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퇴사 전 꼭 해야 할 질문 4가지

by 날갯짓


워킹맘의 퇴사는 한 개인이 직장을 그만두는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아이와 가족의 생계가 함께 달려 있기 때문이다.

나를 찾는 일과 동시에 가족을 세우는 일.
그래서 퇴사를 고민하는 워킹맘이라면 스스로에게 몇 가지 질문을 꼭 던져보기를 권하고 싶다.

앞선 편에서 이야기했듯 가장 중요한 것은 '기대'를 내려놓는 일이다.
퇴직 후 나에 대한 기대, 그리고 아이에 대한 기대. 특히 아이에 대한 기대는 없어야 한다.

그리고 돈 문제를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Q1. 가계부를 쓰고 있나요? 투자는 하세요?


워킹맘이 일하는 이유는 단연 돈이다. 가장 현실적인 부분이다.

지금 가계부를 쓰고 있는가? 쓰고 있지 않다면 다음 질문에는 답할 수 있는가?

주거 대출금은 매달 얼마나 나가는지?

아이들 학원비, 영양제 등에 들어가는 비용은 어느 정도 인지?

한 달 평균 소비는 얼마인지?

얼마나 저축하고 있는지?

한 달에 우리 가족이 쓰는 돈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검증해야 한다.

나는 돈과 숫자에 쥐약인 데다 충동구매도 잦은 편이다. 그래서 아직도 가계부를 쓰는 일은 어렵다.
(내 씀씀이를 마주하는 것이 두려운 심리적인 문제인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나조차도 쉽게 가계 생활비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카드를 쓰지 않고 정해진 현금으로 한 달을 버텨보는 것이다.

가계부를 제대로 써본 적이 없는 나는 퇴사 전 1년 동안 남편에게 생활비를 받아 쓰기로 했다.

내가 받은 생활비는 200만 원. 남편 카드에서 빠져나가는 아파트 공과금과 휴대폰 요금 같은 고정비는 제외하고, 보험료·식비·아이들 관련 비용이 포함된 금액이었다.

소비를 줄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아이들 영양제, 기저귀 등 한 번에 몰아서 사야 할인되는 물건들이 겹치면 생활비는 순식간에 사라졌고 스트레스는 쌓여갔다. 처음 6개월은 육아휴직급여를 보태 사용하기도 했다. 배달 음식이나 외식은 특별한 명분이 있거나 여윳돈이 생겼을 때만 가능한 일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비 습관도 바뀌었다. 예전에는 쓸모없고 아름다운 것을 좋아했다면 이제는 오래 쓰는 실용적인 물건만 사게 되었다. 서서히 생활이 안정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200만 원으로도 살 수 있겠구나.”

그때부터 퇴사는 가능성의 영역에 들어왔다.



투자 공부도 시작했다.

근로소득만으로는 아이를 키우기에 턱없이 부족했고 노후 준비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200만 원으로 부족한 생활비를 채울 추가 자금이 필요했다. 그게 바로 주식 수익이었다. 스스로 번 돈으로 커피를 사 먹거나 옷, 화장품을 사니 자기 효능감이 꽤 높아졌다.

나는 회사를 다니지 않지만, 아이를 돌보고 집안도 가꾸면서 내가 쓸 돈을 스스로 버는 능력자가 된 느낌이었다.

퇴사 전 1 + 1 = 2
(남편 급여 소득 + 내 급여 소득)
퇴사 후 1 + 1 = 2 + α
(남편 급여 소득 + 자본 소득 + 나의 노동력)

이 구조를 만들지 못한다면 퇴사는 위험해질 수 있다.


투자를 시작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딱 하나였다. 왜 20대에 시작하지 않았을까.”

코로나 시절 많은 사람들이 투자에 뛰어들었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정말 늦었다는 말을 이제야 실감한다. 이미 투자로 성과를 내고 있는 워킹맘들이 있다면 나는 그들의 시간 관리와 정신력에 감탄한다. 일을 하든 하지 않든 공부를 기반으로 한 자본 증식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생각한다.


Q2. 가족(남편)이 당신의 퇴사를 지지하나요?


육아휴직 중이던 나는 복직을 코 앞에 둔 어느 날 남편에게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고 말했다. 남편은 나의 오랜 고민을 알고 있었고 내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퇴사 후 이혼한 지인의 이야기가 계속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지인의 남편은 전문직이었고 외벌이로도 충분히 생활이 가능했다. 지인은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퇴사했고 처음 1년은 정말 행복했다고 한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시부모님의 병세가 악화되면서 남편이 일을 쉬게 되었고, 가정의 경제 상황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퇴직금은 이미 집 대출 상환에 사용한 상태였다. 모아둔 돈도 빠르게 줄어들었다. 부족한 돈은 남편의 자격지심을 건드리기에 충분했던 거 같다. 서로 덮어두었던 금전적인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결국 돈은 둘의 사랑이 창문 밖으로 날아가게 만들었다. 지인이 다시 일을 시작했음에도 돈으로 촉발된 불화는 봉합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돈 문제는 결국 부부 관계를 흔들었던 것이다. 지인은 말했다.


“남편과 퇴사 이야기를 깊이 해봤어?

남편은 일을 하는 너의 모습을 좋아했을 수도 있어. ”


그 말을 듣고 나는 남편과 훨씬 더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돈에 대해, 직업에 대해, 앞으로의 삶에 대해.


Q3. 퇴직 후 ‘나’를 그려본 적이 있나요?


나조차 나를 믿지 못하는데 누가 나를 믿을까.

그래서 퇴직 전 앞으로의 삶을 계획해 보기로 했다.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장기 프로젝트였다. 글로 쓰며 선명하게 미래를 그려가보자. 글쓰기, 가르치는 일, 영어 공부, 투자 공부 그동안 돈 번다는 핑계로 미뤄두었던 일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실제 계획안의 일부

남편에게 계획안을 보여주며 말했다.

“여보가 은퇴한 뒤에도 꾸준히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만들어 볼게.

내가 월 천만 원 벌어 볼게.”

남편은 놀랐다.

“이렇게까지 준비했어?”

그리고 퇴사를 전폭적으로 지지해 주었다.


퇴사 후 4개월이 지났다. 얼마 전 남편과 단둘이 식사할 기회가 있었는데 남편이 이렇게 말했다.

“요즘 정말 행복해.”

집이 더 깨끗해진 것도 아니고 가족을 위해 거창한 밥상을 차리는 것도 아니다.

겉으로 보면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하지만 남편은 내가 꿈꾸는 것들을 하나씩 이루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걸 알아주고 있는 것 같았다.


퇴사를 고민하는 워킹맘에게

이 네 가지 질문을 꼭 해보기를 바란다.

1️⃣ 오직 나를 위해 퇴사할 것
2️⃣ 퇴사 전 가계부를 써볼 것
3️⃣ 남편의 진짜 지지를 확인할 것
4️⃣ 퇴사 후 나의 모습을 그려볼 것


나 역시 이 네 가지 질문을 새기며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는다.

이 질문들을 충분히 하지 못해 흔들리기도 했지만, 덕분에 퇴직 이후의 삶을 더 선명하게 바라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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