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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도르 Jun 18. 2018

내 하루를 삭제하지 말고 기록하세요

퇴사후 삶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오래된 나의 취미, 나는 별 것 아닌 하루를 기록 하는것을 좋아한다. 

시간이 흘러 잘 기록된 사소한 하루를 들춰보는것이 좋다. 아무것도 아닌것 같았던 과거의 하루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득템하기도 하고 과거 어느날의 유치함으로 부터 현재 자신의 모습을 칭찬하게 되는 요소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런데 자신의 인생에서 그렇게 오래된 역사를 가진 이 즐거움을 멈추게 된 것은 바로 회사를 다니기 시작했을 때부터 였다. 


어느날 나는 이렇게 기록 했었다. 


기록 될만한 날들이 없어진다. 텅 빈 시간들이 늘어나는게 나이를 먹는건가


직장이란 이론적으로 자아를 실현하는 무대 라고 한다. 그런데 회사원의 초년기에는 그 좋은 무대에서 나의 자아는 왜 점점 오리무중인지 늘 의문이었다. 그리고 경력을 쌓기 시작했던 때에는 도대체 얼마나 수많은 기분 나쁜 경력을 더 쌓고, 냄새나는 말을 많이 들어야 자아실현을 할 수 있다는 말인지 몰라 오로지 나의 '버팀'에 대한 명목을 찾기위해서만 분주했다.


삼십대가 되고부터 회사라는 곳은 내 오래된 즐거움을 앗아가고 희망을 소멸시키는 곳이었다. 그런곳에서 나의 하루는 모나지 않은 '보통 사람' 코스프레를 하느라 누가 들어도 상처받을 만한 단어만 골라 내뱉는 악당같은 동료에게 '그러지 말자'고 왜 말한마디 못하는지, 그 말에 맞아 쓰러져가는 사람들 편에 선 사람을 왜 '오지라퍼'로 전락시켜 버리는지 알 수 없는 날들로 채워졌다.


그런 날들이 많아지자, 마음에 들지 않는 자신의 모습으로 오랜 시간을 버틴다는게 너무 힘들었고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이 점점 자연스러워 지는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혹시라도 누군가에게 이런 내가 기억될까봐 두려웠다무엇보다 내가 가장 무서웠던 것은 꿈속에서 조차 책상에 앉아 비명을 지르게 만드는 박실장 처럼 누군가에게 내가 그런 존재가 되는것 이었다. 


어쩔수 없이 상처를 주는 사람이 되는것,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았다


나는 "다들 그렇게 살아" 라는 말을 제일 싫어한다. 회사의 힘듦을 토로하는 젊음에게 다들 그렇게 산다는 위로를 가장한 위선을 공식처럼 읊어대고, 세상에 좋은 직장은 없다는 말로 문제를 급마무리 해버리는게 싫다. 좋은 국민이 좋은 지도자를 뽑아 좋은 나라를 만들듯 사회의 구조는 사회의 구성원이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인데 어째서 같은 동지들끼리 지쳐서 멈추는 동료를 그저 '버티지 못하고 낙오하는 실패자' 둔갑시켜 버리는지 무서운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도 안타까웠다.


다들 그렇게 산다고 말하는 사람들이나 그렇게 산다좋은 직장은 구성원이 얼마든 만들  있다고 생각한다단지 아무도 앞서서 그런 일을 하기 싫은것이다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수첩에 사소한 것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회사원 일때는 늘 낱장에 기록한 나의 생각들을 찢어버리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 했다. 퇴사를 할 때에는 더 철저하게 그때의 나를 삭제했다. 삭제하는 행위는 습관이 되었고 13년이라는시간, 회사원의 날들은 그렇게 모두 공백란으로 비워졌다.


이제 그 공백을 다시 돌아보고 진짜 나의 오늘들로 채워가려고 한다. 오늘을 산다는 것은 매일을 여행 하는 것과도 같다. 회사안하루의  시간 같은 공간에서 싸늘한 눈빛을 쏴대던 사람들과는 나누지 못하는 반짝거리는 눈빛을 주고받으며 '이렇게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매일 매일 새롭게 하게 된다


매일을 여행하려면 길을 잃어 주변을 살피고, 버스를 놓침으로서 일상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는것이 필요한데 과거의 나는 길을 잃지 않으려 늘 초조했고 버스를 놓치면 화를 내기만 했다.


보통의  안에서 살아간다는건 소중함에 무뎌진다는 말이다

남들이 평균이라 기준하는 것에서 벗어나도그래서 조금 바보같이 보여도 충분히 괜찮다는 것을 나는 안다. 여행을 한다는 것은 어깨에 힘을 빼고 그냥 바보처럼 가는것이다바보같이 웃어보여도 방금전의  웃음을 후회하지 않는것이다




아도르캘리그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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