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망고네집 Aug 23. 2021

너를 데려오기까지

우리 가족과 망고가 만나기 전

지난 유월의 마지막 주, 망고와 우리 가족이 만났다.

결혼을 하기 전 오랜 나의 꿈이자 다짐은 꼭 불쌍한 강아지를 데려다가 따스한 보금자리에서 함께 지내자는 것이었다.


오월에 결혼을 했으니 거의 한 달이 넘게 유기견 보호 공고를 살펴보았던 것 같다.

망고를 만나기 전까지 세 마리의 아이를 유심히 보았으나 여러 가지의 이유로 불발되었다.

첫 번째 아이는 잃어버린 보호자가 아이를 다시 찾았고,(정말 다행) 두 번째 아이는 나보다 먼저 입양 신청을 한 보호자가 있었고 그분이 입양을 했다. 마지막 아이는 보호소에서 업데이트 한 사진이 오래전 모습이었고 지금은 매우 큰 아이라 하여 데려오지 못하였다.

그렇게 몇 번의 시도가 실패로 끝나자 입양 공고에는 이렇게 도움이 필요한 강아지들로 넘쳐나는데 나는 펫샵 같은 곳에서 아이를 고르는 거 마냥 이리 보고 저리 살피는 사람인가라는 생각에 죄책감도 들었다.

그렇지만 한 번 데리고 오면 그 아이의 평생을 책임져야 하니 앞서 얘기한 부분은 정말이지 중요한 부분이었다.


네 번째로 망고를 보게 된 날, 그날 저녁 미국에 있는 언니에게 말했었다. "데려오고 싶은 아이가 있는데 나이가 걸려." 망고는 다섯 살에서 여섯 살로 추정되는 아이였고 나는 원래 태어난 지 한 살에서 두 살 정도 된 강아지를 데려오고자 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강아지는 사람보다 오래 살지 못하니까 길어야 십오 년 정도이고 함께 오래 있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그러자 언니가 말했다. "순심이도 다섯 살에 입양됐데. 얼마 전에 순심이가 하늘나라로 간 방송을 유튜브에서 다시 봤는데 나이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


그 얘기를 듣고 이상하게 이 아이를 데려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졌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그 말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땐 밤 열 시가 넘은 시간이었는데 나는 바로 입양 신청서를 작성했고 다음날 낮 열두 시쯤 보호소 입양 봉사자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

봉사자는 망고가 앞으로 지낼 환경과 생활에 대한 전반적으로 물어봤고 현재 내가 결혼을 해 시골로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었다는 것, 그래서 일을 그만두고 현재 전업주부로 지낸다는 것, 우리 가족이 신축주택에 산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보호소에 머문 지 오래된 다리가 조금 불편한 아이를 망고와 함께 임시 보호해 줄 수 있냐고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아이의 사연을 들은 나는 마음이 동했지만 갑자기 두 마리를 데려와 기른 다는 것이 그리고 입양이 아닌 임시보호라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고 하루 정도 남편과 상의한 후 안타깝지만 우리가 처음 데리고 오기로 결심한 망고만 데려오는 것으로 얘기를 마쳤다. (추후 데려오지 못한 그 아이는 미국 시애틀로 입양을 갔다는 소식을 접했다. 기쁜 마음과 함께 임시보호를 거절했다는 미안한 마음이 교차하였다.)


망고를 데려오자라고 마음먹으니 하루라도 빨리 안락한 집으로 데려오고 싶었다. 망고를 위한 물건을 사고 집안을 정리할수록 그 마음이 커져만 갔고 결국 입양 공고가 종료되던 6월 28일 망고는 우리 집으로 오게 되었다.  


사람과 사람도 인연이 있듯이, 정말 강아지와 사람도 인연이란 게 있나 보다.


처음 만난 날 데려오던 차 안에서 내 품에 안긴 망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