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봐야 우린 모두 미생
점심식사 후 커피타임, 직장 동료들끼리의 수다로 꿀같은 시간을 즐길때였다. 스펙에 관해 이야기를 하다 내가 전문대 출신 팀장이라는걸 아는 한 직원이 다른팀 팀장 옆구리를 찌르며 "팀장님 왜이래요 그래도 우린 4년제 나왔잖아요" 라고 말했다.
지적하기에도 치사할 명백한 사실이라 웃음으로 점심시간을 마무리하고 일어났다. 2년제를 졸업한 팀장을 대하는 4년제 출신 직원의 숨겨진 진심에 한방 맞은 충격과 당황스러움이 얹어진 무거운 발걸음으로 사무실로 돌아갔다. 그 말을 내뱉던 순간의 그녀의 얼굴은 생각보다 크게 내 마음속에 자리잡았고 그 이후 나는 그녀가 불편해졌다.
내가 힘들게 이루었다고 해서 조금 덜 노력해 보이는 사람에 대해 응당 자기보다 못가지고 못누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틈에서 나는 언제나 불안했고 무서웠다. 타인의 숨겨진 노력을 보지도 듣지도, 이해하려는 시도 조차 하지 않고 자기가 살아온 틀 안에서의 잣대로 타인의 결과만을 판단하는 사회이다.
드라마 미생에서 고졸 출신 장그래에게 일류대학을 나온 직원은 말한다. 우리가 시간과 돈 들여 공부하고 스펙 쌓을때 너는 무엇을 했냐고. 범죄자에게도 인권이 있어 '정상참작'이라는 인정까지 베풀어 형량을 줄여주는데 사회가 규정한 법을 어기지 않고 주어진 상황속에서 삶을 온전히 살아가는 타인에게 그게 대체 뭔 개소리일까. 2년제 대학을 나온 나는 이렇게 무시받아 마땅한가.
그럼 나는 역으로 묻고 싶다. 삶을 살아가는데 그저 대한민국 이라는 틀안에서 정해진대로 살아온 당신에게서 자랑스러운 대기업 명함을 빼면 뭐가 남느냐고. 자신있게 말하건데 나에게는 그저 목표가 그곳이 아니었을뿐 나의 목적을 향해 치열하게 살아왔다. 당신이 토익을 공부하고 시험치는 시간에 나는 내 자신에 대해 더 공부하고 더 자주 점수를 매겼고, 영어로 능숙하게 질문하는 시간에 영어공부를 왜 해야하는가를 자신에게 질문했고, 대기업 입사에 관한 공부를 하는 시간에 나는 왜 꼭 대기업이어야 하는가를 공부했다. 나는 더 많은 질문을 나에게 던졌고 답을 찾아가며 치열하게 살아왔다.
그렇게 이미 답이 정해진 길만이 최고의 길이며 삶이라면 세상에는 일류대만이 존재해야 할 것이다. 굳이 다양하고 세분화된 교육이 필요없을 것이고 세상은 일류와 하류 단 두부류로 분류되어야 한다. 그런데 세상을 둘러보면 세상의 모든 이치가 당신과 나 단 두부류로는 이해와 설명이 부족하다. 이런 사실은 나도 알고 당신도 알고있다. 그렇지 않은 세상을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 한다면 겨우 고학력 고스펙으로 얻어낸 대기업 명함만으로 마치 세상엔 너 아니면 나 두부류만이 존재하는듯한 무례함을 범할수가 있을까?
나는 당신의 고학력 고스펙을 기꺼이 인정하고 대우할 용의가 되어있다. 그러니 당신도 나의 삶에 대한 높은 관망력과 통찰력을 진정으로 인정하고 대우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반문해야 한다. 어차피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하니까.
쓰는 아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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