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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도르 Jul 19. 2018

진짜 혼자가 되어보는것

나를 옭아매는 많은 말들과 조언에서 벗어나


항상 목적이 있어야만 어떤일을 했던것 같아요. 블로그든, 회사다니기든, 사람만나기든. 그런데 그 '목적'을 버리고 싶어졌어요. 어떤 목적없이, 아무 계획없이 살면 안될까요?


지치게 되는것 같아요. 목적을 만들고 그것을 위해 무언가를 했는데 실망하는것 말이예요. 나와 세상에 많이 실망한 후에 좀 멀리에서 내가 있던 자리를 지켜보니 신경쓰고 지켜야 할 말들이 내 주변 공기중에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전자파가 우리주위에 늘 있는 것처럼 내 주변에 나의 신경을 갉아먹는 수많은 말과 단어들이 나를 엄청 단단하게 묶고 있었어요. 아무리 카페에서 혼자 커피를 마셔도 그런것들이 나를 묶고 있으면 혼자인게 아니라는걸 알게 되었어요. 혼자 생각하고 싶어서 가는 카페에 예쁘게 차려입고 화장하는 시간만 두시간이면 그 두시간동안 또 내가 사라져요. 그리고 막상 카페에 앉아서 남의 이야기를 듣고 보게 되죠. 그렇게 하루가 지나가더라구요. 사실은 진짜 온전히 나를 바라보고 생각할 시간이 없었던 거예요.


진짜 혼자가 된다는건 주변에 아무도 없는게 아니라 '나 이외에 신경쓸 다른 것들이 아무것도 없는것' 인것 같아요. 글을 쓰고 있어도 혼자 작업실에 며칠동안 있어도 나는 그 어떤것과도 연결되어 있다는것을 '혼자있기' 흉내를 내보고 알게 되었습니다. 버릇처럼 잠시 눌러본 인스타그램에서 누군가의 행복전시에 '혼자 있기'가 방해 됩니다. 혼자 있지만 진짜 혼자가 아니었던 거예요.


'내가 언제 핸드폰을 껐지? 핸드폰이 꺼진채로 몇시간이라도 있어본 적이 있었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더구나 꾸역꾸역 거듭된 회사생활을 하는 동안에 저는 '피드백 인간'이 되어 있었어요. 오늘 만나기로한 친구나 내일 도착하기로 한 택배 때문에라도 도저히 핸드폰을 꺼놓을수 없는 제 모습이 갑자기 엄청나게 피곤한 겁니다. 낯설었어요, 피드백 때문에 머리가 복잡한 제 자신이.


세상은 친구가 많아야 성격이 좋은것이고 사교적이어야 하며 혼자 있는것 보다는 밖으로 나가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는게 더 좋은 삶이라고 수많은 미디어와 정보를 통해 말하고 있어요.


저는 요즘 '혼자가 좋다'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혼자인 순간에도 온전한 자신만의 행복을 발견하고 싶어서 추천받아 읽게 된 책입니다. 그런데 테이블에 놓인 그 책을 발견하는 제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뭐 이런책을 읽냐고, 왜 혼자 있으려 하냐고 한마디씩 책 위에 놓고 가더라구요.


참 어렵네요. 누군가는 혼자서도 행복하라 하고 누군가는 혼자서는 안된다고 하고 인연을 찾아 나서야만 인연을 만날수 있다고 하고 너무 찾으면 나타나지 않으니 자기 삶을 살으라 하고 곧은길로 가라 하고 두리번 거리며 가라하고 누군가는 내가 잘 살고 있다 하고 누군가는 이래서는 안된다고 하고...



내가 들어야 할 말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많은 말들 때문에 당장 오늘 어떤 결정을 하는데 고민의 가지들만 무성해 집니다. 왜 내가 결정을 못내리는지 가만히 앉아 생각해보니 너무 많은 위로와 조언의 말들에 묶여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이제 이렇게 해보기로 했습니다.

나만의 주파수를 잡는데 방해되는 잡음에 구애받지 않고 확실하지 않지만 내가 잡은 주파수만 하늘에 보내 보는것. 나와 하늘 그 둘만 존재하는것처럼 혼자가 되어보기로 했습니다. 나를 제외한 그 모든것들은 잡음이라 생각해 보는 겁니다. 설사 그것이 지혜로운 어른의 말이라 할지라도 말이예요.


연락이 안되면 걱정할까봐,

답장을 안주면 오해할까봐,

말을 안해주면 모를까봐,

연락을 안주면 섭섭해 할까봐 우리는 수많은 정보와 개체를 너무 신경 쓰고 있어요.

너무 많은 단어와 말들에 노출되어 있어요.
미세먼지에 대비한 마스크만 쓸것이 아니라 나만의 주파수를 방해하는 잡음에 대한 방패가 필요한 세상입니다.


연락이 안되서 걱정할 사람들은 찾아올거구요,
오해할 사람들은 답장을 해줘도 오해하더라구요,
말을 안해줘서 모르는 사람들은 말을 해줘도 모르구요,
연락을 안줘서 섭섭해 하는 사람들은 연락을 해줘도 언젠가 섭섭해 할거예요.

벗어나 보는거예요, 많은 말들과 단어들에서.


누구를 믿지도, 못믿지도 못하게 나를 옭아매는 단어와 정보의 홍수에서 빠져나와 비가 그쳐 바삭하게 마른 땅으로 걸어나가 보겠습니다. 더이상 누구의 의견은 필요하지 않은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 보는거예요. 이제 제가 가야할 길은 오로지 내자신을 믿고 가는것, 그것만의 저의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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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http://blog.naver.com/jwhj0048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adore_wri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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