을까? 이 정도 수준으로 7억이나 되는 아파트를 구매하기에 충분했을까? 신혼집에 에어컨을 살 때도 2주나 공부했는데, 그 가격의 몇백 배가 되는 금액이면, 몇백 배의 가격비교와 손품 발품을 팔았을까?



그러질 못했으니 난 사고 나서 후회했다. 불안했다. 적어도 많은 지역과 아파트를 직접 살펴보고, 이리 재고 저리 쟀더라면 이런 불안함 감정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질 못했고, 팩트에 기반한지도 모를 블로거들의 말과 유튜버들에 말에 마치 나의 지식인 마냥 착각한 참담한 결과였다. 내 잘못이고, 내가 자초한 결과였다. 그렇게 나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아닌 남들의 판단 결과에 나를 맡겨버린, 어찌 보면 투기와 도박을 한셈이었다. 그렇게 내가 산 금액은 몇 주 뒤 국토부 실거래가에 최고 금액으로 찍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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