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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도르 Apr 19. 2018

상처를 치유하는 글X캘리그라피 전시가 되다

의외의 통쾌함과 깊은 공감을 얻어 가시기를 바래요.

지금은 백수와도 비슷한 캘리그라피 작가로 살고 있지만 15년동안 저는 회사원 이었습니다. 

회사원이던 오랜 시간동안 제가 제일 많이 한 말은 "왜 나한테만 이런일이?" 였습니다. 안좋은일이 자꾸 나한테만 생기는것 같았거든요. 고민하고 걸러내고 들어간 회사의 디자인팀, 하필 제 상사는 또라이중의 상또라이로 저에게는 윗분들이 너를 싫어한다는 말로 채찍질 하고 윗분들께는 저의 디자인을 가로채 본인이 이득을 취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출근시간 회사 문 앞에서 카드를 찍기전에 "오늘은 정신병자가 되지 않기를" 하고 기도를 하게 만들었습니다.


[밥 잘 사주는 예쁜누나] 라는 드라마에서처럼 귀마개를 안써본것도 아니예요. 귀마개도 하루이틀 이더라구요. 제가 밥은 잘 사주지만 손예진처럼 예쁘지도 않거니와 정해인 같은 든든한 연하남이 없어서 그랬던 걸까요? 저를 버티게 해주는 힘은 오로지 디자인이라는 카테고리를 더 사랑하고 일을 잘하게 되는것 이었습니다. 그런데 일을 잘하니까 회사에서는 '쟤는 원래 혼자 나서서 일 잘하는 애'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이 달라붙어 더 많은 일을 주더라고요? 같이 저의 상사 욕까지 해가며 저를 달래가면서 말이죠. 그때는 그들이 제 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결국 그들은 저를 통해 자신들의 일을 한 거였더라구요.


정말 더 이상 그 회사를 다니다가는 제가 누군가를 죽일수도 있을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살인을 면하기 위해 나는 나가노라" 하고 사직서를 던졌습니다. 그렇게 날 좋은날 뚜벅뚜벅 걸어나가는 길에 저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왜냐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렇게 쫓기듯 나가는 제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마음속 깊은곳에서는 '욕하면서도 다들 버티는 회사생활 너는 왜 그렇게 못하는거니'라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기 때문이죠. 글을 쓰는 지금도 그 날 그 햇살과 바람이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그 후로도 다른 회사와 다른 사람들을 통해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최근까지도 오로지 이 모든것이 제 탓이라고만 생각하며 늘 괴로운 돌덩이를 마음속에 두고 살았어요. 집단주의 한국사회에서 남들은 다 하는걸 저만 못한다는 생각은 너무 무거웠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회사를 그만두며 "꼭 내 잘못만은 아닌것 같은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제 마음속 무거운 돌덩이는 한순간에 우기에는 너무 무거웠지만 그동안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있었던것 같아요. 망치를 대지 않고도 금이 가게 한 힘의 중심에는 아마도 부끄러운 제 마음을 글로 쓰는것 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글쓰기 힘은 대단합니다. 그런데 저는 마침 캘리그라피 작가 더라구요. 그래서 글을 쓰고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제 마음에만 머물렀던 상처와 실망의 단어들을 끄집어내고 그것들을 당당히 작품으로 만드는 동안 저는 조금씩 치유 되었던것 같습니다.


사실 아직도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더 많이 내려놓아야 하고 더 많이 치유되어야 다시 사회로 나가 제가 웃을 수 있는 최대치로 미소를 지을 수 있을거예요. 하지만 확실한것 하나는 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적절한 시기에 도망도 치고 벗어나고 했던 동들을 모두 칭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심지어는 저를 힘들게 했던 요소들이 저만의 작품을 만드는 소재와 영감까지 되었네요.


굴러먹을대로 굴러먹어본 사회 경험자의 가지가지 종류와 고루고루 라임 돋는, 두루두루 분포한 인생의 복병 이야기를 캘리그라피로 작품으로 표현 했습니다. 82년생 여자이면서 디자이너, 팀장이면서 첫째딸로 살아가는 일은 참으로 고달픕니다. 하지만 글쓰기와 캘리그라피 만큼은 쓰고 몰입하는 동안에 오로지 저 자신만을 위한 생각과 치유의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마음속에 있던 것들을 글로, 글씨로 표현한다는 것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 엄청난 힘을 가진 두가지를 동시에 하다보니 전시까지 하게 되었네요. 그리고 어쩌면 이 이야기들이 저만의 이야기가 아닌 누군가의 이야기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전시를 얼마나 많은 분들이 보고 가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의외의 통쾌함과 생각치 못한 깊은 공감을 얻어 가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자신만을 위한 소중한 글쓰기, 글씨쓰기도 꼭 한번쯤 시작해 보시기를 강력히 권합니다.
얼굴도 모르는 당신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아도르캘리그라피

블로그 http://blog.naver.com/jwhj0048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adore_wri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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